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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정부의 남북관계 복원 구원투수로 다시 나설까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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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그룹이 다음달 초 금강산 지역에서 고(故) 정몽헌 전 회장의 14주기 추모행사를 위해 현정은 회장 등 관계자들의 방북을 검토중이다.

현대측, 내달 4일 정몽헌 전 회장 추모식 금강산 현지진행 검토 #핵위기로 방북 중단한 지난해 제외하고 매년 현지서 열려 #1998년 남북관계 물꼬트고, 햇볕정책의 옥동자 금강산관광 #현대측 관계자 방문 꽉 막힌 남북관계 복원 구원투수 될 지 주목 #

현대아산 관계자는 3일 “2003년 8월 4일 정 전 회장이 별세한 이후 매년 금강산에서 추모행사를 진행해 왔다”며 “지난해엔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로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면서 방북을 포기했지만 올해는 남북한 당국과 협의를 거쳐 방북이 가능하다면 현지에서 행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직 통일부에 북한주민접촉이나 방북 신청을 하지는 않았지만 그룹안에서 최종 결정이 날 경우 이달중 방북 절차를 진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2003년 8월 11일 금강산 온정각에서 열린 고 정몽헌회장 추모행사에서 유가족과 친지, 현대 임직원들이 고(故) 정몽헌 회장의 추모비를 제막하고 있다.[중앙포토]

지난 2003년 8월 11일 금강산 온정각에서 열린 고 정몽헌회장 추모행사에서 유가족과 친지, 현대 임직원들이 고(故) 정몽헌 회장의 추모비를 제막하고 있다.[중앙포토]

현대그룹은 고(故) 정주영 명예회장의 뜻을 이어 받아 대북사업을 진행하던 정 전 회장이 2003년 대북송금과 현대 비자금 사건으로 세 차례 검찰 조사를 받은 뒤 투신 자살하자 금강산 관광특구의 온정각 인근에 추모비를 세우고 매년 추모행사를 진행해 왔다.

현대 측의 방북 추모행사가 남북관계를 푸는 계기가 될 지 주목된다.
통일부 당국자는 “금강산관광은 남북관계에서 상징적인 사업”이라며 “비록 현재 관광이 중단됐지만 금강산관광의 상징성을 고려해 북한이 방북하는 사람들의 신변안전을 확약하는 초청장 등 방북요건만 갖춰진다면 굳이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3일 취임한 조명균 통일부 장관도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북한의 비핵화에 진전이 있어야 한다”는 전제조건을 달았지만 금강산관광과 개성공단의 재개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1998년 11월 18일 유람선(금강호)을 이용해 바닷길로 시작한 금강산관광은 휴전선에 도로를 연결해 육로 관광을 하는 등 남북간 군사적 긴장을 완화시켰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그러나 2008년 7월 9일 금강산 관광객 박왕자씨가 북한군의 총격에 사망하자 정부는 이틀 뒤 금강산 관광을 전면 중단시켰다. 현정은 회장은 사건 발생 직후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나 재발 방지 등의 약속을 받았지만 한국 정부가 당국차원의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을 요구하고, 남북관계가 계속 경색되는 바람에 관광이 이뤄지지 못했다.
다만, 북한측이 정부의 금강산 재개에 대한 확약 없이 이들의 방문을 허용할 지가 변수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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