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원식의 눈물, 또 불발된 여야 합의문

중앙일보

입력

"을(乙)도 이런 을이 없다. 지난 한 달간 입에 침이 마르도록 전화를 하고 야당 원내대표실에 발품을 팔았는데…"
22일 오전 11시쯤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실. 우원식 원내대표가 기자간담회 도중 울컥하며 눈물을 훔쳤다.
"형식적인 합의문 작성만 남았다"는 예상과 달리 4당 원내대표 회동이 실패로 끝난 직후였다.
우 원내대표는 "국민의당에도 섭섭하다. (자유한국당에게) 추경 논의는 왜 못하느냐고 옆에서 좀 도와주셔야죠"라고 했다.
 집권여당의 원내대표가 눈물을 보일 만큼 여야 경색은 이날도 출구를 찾지 못했다. 전날에도 국회 정상화 합의문을 발표하지 못했지만 세부 사항에선 접점을 찾았다. 그래서 22일엔 국회가 정상화되리라는 기대가 컸지만, 이번에도 추가경정예산안이 발목을 잡았다.

이날 오전 10시 국회 본청 귀빈식당에서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자유한국당 정우택, 국민의당 김동철, 바른정당 주호영 등 4당 원내대표는 국회 정상화를 위해 만났다. ^인사청문회제도 개선을 위한 소위원회를 구성한다 ^인사청문회 대상자는 국회의 증인 출석과 자료요구 등에 적극적으로 협조한다 ^7월 중 각 상임위 업무보고를 한다 ^정부조직법 개편안을 심의한다엔 이견이 없었다.

문제는 '추경 문제는 계속 논의한다’는 합의문 한줄이었다. 자유한국당 정 원내대표는 "해당 문구 자체를 빼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민주당 우 원내대표는 "누가 추경 통과시켜 달랍니까. 대신 논의는 할 수 있는 거 아니에요"라며 물러서지 않았다.
여기에 조국 민정수석의 국회 출석마저 양측의 대립을 격화시켰다. 정 원내대표는 "조 수석의 국회 운영위 출석을 구두로라도 약속해달라고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합의가 불발되자 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은 격한 감정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의원총회에서 "한국당은 일자리 추경 논의 자체를 않겠다고 몽니를 부렸다. 한마디로 백해무익한 정치집단"이라고 말했다. "여당일 때에는 국정농단, 헌정유린 세력에 꼼짝 못 하더니 야당이 돼선 국정 발목잡기와 헌정 중단까지 운운하는 구제불능 집단으로 전락했다"고도 했다.
우 원내대표 역시 추경을 반대하는 한국당을 향해 "정권교체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자 대선 불복"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윤후덕 의원은 본회의에서 "제1야당은 직무유기를 하지 말라"고 했다.

 한국당도 강경해졌다. 한국당 정용기 원내수석대변인은 구두 논평에서 "요건도 안 되는 추경, 엄청난 부작용이 예상되는 추경마저 밀어붙이려고 하는 청와대와 여당에 대해서 개탄을 금치 못한다"고 말했다. 한국당 전희경 의원은 본회의에서 이번 정부 인사를 두고 "문재인 대통령이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문로남불'이라는 말이 시중에 화제가 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국회 파행이 나흘째 지속되면서 당초 여야가 잠정 합의했던 개헌특위·사법제도개선특위·미세먼지특위 등의 설치도 불발됐다. 다만 장관 인사청문회는 진행하기로 했다. 26일 한승희 국세청장 후보자, 28일 송영무 국방부 장관 후보자, 29일 조명균 통일부장관 후보자, 30일 조대엽 고용노동부장관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가 열린다.
채윤경 기자 pch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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