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온돌방 36.5] "이주노동자 인권에 미쳐 살아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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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은 세계 난민의 날이었다. 한국에도 난민 신청자가 매년 늘어난다. 지난해 7542명이다. 한국이 1993년 '난민 지위에 관한 협약'(난민협약)을 시행한 이후 가장 많다. 난민 신청자는 2011년 처음 1000명을 넘었다. 그 해 1011명이었다. 신청자는 많지만 난민 지위를 인정 받은 사람은 두 자릿수를 넘지 않는다. 2015년만 105명이었다.

이인경 부산외국인근로자지원센터장 #파키스탄 난민소년 학업중단 해결 #난민 차별 장애인복지법 개정 이끌어 #인도에서 국제관계학 석사 딴 전문가 #가정폭력 겪는 결혼이주여성에도 손길

 파키스탄 소년 미르 자이 발로치(11)는 2015년 6월 난민 지위를 인정 받았다. 미르가 최근 화제의 인물이 됐다. 미르는 중증장애인(뇌병변 장애 1급)이다. 부산에서 특수학교를 다니는데 혼자서 다닐 수 없다. 누군가 도와야 하는데 아버지(49)는 어깨 수술을 받아 거동이 불편하다. 어머니(35)는 동생을 임신했다.

파키스탄 난민 소년 미르(오른쪽)와 여동생 자바뜨.[사진 부산외국인근로자지원센터]

파키스탄 난민 소년 미르(오른쪽)와 여동생 자바뜨.[사진 부산외국인근로자지원센터]

 대안은 정부가 제공하는 장애인활동보조 서비스다. 보조인이 있으면 별 문제 없이 학교를 오갈 수 있다. 그리하려면 법정 장애인 등록을 해야 한다. 그런데 난민은 불가능하다. 장애인복지법에 따르면 난민은 등록 대상이 아니다. 외국인 중에서 외국국적 동포, 한국영주권자, 결혼이민자는 가능한데 난민은 안 된다.

복지온돌방 3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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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르는 2015년 9월 일주일 학교를 다니다 중단했다. 스쿨버스 타는 데까지 가려면 인도 구분이 안 돼 있는 터널을 지나야 하는데 어머니가 세발자전거에 미르를 태우고 다니다 포기했다. 지난해 내내 휴학하고 있다 올 들어 복학했다. 부모가 나서 등하교를 돕긴 하지만 지속 가능성이 떨어진다.

부산외국인근로자지원센터 이인경 센터장(왼쪽에서 셋째)이 4월 미르(오른쪽 남자 아이) 여동생 돌잔치에 초대받았다. 미르 어깨에 손을 얹은 여성이 엄마다. [사진 부산외국인근로자지원센터]

부산외국인근로자지원센터 이인경 센터장(왼쪽에서 셋째)이 4월 미르(오른쪽 남자 아이) 여동생 돌잔치에 초대받았다. 미르 어깨에 손을 얹은 여성이 엄마다. [사진 부산외국인근로자지원센터]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복지부가 한국사회복지협의회를 통해 등하교를 도울 자원봉사자를 지원하겠다고 22일 밝혔다. 또 주택도시보증공사의 임차자금 지원 사업을 통해 미르 집의 열악한 주거 환경을 개선해 주기로 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나서 긴급 생계비와 의료비를 지원한다.
 복지부 임을기 장애인정책과장은 "26일 부산 모라종합사회복지관 등이 미르 집을 방문해 상황을 파악해서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이달 12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권미혁 의원이 발의한 장애인복지법 개정안을 적극 지원해서 규정을 고칠 예정이다. 이 개정안은 장애인 등록을 할 수 있는 외국인에 난민인정자와 그 배우자, 미성년 자녀를 포함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렇게 될 때까지 미르와 미르 가족을 도운 사람이 있다. 바로 사단법인 '이주민과함께'가 운영하는 부산외국인근로자지원센터 이인경(45·여) 센터장이다. 이 센터장은 90년대 중반 인도 델리의 네루대학에서 국제관계학 석사를 땄다. 어학연수를 포함해 인도에서 4년 공부했다.

센터에서 미르 같은 난민 뿐만아니라 외국인근로자·결혼이주여성 등을 돕는다. 임금체불·가정폭력 등을 주로 상담하고 이들을 교육한다. 이 센터장은 미르 집에 한국어를 가르치는 자원봉사자를 보내기도 했다.
또 미르 문제를 해결 하기 위해 여러 경로로 애를 썼다. 지난해 3월 보건복지부에 탄원서를 제출했지만 "현행법상 장애인 등록이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다.

부산외국인근로자지원센터 이인경 센터장(가운데). 좌우는 방글라데시 출신 근로자 유학생.[사진 부산외국인근로자지원센터]

부산외국인근로자지원센터 이인경 센터장(가운데). 좌우는 방글라데시 출신 근로자 유학생.[사진 부산외국인근로자지원센터]

 올 2월에는 인권단체와 공익활동 변호사 등과 함께 관할 구청을 상대로 장애인 등록 거부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물론 패소하긴 했지만. 이런 노력들이 알려져 국가인권위원회가 3월 장애인복지법 개정을 복지부에 권고했다.
다음은 이 센터장과 일문일답.

미르 문제가 다 해결된 건가.
“그렇지 않다. 절반 정도 해결됐다. 그래도 희망이 보인다. 법이 바뀌어야 한다. 지금은 어떡하든 온정에 기댈 수 밖에 없다.”
파키스탄 언어를 잘 하나.
“인도 유학시절 배운 힌디어를 한다. 파키스탄은 우르드어가 공용어 중의 하나다. 서로 글자는 다르지만 말은 90% 같다.”
주로 어떤 일을 하나.
“베트남·캄보디아·필리핀 등지에서 온 결혼 이주여성들이 가정 폭력에 시달린다. 이혼하면 체류권일 박탈되는 경우가 있다. 이런 걸 상담하고 교육한다. 17년째 이런 일을 하고 있다.”
이런 일을 하게 된 계기는.
“고교 2학년 때 네루의 『세계사 편력』이라는 책을 잃고 인도에 매료됐다. 어떡하든 인도에 가야한다고 생각했다. 20대는 인도에 꽂혔고 30대 이후에는 이주노동자의 인권에 미쳐 살고 있다. 국제관계학 전공에 맞는 일을 하는 거다.”
외국인 근로자 인권 침해가 심한가.
“가족처럼 대하겠다는 사장님들이 외국인 근로자를 마구 대한다.”

이 센터장은 "세상에 쉬운 일이 어디 있나요. 그냥 생긴대로 살겠지요"라며 "'이주민과함께' 소속 활동가들은 자발적 사회 부적응자"라고 말했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ss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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