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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아시아 최대 위험요인은 중국 패권주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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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아시아 세기의 종언
마이클 오슬린 지음
김성윤·윤웅진 옮김
오르마, 416쪽, 1만4500원

‘아시아의 시대’는 과연 열매다운 열매를 맺어보지도 못하고 낙과(落果)하고 마는 걸까. 당초 부상하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이 미국의 미래에 미칠 영향에 관한 책을 준비하던 저자는 결국 자신의 책에 『아시아 세기의 종언』이라는 제목을 달게 된다. 2010년 이후 세 번의 장기 프로젝트와 다수의 아시아 지역 출장, 전문가 인터뷰를 마친 뒤의 결론이란 “아시아를 둘러볼수록 서방세계가 간과하고 있는 많은 위험요인이 존재”하고 있으며 이는 “아시아를 넘어 전세계를 위협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로서는 다소 불편할 수밖에 없는 이 ‘주석이 달린 위험지도(risk map)’는 아시아의 위험요인으로 전쟁 위험과 정치공동체 결여, 경제개혁 실패, 인구통계학적 위험, 미완성의 정치혁명의 다섯 가지를 들고 있다. 이 정도로도 무슨 소리를 하려는지 알겠지만, 저자가 정작 지적하고 싶은 건 다름아닌 중국이다. 중국이야말로 아시아의 가장 큰 위험요소란 얘기다.

우선 중국이 이미 경기침체기에 들어갔으며 성장 후유증을 앓고 있다는 게 경제적 이유다. 15만5000개의 국영기업이 남아있고, 정부부채는 GDP의 2배인 22조 달러에 달하며, 4900만채의 집이 미분양 상태고, 부정 부패가 여전히 만연돼있는 게 중국경제의 실상이다. 중국의 침체로 한국과 일본 같은 아시아 경제대국도 회복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동남아시아 개발도상국들에 대한 영향은 더 심각해서 이 나라들의 현대화가 중단될 위험마저 있는 상황이다.

지난 4월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만났다. [중앙포토]

지난 4월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만났다. [중앙포토]

가장 위험한 것은 역시 안보다. 저자는 아시아 지역 안보의 가장 큰 위험으로 북한을 들고 있지만 더 큰 관심은 역시 중국이다. 군사력 현대화로 표현되는 중국의 패권 추구 말이다. 국방예산으로 미국의 4분의3 이상인 5000억 달러를 쓰고 있는 중국은 남사군도와 센카쿠 열도, 대만해협 등 아시아 각지 영토분쟁의 당사자가 되고 있다.

아시아의 위험요인(그 중에서도 중국의 패권주의)을 극복하기 위해 저자는 ‘동심 삼각형’ 전략을 제안한다. 한국·일본과 호주, 인도를 잇는 외곽 삼각형 내부에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필리핀을 삼각형으로 잇는 안보협력체를 만들라는 것이다. 이는 지역 경제는 물론 민주주의 성장을 촉진하는 역할도 담당할 수 있다. 안보협력뿐 아니라 민주주의 확산 노력 역시 중국을 자극할 가능성이 있지만, 아시아 평화유지를 위한 활동이 중국에게도 득이 되며, 자유민주주의를 성장시키는 것이 위험을 줄이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예일대 역사학과 교수를 지내다 미국기업연구소로 자리를 옮겨 아시아를 연구하고 있는 저자는 이러한 위험요인을 제거해야만 21세기가 진정한 아시아의 세기가 될 것이며 모든 국가에게 이로운 세계사의 경로를 만들어낼 것이라고 단언한다.

[S BOX] “한국 자주권 수호 참으로 어려운 일”

이 책은 서문을 한반도 비무장지대 안에 있는 ‘제3땅굴’ 스케치로 시작한다. ‘비무장’이라는 이름에도 불구, 지구상 가장 위험한 지역의 하나인 것처럼, 역동적이고 평화로워 보이는 아시아 또한 보이지 않는 위험으로 가득 차 있다는 것이다. 한국어판 서문에서는 이처럼 아시아 위험요인의 상징과 같은 한국이 “북한의 핵 위협과 주변 강국들 사이에서 자주권을 수호하고 국익을 보호하는 게 참으로 어려운 일”이라고 말하면서 저자는 문재인 대통령에게 이렇게 당부한다. “한국 및 아시아의 경제적 취약성과 안보 위협에 처한 한반도라는 현실요인과 균형을 이룰 수 있도록 자신의 진보적 정책 성향을 조화롭게 성취하는 지혜를 발휘해야 할 것이다. (…) 미국과의 동맹관계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하며, 일본과의 관계 또한 마찬가지로 중요하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이훈범 논설위원 cielble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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