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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초정밀 뇌지도’ 완성에 달린 AI 미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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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김경진한국뇌연구원장

김경진한국뇌연구원장

인공지능(AI)이 곳곳에서 인간의 자리를 위협하고 있다. 알파고는 커제 9단을 3대0으로 완파하고는 바로 은퇴해 버렸고, 무인자동차는 머잖아 도시의 거리를 점령할 태세다. 왓슨은 의사들의 진로마저 흔들고 있다.

1950년대 탄생한 인공지능은 오랫동안 실망감을 안겨주다가 2000년대 후반 들어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뇌의 원리를 모방한 기계학습, 즉 ‘딥 러닝(deep learning)’이 돌파구를 만들어 냈다. 인간의 뇌신경망이 오랜 학습을 통해 지능을 높인 것처럼 AI도 스스로 학습하는 능력을 갖추면서 엄청난 도약을 한 것이다.

이처럼 인공지능의 발전에는 뇌과학이 큰 역할을 했다. 그렇다면 앞으로는 어떨까. 나는 여전히 그렇다고 확신한다. 기존 인공지능의 한계를 극복하려면 뇌과학의 새로운 아이디어가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기존 인공지능은 바둑이면 바둑, 번역이면 번역 등 딱 하나만 잘한다. 또 인간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에너지를 소비하며 일하고 있다. 인공지능이 4차 산업혁명의 진정한 ‘두뇌’가 되려면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해내는 인공지능, 에너지를 조금만 써도 되는 인공지능, 바로 사람의 뇌를 닮은 ‘일반 인공지능(GAI)’이 나와야 한다. 뇌과학과 AI가 만나는 지점은 바로 이곳이다.

인공지능이 배워야 할 ‘인간 뇌’의 특징은 과연 무엇인가. 인간 뇌는 전두엽·두정엽 등 여러 공간으로 나뉘어 있고, 중개소와 허브도 여러 곳에 흩어져 있다. 무엇보다 1000억 개의 신경세포로 이뤄진 우리 뇌의 신경망은 끊임없이 가지치기와 강화 등의 과정을 일으킨다. 이 같은 신경망의 변화(가소성)와 엄청난 효율성 그리고 자유로운 유연성은 차세대 인공지능의 아키텍처를 디자인하는데 핵심적인 정보가 될 것이다.

뇌과학과 AI의 만남은 인간의 발전을 위해서도 필수다. 최근 엘론 머스크의 신경칩 프로젝트, 페이스북이 발표한 인간과 컴퓨터의 커뮤니케이션 전략 등을 보면 AI와 인간이 점점 소통하고 융합하게 될 것 같다. 이러한 시대에 인류가 살아남으려면, 그리고 인간 친화적인 AI를 만들려면 우리의 뇌를 정확하게 이해하는 것이 절실하다.

하지만 뇌를 이해하기에는 아직 갈 길이 멀다. 1000억 개의 신경세포가 1000조 개의 시냅스를 이루는 뇌의 신경네트워크가 소우주로 불릴 만큼 워낙 복잡하고 역동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뇌에 새겨진 모든 길을 밝혀내는 ‘뇌의 내비게이션’, 즉 ‘초정밀 뇌지도’를 완성한다면 인간은 차세대 인공지능 개발과 뇌질환 극복에 큰 진보를 이뤄낼 것이다. 마음과 의식의 미스터리를 규명하려는 인류의 긴 탐험에 위대한 이정표를 세울 그날을 손꼽아 기다려 본다.

김경진 한국뇌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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