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 이벤트’ 안 놓치는 北 "한·미 정상회담 때도 도발 우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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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정상회담을 전후로 북한이 도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정부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북핵 문제가 논의되는 국제적 이벤트가 벌어질 때마다 북한은 번번히 도발을 감행했기 때문이다.

정부 당국자는 27일 “올 들어 북한은 자신들에 대한 국제적 비판이 나오는 계기마다 다양한 미사일 발사로 존재감을 과시했는데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는 북핵 문제가 가장 중요한 의제라 더더욱 그냥 넘어가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며 “북한에게는 도발할 수 있는 호기인 셈”이라고 걱정했다.

실제 북한이 고체연료 기반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북극성-2형’을 발사한 2월 12일은 미국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정상회담이 진행중인 때였다. 양국 정상은 즉각 공동성명을 내고 북한을 규탄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의 첫 정상회담(4월 6~7일)을 앞둔 4월 5일에도 북한은 탄도미사일을 발사했지만 실패했다.

북한은 4월 29일에도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4월 28일(현지시간) 미 뉴욕 유엔본부에서 렉스 틸러슨 미 국무부 장관이 북핵만을 단일 의제로 하는 첫 장관급 회의를 개최한 직후였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도 참석한 회의였다. 북한은 5월 11일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이후에만 다섯 차례나 미사일 도발을 했다.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첫 정상회담에 맞춰 북한이 도발을 감행한다면 양국 지도자들은 강경한 대북 메시지를 내놓을 수밖에 없다. 그럴 경우 정상회담 결과로 나올 양국 공동의 대북 접근법도 대화보다는 압박과 제재 강화에 초점이 맞춰질 가능성이 크다.

외교부 관계자는 “정부가 아무리 대화의 문을 열어놔도 북한이 고강도 도발을 한다면 모두 허사로 돌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정상회담 이후에도 미국 독립기념일(7월 4일), 북한이 전승절이라고 주장하는 정전협정 체결일(7월 27일) 등 북한이 도발을 감행할 계기가 줄줄이 이어진다”라며 “한·미 정상회담을 7월 도발의 스타팅 포인트로 삼는다면 상황은 정말 어려워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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