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단둥은행, 美 재무부 제재리스트 올라…"北 돈세탁 창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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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9일(현지시간) 미국 정부가 북한의 돈세탁 우려기관으로 지정해 자국 금융기관과의 거래를 전면 중단시킨 중국 단둥은행의 선양분행. [선양 연합뉴스]

미국 재무부가 애국법 311조에 의거 중국 단둥(丹東)은행을 ‘주요 자금 세탁 우려 대상 (primary money laundering concern)’으로 지목한 29일(현지시각) 중국 매체는 침묵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의회에 14억2000만 달러(1조6238억원) 규모의 대만 군사무기 판매를 승인한 것을 실시간 속보로 타전한 것과 대조됐다.
미국 재무부는 이날 “단둥은행이 북한이 미국과 국제 금융 시스템에 접근해 북한의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에 연관된 기업들에 수백만 달러의 자금을 조달하는 ‘창구’ 역할을 한 주요 자금 세탁 우려 대상”으로 지목했다. 2005년 9월 마카오 방코델타아시아(BDA)에 이은 두 번째 중국계 은행에 대한 제재이자 중국 상업은행으로는 첫 사례다.
단둥은행이 위치한 랴오닝(遼寧)성 단둥시는 압록강을 사이로 북한 신의주와 마주한 접경 도시다. 단둥의 여러 무역회사가 대북 무기 수출이나 자재 조달에 관련돼 있고, 이러한 대북 무역회사들이 단둥은행을 창구로 활용해왔다고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30일 전했다.

"북핵·미사일 개발 관련 수백만 달러 조달 창구" #中 은행 제재, 12년 전 마카오 BDA 이어 두 번째 #"무기 수출 도운 대북 무역회사들 단둥은행 이용" #훙샹그룹이 한때 지분 보유…"지난해 모두 매각" #제재로 달러 취급 못 해…국제금융 기능 상실 #

이번 조치로 단둥은행은 달러화 결제가 불가능해져 국제 금융 창구 기능을 상실하게 됐다. 요미우리에 따르면 미국 당국은 단둥은행과 거래하던 대북 무역회사들도 순차적으로 제재대상에 올릴 방침이다.
미 재무부는 단둥은행이 북한의 돈세탁과 어떻게 관련돼 있는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을 지원한 혐의로 이미 한·미 양국의 제재를 받고 있는 랴오닝훙샹그룹이 한때 단둥은행의 지분을 보유한 것과 관련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 정부가 북한의 돈세탁 우려기관으로 지정해 자국 금융기관과의 거래를 전면 중단시킨 중국 단둥은행 선양분행의 내부 모습. [선양 연합뉴스]

훙샹그룹은 2009년부터 북한 조선민족보험총회사와 합영회사를 설립해 미사일 개발에 필요한 각종 물품을 북한에 수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선민족보험총회사는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최측근 집단인 조직지도부 산하 기관이다. 단둥은행이 지난해 12월 홈페이지에 공고한 내용에 따르면 홍샹그룹은 단둥은행의 지분을 모두 매각했다.
단둥은행은 1993년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의 비준을 받아 설립된 지방 주주(株主)제 시중 상업은행이다. 전신은 단둥시 신용 연합생산조합(信用聯社)이었다. 97년 단둥시 합작은행, 98년 단둥시 상업은행을 거쳐 2010년 중국은행감독위원회 비준을 받아 단둥은행으로 이름을 바꿨다. 현재 랴오닝(遼寧)성내 다롄(大連)·랴오양(遼陽)·잉커우(營口)·선양(瀋陽)·단둥 5개 분행과 102개 영업소에 1570여 명의 직원이 근무 중이다. 중국 내 196개 금융기구 가운데 148위 규모라고 미국 재무부 산하 금융범죄집행부(FinCEN) 보고서는 지적했다. 단둥은행 사이트 소개에 따르면 2016년 말 기준 자산 총액은 723억3300만 위안(12조2000억원), 예금 잔액은 474억9300만 위안(8조220억원), 대출 잔액은 259억400만 위안(4조3700억원) 규모다.
단둥의 한 소식통은 이날 “아직 직접적인 영향은 보이지 않는다”며 “정상 영업을 하고 있으며 여파가 미치는데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단둥은행은 단둥시의 수도·가스 요금 등 각종 공과금 납부를 대행하고 있어 시민들이 가장 많이 찾는 은행”이라며 “이번 미 재무부의 제재로 영업까지 중단될 경우 시민들의 큰 불편이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미 재무부는 또 중국 국적의 리훙르(李紅日·53), 쑨웨이(孫偉·35) 두 명과 해운업체인 다롄위롄(宇聯)선무유한공사를 재재 대상에 올렸다. 다롄위롄선무유한공사는 북한산 석탄 수출에 관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외에 북한의 무기 수출 등에 편의를 봐준 중국인 2명도 자산동결 등의 제재 대상에 올랐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서울=김상진 기자 shin.kyungj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