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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발 900m '한라산 천연보호구역'에도 재선충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한라산 국립공원 내 재선충병에 감염된 소나무(붉은색 원). [사진 제주도]

한라산 국립공원 내 재선충병에 감염된 소나무(붉은색 원). [사진 제주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이자 국가 천연기념물인 제주도 한라산의 해발 700~900m 기슭에서 소나무 재선충병이 발생해 방제에 비상이 걸렸다.

재선충병 안전지대로 여겨졌던 고지대서 3그루 발병 #고지대 감염은 드물어…온난화로 기온상승 영향 추정

제주도 세계유산본부는 22일 “지난 5월 22일부터 6월 12일까지 3주 동안 한라산 고지대에서 정밀조사한 결과 붉은색을 띠며 고사한 소나무 3그루가 재선충병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해발 900m 어리목 입구 발생지는 천연기념물 제182호 한라산천연보호구역 경계선과 바로 인접한 지점이다. 소나무 등 상록수림이 발달한 산록지대로 국내 재선충병 발생지역 중 가장 높은 곳이다.

한라산천연보호구역에 자생하는 수목은 287종에 달한다. 고도에 따라 분포하는 식물의 구분이 뚜렷한 특징이 있다. 백록담을 중심으로 해발 600~1300m 지역 9093㏊가 해당된다.

원인은 지구온난화 영향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는 한라산 등 고지대가 더 이상 재선충병이 ‘안전지대’가 아님을 의미한다. 소나무 재선충은 통상 섭씨 25도 수준에서 창궐하기 때문에 평균기온이 이보다 낮은 고지대에서는 감염되지 않는 것으로 여겨져 왔다.

실제 기온이 올라가며 재선충의 서식지도 고지대로 확산되고 있는 모습이다. 지난해 확인된 감염 소나무는 한라산국립공원 경계지역인 해발 683m에 있었다. 반면 올해 확인한 3그루는 해발 700m 이상에서 발견됐다.

재선충병 감염목 2그루가 발생한 해발 730m 고랭지 시험포 입구는 지난해 5월 한라산국립공원 경계 내에서 처음 재선충병 감염목 1그루가 발생한 곳(해발 683m)에서 약 400m 떨어진 지점으로, 자연적으로 확산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반면 해발 900m 어리목 입구 발생지는 지난해 발생 지역과 직선거리로 2㎞정도 떨어져 있어, 재선충병 매개충인 솔수염하늘소가 자체적으로 이동하거나 차량 등에 의해 붙어서 이동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한라산 국립공원 내 재선충병에 감염된 소나무 발생 지역. [사진 제주도]

한라산 국립공원 내 재선충병에 감염된 소나무 발생 지역. [사진 제주도]

제주도는 지난 4월 강원도 정선 기우산 해발 850m 지점에서 소나무 재선충병이 발생함에 따라 한라산국립공원 내 재선충병에 걸린 것으로 의심되는 1100도로변 고사목 15그루에서 시료를 채취해 검사를 실시했다.

제주도는 재선충의 확산 원인과 현황을 세밀히 파악하기 위해 국립산림과학원과 함께 역학조사를 벌이고 10월까지 방제전략을 수립할 예정이다.

김창조 한라산국립공원관리소장은 “헬기와 드론, 육안 조사를 통해 한라산 내 모든 소나무에 대한 모니터링을 실시할 예정”이라며 “기존 해발 700m 이하에 한해 실시했던 예방 방제도 온난화 영향을 감안해 해발 1000m까지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라산국립공원 면적 1만5333㏊ 중 소나무 숲의 면적은 6.4%인 988㏊에 달한다. 소나무는 약 50만 그루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1966년 천연보호구역이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한라산은 1970년 국립공원, 2002년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 2007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됐다.

제주=최충일 기자 choi.choongi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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