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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술마신 상관의 부하 '음주운전' 방지책임 어디까지? "대리비론 부족" 판결

중앙일보

입력

의정부지방법원 전경. [중앙포토]

의정부지방법원 전경. [중앙포토]

부하 직원과 함께 술을 마신 상관은 대리비를 줬더라도 부하 직원의 음주운전을 끝까지 막아야 할 책임이 있다는 취지의 판결이 나왔다.

먼저 자리 뜬 부하에게 전화까지 했지만 인정 안돼 #경찰관 음주운전 근절 종합계획 마련 후 벌어진 일 #"징계 부당하다"는 주장 안 받아들여지자 소송 제기 #法 "부하직원 만취상태 고려해 끝까지 책임 다해야"

경기북부경찰청 소속 A  팀장은 지난해 4월 21일 부하 직원인 B 경사와 경기도 포천의 한 음식점에서 함께 술을 마셨다. 술자리엔 A  팀장의 지인도 동석했다.

같은 날 오후 9시쯤 A  팀장 일행은 의정부시 내 술집으로 장소를 옮겼다. A  팀장은 지인의 차를, B 경사는 자신의 차를 각각 타고 이동했는데 이때는 대리운전기사가 차를 몰았다.

2차 장소 도착 뒤 술에 취한 B 경사는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 A  팀장은 이때 B 경사에게 대리비를 줬다고 한다. 하지만 B 경사는 결국 음주운전을 했고, 서울시 내 도로에서 신호 대기 중 잠이 들었다.

음주운전 단속장면. 본 기사내용과는 직적접인 관련 없습니다. [중앙포토]

음주운전 단속장면.본 기사내용과는 직적접인 관련 없습니다. [중앙포토]

행인의 깨우는 소리에 놀라 잠에서 깬 B 경사는 당황해 차를 후진했고, 뒤에 정차 중이던 택시의 앞범퍼를 들이받았다. 이후 B 경사는 경찰 조사를 받았는데 당시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취소 수치인 0.225%로 측정됐다.

A  팀장은 사고 다음 날인 22일 오전 1시 15분쯤 다른 팀원의 연락을 받고 경찰서로 달려가 B 경사의 음주운전 사실을 확인했다. 하지만 같은 날 오후 5시쯤 상급자에게 보고했다.

이후 경기북부경찰청은 A  팀장에게 경징계에 해당하는 ‘견책’ 처분을 내렸다. B 경사에게는 정직 3개월을 처분했다. A 팀장의 주요 징계 사유는 부하 직원의 음주 운전을 막지 못했다는 것이다.

경기북부경찰청 전경. [중앙포토]

경기북부경찰청 전경. [중앙포토]

사고 전 경기북부경찰청은 경찰관의 음주운전을 근절하기 위해 음주 운전자와 동석자의 책임을 함께 묻는 내용의 ‘음주운전 근절 추진 종합계획’을 마련해 시행 중이었다.

그러나 A  팀장은 자신의 견책처분이 부당하다고 주장해왔다. 부하직원에게 운전하지 말라고 당부한 데다 대리운전비도 줬다는 것이다. 또 실제 대리운전을 이용하는지 확인하려 전화까지 했다고 설명했다. 견책 처분이유 중 늦은 보고시간도 문제가 됐는데 사고 피해자와 합의여부 결과를 확인 후 보고했다고 주장했다.

A  팀장은 자신의 부당함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청장을 상대로 견책처분 취소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의정부지법 행정2부는 최근 열린 재판에서 A  팀장의 취소 소송을 기각했다. 재판부는 “ 부하직원이 만취 상태인 점을 고려하면 대리운전비를 주고 전화로 확인했다는 것만으로는 (상관으로서의) 감독 책임을 다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사고 당시) 경기북부경찰청장은 음주운전 관련 감독자의 무관용 원칙 등을 지시한 바 있다”고 기각이유를 밝혔다.

이어 “A  팀장이 부하직원의 음주 교통사고를 늦게 상급자에게 보고한 것은 피해자와의 합의로 피해를 숨겨 징계를 낮추려는 의도로 보인다”며 “고도의 준법의식이 요구되는 경찰공무원인 점을 고려하면 위반 행위가 가볍지 않다”고 판시했다.

의정부=김민욱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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