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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직원 총파업으로 아이들 급식 없고 단축 수업, 양해해 달라”…강릉 초등학교 가정통신문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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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 포남초등학교가 학부모들에게 보낸 가정통신문. [사진 페이스북]

강릉 포남초등학교가 학부모들에게 보낸 가정통신문. [사진 페이스북]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여는 사회적 총파업에 참여하는 교직원들의 입장을 양해해달라는 가정통신문을 강원도 강릉시의 한 초등학교가 학교장 명의로 학부모들에게 보내 논란이 되고 있다.

포남초교 23일 학교장 명의로 가정통신문 보내 #30일 조리종사원 등 교직원 파업 참여 사실 알려 #학교 측 30일 급식 없는 대신 간식으로 떡 제공 #학부모에게 "권리 지키는 일" 지지와 배려 부탁

강릉시 포남동에 있는 포남초등학교는 지난 23일 학교장 명의의 ‘교육활동 변경안내’ 가정통신문을 각 가정에 보냈다.

가정통신문에는 “오는 30일 민주노총이 (서울에서) 진행하는 사회적 총파업에 본교 교육공무직 분들과 여러 선생님이 참여한다”면서 “기본 생존권 보장을 위한 최저임금 1만원 달성, 비정규직 철폐, 전교조 법외 노조 철회 등 우리 학교에서 일하는 선생님들께서도 노동자로서의 권리이자 국민 된 사람의 의무로 함께 목소리를 내고자 한다”고 썼다.

포남초등학교 홈페이지 메인화면.

포남초등학교 홈페이지 메인화면.

전교생이 236명인 포남초교는 오는 30일 서울에서 열리는 민주노총 사회적 총파업 대회에 40여 명의 교직원 중 절반가량이 참여할 예정이라고 한다.

공공운수노조에 가입된 방과 후 행정사, 조리 종사원, 교육행정사 등 교육공무직 15명을 비롯해 일부 교사도 4교시 수업을 마치고 총파업에 참여할 예정이라고 한다.

학교 측은 조리 종사원과 방과 후 행정사 등의 총파업 참여로 사전에 학부모들에게 양해를 구하기 위해 23일 가정통신문을 전달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또 지난 24일에 이 학교 교사와 학부모들만 볼 수 있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도 관련 사실을 안내했다. 하지만 사전에 학교운영위원회 학부모위원들과의 협의는 없었다.

이번 민노총 파업으로 기존 오후 3시(6교시)까지 이어지던 수업은 낮 12시50분(4교시)까지만 진행된다. 또 12시부터 순차적으로 제공되던 급식도 이날은 제공되지 않는다. 교직원들의 파업 참여로 학생들과 학부모가 피해를 보는 셈이다.

학교 측은 “30일에는 학교 급식이 없는 대신 간단한 간식(떡)을 제공한다”면서 “모두가 잠시 불편해질 수도 있지만, 불편이라고 생각하기보다는 함께 사는 누군가의 권리를 지키는 일이고 그것이 결국 우리를 위한 일임을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학부모의 지지와 배려를 부탁했다.

학부모들 사이에서도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한 학부모는 “모두가 지지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밴드 등 소통 공간엔 긍정적인 댓글이 많다”라며 “생활하는데 불편(교직원 총파업 참여로)이 있겠지만 어느 정도 감수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반면 다른 일각에서는 학교 측이 학부모들에게 양해해 달라고 할 게 아니라 학부모아 학생에게 불편을 끼치는 만큼 사과 메시지를 제대로 보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박문영 교장은 “지난 20일 공공운수노조에 가입된 교육공무직들이 총파업 참여 의사를 전해와 전체 교무회의를 열었다”면서 “급식 및 수업 진행에 어려움이 있다고 판단해 가정통신문을 전달하기로 결정했다”고 해명했다.

강릉=박진호 기자 park.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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