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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치는 타자? 공 잘 치는 ‘공포의 9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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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9번 타자’가 가장 약하다고?

고정관념 깨지는 올 시즌 프로야구 #타율 1위 김선빈, 끝 번호 때 0.388 #이정후는 4할대, 김재호도 0.308 #전 구단 9번 평균 타율 5번 능가 #메이저리그선 ‘두 번째 1번’ 이론도

9명이 순서대로 타석에 들어서는 야구에서 9번 타자는 맨 마지막에 타격 기회를 얻는다. 그래서 대부분의 감독들은 선발 출전하는 타자 중 가장 능력이 떨어지는 선수를 주로 9번에 배치한다. 팀의 생산성 측면에서 타격이 약한 타자에게 기회를 적게 주는 게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지명타자 제도가 없는 메이저리그(MLB) 내셔널리그에서는 투수가 주로 9번을 맡는다. 따라서 내셔널리그 9번 타자의 타율(0.182)은 한국 KBO리그처럼 지명타자를 쓰는 아메리칸리그(0.231)에 비해 현저히 떨어진다.

투수가 아니더라도 9번 타자의 성적은 가장 나쁜 게 일반적이다. 지난해 KBO리그에서 10개 구단 9번 타자의 평균 타율은 0.253(리그 평균 0.290)으로 가장 낮았다. 두 번째로 타율이 낮은 8번 타자(0.266)보다 성적이 나빴다.

그러나 올해 KBO리그에선 이런 고정관념이 깨지고 있다. 야구 통계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21일 기준 10개 구단 9번 타자의 타율(0.271)은 지난해보다 크게 높아졌다. 7번(0.270)-5번(0.268)-8번(0.241)타자 타율보다도 낫다. 9번 타자의 장타율(0.373)과 출루율(0.331)도 8번 타자(0.350-0.308)보다 높다.

특히 타율 1위(0.373)를 달리는 김선빈(28·KIA)은 ‘공포의 9번 타자’로 불린다. 그는 9번 타자일 때 타율 0.388를 기록했다. 257타석 가운데 절반 가까운 115타석(45%)에서 9번 타자로 나섰던 김선빈은 최근엔 2번 타자나 7번 타자로 나선다. 김기태 KIA 감독은 “이번 기회에 김선빈에게 4번을 맡겨볼까”라고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

신인왕 유력 후보인 넥센 이정후(19)도 시즌 초 9번 타자로 많이 나왔다. 장정석 넥센 감독은 “부담을 덜어주는 차원이다. 하위타선과 상위타선의 연결고리 역할도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9번 타순에서 타율 0.453(53타수24안타)를 기록 중인 이정후는 지난 6일 이후 넥센의 1번 타자로 승격됐다. LG의 9번 타자 손주인도 최근 10경기에서 타율 0.455(33타수 19안타)에 홈런 2개와 타점 11개를 기록했다.

MLB에서도 전통적인 타순짜기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해 월드시리즈 우승팀 시카고 컵스의 조 매든(63) 감독은 올해 71경기 가운데 49경기에서 선발투수를 8번 타자로 배치했다. 일본 프로야구 센트럴리그 요코하마DeNA를 이끄는 알렉스 라미레즈(43) 감독도 투수를 9번이 아닌 8번 타자로 자주 내세운다.

미국에서는 이를 ‘두 번째 리드오프 이론(The second leadoff hitter theory)’으로 설명한다. 9번 타자가 1번 타자만큼 중요하다는 의미로 ‘두 번째 선두타자’ 로 부르는 것이다. 이 이론을 정설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많지 않지만 9번 타자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있는 건 분명하다.

MLB 최고 전략가로 불리는 토니 라루사(73) 전 세인트루이스 감독은 지난 2008년 153차례나 투수를 8번에 배치했다. 그는 “9번 타자부터 이닝을 시작할 경우 (기량이 가장 뛰어난) 3번 타자에게 더 많은 찬스가 생긴다. 3번 타자를 4번처럼 활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당시 라루사 감독은 리그 최고의 타자였던 앨버트 푸홀스(37)를 3번에 배치하며 이런 타순을 실험했다. 야구통계학자들은 “투수를 9번이 아닌 타순에 기용하면 한 시즌(162경기) 동안 2~3점을 더 얻을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이런 이유 때문에 김선빈과 같은 '강력한 9번 타자'가 더 많아질 전망이다. 지난 2년간 유격수 골든글러브를 수상한 김재호(32·두산)는 김태형 감독이 부임한 2015년부터 대부분의 경기에서 9번타자로 나섰다. 올해도 9번 타순에서 타율 0.308(시즌 타율 0.289)를 기록 중이다. 좋은 타자를 타격 기회가 적은 9번에 고정하면 손해일 수 있다. 그러나 김태형 감독은 9번 타자의 중요성과 유격수인 김재호의 체력안배를 동시에 고려해 '9번 타자 김재호' 카드를 애용한다. 올해 두산의 9번 타자 타율(0.287)은 2번(0.242), 7번(0.259), 8번(0.285)보다도 높다. 지난 2년간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던 두산은 지난해 리그 득점 1위(935점), 올해는 2위(392점)를 기록 중이다.

◆최정, 역대 15번째 250홈런=SK 최정은 22일 인천 NC전에서 10-2로 앞선 3회 NC 정수민을 상대로 좌월 스리런포(시즌 25호)를 터트렸다. 최정은 KBO리그 15번째로 통산 250홈런을 달성했다. 2005년 SK에 입단한 최정은 2006년부터 12년 연속 두자릿수 홈런을 쳤다. 지난해에는 테임즈(당시 NC)와 함께 공동 홈런왕(40개)에 올랐으며 올해도 1위를 달리고 있다. 팀 동료이자 홈런 2위에 오른 한동민도 2회 3점홈런(시즌 22호)을 쳤다. SK는 13-6으로 승리했다. 삼성은 LG를 5-1로 꺾고 2연승을 달렸다.

◆프로야구 전적(22일)

▶삼성 5-1 LG ▶두산 5-11 KIA ▶롯데 3-10 kt
▶NC 6-13 SK ▶넥센 12-13 한화<연장 10회>

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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