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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 중 잔 학생 이마에 매직으로 '잠깨'" 울산 우신고 논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울산 우신고 학생들이 지난달 초 소셜네트워크서비스인 트위터에 '울산 우신고를 도와주세요'라는 익명의 계정으로 학생 인권 침해를 호소하는 글을 올렸다. [인터넷 캡처]

울산 우신고 학생들이 지난달 초 소셜네트워크서비스인 트위터에 '울산 우신고를 도와주세요'라는 익명의 계정으로 학생 인권 침해를 호소하는 글을 올렸다. [인터넷 캡처]

교사들의 학생 체벌·폭언 의혹이 제기된 울산 우신고를 울산교육청이 조사한 결과, 의혹 중 상당 부분이 사실일 가능성이 커졌다. 교육청은 이 학교 학생들 상당수가 발바닥 또는 머리를 맞는 등 상습적인 체벌을 받고 “이 새X, 저 새X, 미친X”과 같은 욕설 등을 교사에게서 들었다는 증언을 확보했다. 교사가 학생의 외모를 비하하는 발언을 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민주당 김병욱 의원, 울산교육청 조사 결과 공개 #학생들, 교육청 조사에서 폭언·막말 교사 30명 지목 #"체벌?폭언 상습적"… "답 틀린 학생 이마에 X 써" #교육청, 관련 교사 조사 안 해…"교육부 감사 나서야"

4일 김병욱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울산교육청이 학생들을 설문조사한 결과의 요약본을 언론에 공개했다. 설문조사는 지난달 7일 울산교육청이 이 학교 학생 945명을 대상으로 했다. 학생들이 부적절한 행위를 했다고 지목한 교사는 30명에 달했다. 울산교육청은 설문조사 결과를 학교 측에 전달했고, 학교는 자체 징계위원회를 14일 열었다. 학교는 10명의 교사를 징계 하는 데 그쳤다. 교사 1명만 중징계에 해당하는 정직(1개월) 처분을 받았다. 교사 2명은 감봉(1개월), 나머지 7명은 견책 또는 경고를 받았다.

김 의원실이 언론에 배포한 설문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 학교 학생 945명 중 교사에게 폭언·체벌을 경험했다는 학생은 20%(189명)에 달했고, 7%(66명)는 인권침해 피해를 호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학생들은 교육청 조사에서 다양한 피해 사실을 증언했다. 정직 1개월 처분을 받은 A교사는 수업 시간에 “00가 강간을 당했어” 등 극단적인 예시를 들거나 무릎을 꿇리는 등 수업 중 잦은 폭행과 폭언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감봉 1개월 처분이 내려진 B교사는 “질문에 대답하지 못한 학생의 이마에 분필로 X자를 그었다”는 학생들의 제보가 나왔다. 감봉 1개월을 받은 또 다른 C교사에 대해 학생 13명은 “학생생활지도를 이유로 발바닥을 회초리로 때렸다”고 증언했다. 또 16명은 “수업 중 졸거나 과제물을 늦게 냈다고 머리를 때렸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교사들이 막말과 폭언도 일삼았다고 교육청 조사에서 말했다. 수업 중 졸다 걸린 학생의 이마에 매직으로 ‘잠깨’를 쓴 사례도 나왔다. 또 쉬는 시간마다 학생에게 창피를 주거나 “이 새X, 저 새X” 등 학생에게 수시로 욕설을 했다는 학생들의 증언이 있었다.

한 학생은 “선생님이 교실 앞 신발을 치우라고 했는데 이를 듣지 않자 교실 안에 있는 신발 6, 7켤례를 더 찾아 4층 창문밖으로 던졌다”고 증언했다. 또 다른 학생은 “방송부 일로 여학생과 말했을 뿐인데, 여학생과 말을 했다는 이유로 맞았다”고 말했다.

이 학교는 지난달 초 학생들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일부 교사가 학생들을 상습적으로 체벌하고 폭언을 했다는 제보를 올리면서 논란이 됐다. 이후 국민신문고엔 “우신고에서 벌어진 인권 유린 및 성희롱, 상습체벌에 대해 조사해달라”는 재학생·졸업생과 일부 교사의 민원 41건이 접수되기도 했다.

한편 우신고 논란이 불거진 이후 지난달 14일 학교 측의 징계위원회가 열리기까지 관련 교사들을 울산교육청 차원에서 조사하지도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김 의원은 “SNS를 통해 교사들의 지속적인 폭력뿐 아니라 성추행 의혹까지 제기됐고 설문 조사에서도 상당 수 피해 사실이 확인됐음에도 울산교육청 차원에서 특별장학이나 감사 등 해당 교사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지 않았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며 “울산교육청이 조사를 제대로 진행하지 않는다면 교육부 차원에서라도 감사를 진행해 진상을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정현진 기자 jeong.hyeon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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