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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공원에 신분당선 연결, 강남 못지 않아”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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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8호 19면

개발 호재로 들썩이는 용산을 가다

지난달 중순 용산역을 중심으로 개발이 한창인 용산구 일대를 다녀왔다. 용산역 1번 출구로 나서자 아찔한 높이의 고층빌딩들이 눈에 띄었다. 왼쪽엔 40층짜리 주상복합 래미안 용산 더 센트럴이 준공을 마치고 입주를 시작했고 바로 옆에 자리한 39층의 용산푸르지오써밋은 다음달 입주 예정이다. 건설 자재를 실은 덤프 트럭이나 굴삭기를 도로 곳곳에서 볼 수 있었다. 신용산역 방향으로 걸어가자 독특한 디자인의 아모레퍼시픽 사옥 공사 현장이 나타났다. 최근 용산은 고층 주상복합아파트, 대기업 신사옥이 들어서면서 낡은 건물과 포장마차가 늘어섰던 옛 모습은 사라지고 신도시로 바뀌고 있다. 몸값도 뛰었다. 부동산 정보제공업체 부동산114에 따르면 용산구 아파트값이 서울 강남구·서초구·송파구 다음으로 높다. 지난달 23일 기준 1㎡당 평균 아파트 가격은 783만원으로 1년 전보다 9.2% 올랐다.

타워팰리스와 경희궁 자이 잇는 #강북 지역 요지로 전문가들 주목 #이미 가격 많이 오르고 변수 많아 #8월 정부 대책 확인 후 투자해야

최근 정부가 내놓은 6.19 부동산 대책의 영향권에서 벗어난 강북 재개발 사업지가 주목받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용산민족공원사업 등 각종 개발 호재가 쏟아지는 서울 용산구다. 내년부터 부활할 가능성이 큰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를 적용받지 않는 용산구 한남뉴타운 예정지는 풍선효과로 몸값이 오르고 있다.

최근 용산 가치가 지속적으로 오를 것으로 주장하는 전문가들이 늘고 있다. 정봉주 전 하나은행 부동산팀장(현 매니저부동산 대표)은 “용산은 앞으로 50년 이상 투자 가치가 있기 때문에 현재 가격도 저평가돼 있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은행 재직시절부터 고액자산가들 사이에서 부동산 전문가로 통했다. 2000년 초반 서울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가 미분양됐을 때, 2006년 종로구 교남동 뉴타운사업이 시작됐을 때 적극적으로 투자를 권했기 때문이다. 특히 교남동에 들어선 경희궁자이 아파트는 올 5월말 84㎡의 매매가가 11억원을 넘어서며 강북 랜드마크 단지로 떠올랐다. 타워팰리스·경희궁자이에 이어 용산을 유망 지역으로 선정한 그는 지난해 2월 은행을 그만두고 부동산중개업에 나섰다.

정 대표는 “용산의 경우 워낙 개발 호재가 많기 때문에 정부의 부동산 규제에도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용산 미군기지터에 243만㎡ 규모로 조성하는 용산민족공원사업에 기대가 크다. 대규모 녹지와 호수를 갖춘 공원이 생기면 삶의 질이 높아지기 때문에 실수요가 늘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다시 추진되고 있는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 사업도 호재다. 계획대로라면 코엑스 면적(3만7000㎡)의 약 5배에 달하는 사업시설과 대규모 오피스 타운이 들어선다. 여기에 용산~신사~강남을 잇는 신분당선이 개통되면 강남을 대체할 지역으로 부상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용산민족공원사업 수혜지로 주목받는 서울 용산구 주상복합 파크타워. 염지현 기자

용산민족공원사업 수혜지로 주목받는 서울 용산구 주상복합 파크타워. 염지현 기자

정 대표는 용산 개발로 수혜를 입는 아파트 중에서 저평가 된 매물을 찾아야 한다고 귀띔했다. 우선 용산 미군기지 인근으로 앞으로 공원 전망을 누릴 수 있는 곳이 매력적인 투자처다. 이 중에서도 주상복합인 용산시티파크와 파크타워가 저평가됐다고 봤다. 정 대표는 “10년 전 분양한 용산파크타워는 현재 가격이 평당 3000만원으로 효성이 최근 분양한 용산 센트럴파크 해링턴 스퀘어(3630만원)보다 저렴하다”며 “본격적으로 용산이 개발되면 평당 5000만원까지 오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용산국제업무지구가 들어설 지역의 인근 아파트도 관심있게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예를 들어 30년 이상된 용산구 이촌동 중산시범아파트도 지리적 위치만 따진다면 투자가치가 있다. 서부이촌동 인근 A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최근 용산이 다시 부각되면서 지난해 3억~4억원에 거래됐던 중산시범아파트 59㎡ 매물이 5억원까지 올랐다”고 말했다.

서울 용산구 한남동 한남힐스테이트 아파트에 도착하니 한강이 한눈에 들어왔다. 아파트를 끼고 오르막길을 올라갔다. 다닥다닥 붙어있는 낡은 단독·다세대주택이 나타났다. 그늘진 곳엔 노인들이 모여 더위를 피하고 있었다. 좁은 골목 사이로 다세대 주택이 붙어있고, 수십개의 전깃줄이 엉켜 한강을 보는 게 쉽지 않았다. 이곳이 서울 강북의 금싸라기 땅으로 평가받는 한남뉴타운 3구역이다. 지난달 3구역의 재정비 촉진계획 변경안이 서울시 재정비위원회를 통과하면서 한남뉴타운 4개 구역(2·3·4·5구역) 중에서도 사업 속도가 빠르다. 재개발 변경안에 따르면 35만5687㎡ 부지에 22층 높이의 아파트 5826가구(임대 877가구 포함)가 들어설 계획이다. 남산자락의 구릉지 경관을 보호해달라는 서울시의 요구에 따라 기존 29층이던 층수가 22층으로 낮아졌다. 김연화 IBK기업은행 부동산팀장은 “한남뉴타운은 한강변 앞에 들어서기 때문에 한강 조망권을 확보하는 데다 강북은 물론 강남권으로 이동이 편리하다는 게 강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투자 문의는 잦아든 분위기다. 우선 정부의 부동산 단속을 피해 한남동 일대의 상당수 중개업소는 며칠 째 문을 열지 않고 있었다. 매매가격이 이미 많이 올랐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한남동에서 10년 넘게 중개업소를 운영하는 김모대표는 “지난해 말  6억원에 거래됐던 33㎡(10평)짜리 빌라가 요즘 9억원까지 올랐는데 이조차도 물건 구하는 게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인근 아파트 가격도 비싸다. 한남힐스테이트 111㎡(33평형 로얄층)가 9억3000만원으로 평당 2800만원 수준이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도 한강을 조망할 수 있는 재개발 구역으로 주목받고 있다. 성동구 성수동 1·2가 일대로 성수전략정비구역이다. 특히 반포동·압구정동 등 한강변 단지들이 서울시의 35층 규제에 막혀 초고층 건물을 짓지 못하지만 이곳은 50층 재개발이 가능하다. 서울시가 2014년 초고층 건물을 규제하기 전에 50층 높이까지 주거시설을 허용하는 정비구역지정안이 통과됐기 때문이다. 변수는 일반 정비사업의 두 배 이르는 25% 기부채납(공공기여) 비율이다. 기부채납 비중이 클수록 수익성은 낮아질 수 있다. 김연화 팀장은 “재개발은 사업기간이 긴데다 예상치 못한 변수가 많기 때문에 8월 정부의 후속대책을 확인한 후 투자에 나서는 게 안전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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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지현 기자 y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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