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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의 '소울 메이트'에서 '폭탄'된 이나다 도모미 방위상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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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나다를)두둔하고 비호하는 건 총리뿐이다”
도쿄도의회 선거를 하루앞둔 1일자 일본 아사히 신문 정치면에 실린 기사의 제목이다.
지난달말 도쿄에서 자민당 후보 지원유세를 하면서 이나다 도모미(稻田朋美ㆍ58) 방위상이 “방위성,자위대,방위상으로서도 (지지를)부탁하고싶다”고 말한 것이 발단이었다. 즉각 "방위상이 자위대와 방위성을 정치적 이용했다"는 논란이 불거졌다. 이나다는 "오해를 부를 수 있는 발언을 했다"고 사과했지만 여론은 가라앉지 않았다.
자민당내에서조차 사임 압박이 거세졌지만 아베 신조 총리만이 유독 이나다를 감싸고 돌았고, 그로인해 당내에서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는 요지의 기사였다. 2일 치러진 도쿄도 의회 선거는 결국 아베 총리와 자민당에게 '역사상 최악의 참패'라는 치욕을 안겼다.

이나다 도모미

이나다 도모미

아베 총리가 직접 연루의혹을 받고 있는 사학재단 수의학부 승인 논란외에 이나다의 발언 파문 등이 크고 작은 악재로 작용했다. 이와관련 일본 언론들은 3일 “아베 총리는 개각을 앞당기는 등의 방식으로 분위기 반전에 나설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개각과 관련해선 “자민당내에서 아베 총리만이 감싼다”는 이나다의 경질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아베 총리와 이나다 방위상 [아사히 신문 홈페이지 캡쳐]

아베 총리와 이나다 방위상 [아사히 신문 홈페이지 캡쳐]

지난해 8월 개각때 방위상으로 기용된 이나다는 대표적인 ‘여성 우익 정치인’이다. 2005년 정계 입문 결정때부터 당시 자민당 간사장 대리였던 아베 총리의 권유가 큰 영향을 미쳤다. 변호사 출신인 그는 태평양 전쟁의 A급 전범 처벌을 결정한 극동군사재판(도쿄재판)에 대해 “국내적으로 A급 전범은 범죄인이라고 잘라 말하는 것에 상당히 저항이 있다”며 의문을 제기해왔다. 2014년 행정개혁 담당상때도, 2016년말 현직 방위상 신분에도 A급 전범들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를 꾸준히 참배했다.  2011년 8월엔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는 동료 의원들과 함께 울릉도 방문을 시도했다가 입국이 거절되자 김포공항에서 9시간을 버티다 돌아갔다.  아베 총리와 마찬가지로 헌법 9조의 개정을 주장하는 자민당내 대표적인 개헌론자이기도 하다. 아베 총리가 역대 2번째 여성 방위상으로 그를 발탁한 배경엔 두 사람 사이의 이런 이념적 연대감이 깔려있다는 분석이다. 아베 총리는 입버릇처럼 이나다를 "보수파의 스타"라고 치켜세워왔다. 하지만 도쿄도 의회 선거 참패로 아베 총리는 2012년 재집권 이후 최악의 위기에 몰렸고, 이런 '역사적 패배'에 빌미를 제공한 이나다에 대한 경질의 필요성이 더 강하게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달 3일 싱가포르 샹그릴라 호텔에서 열린 제16회 아시아 안보회의에서 한ㆍ일 국방장관 회담에 앞서 한민구 국방부 장관(왼쪽)이 이나다 도모미 일본 방위상과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 국방부]

지난달 3일 싱가포르 샹그릴라 호텔에서 열린 제16회 아시아 안보회의에서 한ㆍ일 국방장관 회담에 앞서 한민구 국방부 장관(왼쪽)이 이나다 도모미 일본 방위상과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 국방부]

“아베가 이나다를 두둔한다”는 이야기가 나온 게 이번뿐만은 아니다. 국방이나 안보 전문가가 아닌 이나다 방위상이 중의원이나 참의원에 출석해 야당 의원들의 매서운 추궁에 시달릴때도 아베 총리는 자주 '흑기사'로 나섰다. 이나다에게 집중되는 질문의 화살을 뚫고 아베 총리가 대신 발언대에 나서 답변을 해줄때마다 일본 언론들의 주목을 받았다.
이나다를 향해선 "국방이나 안보 관련 콘텐트가 너무 없는 것 없느냐"는 자질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아베 총리가 키웠던 소울 메이트이자 이념적 동지 이나다가 도쿄도 의회 선거를 거치며 아베의 폭탄으로 돌아온 셈이다. 서승욱 기자 ss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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