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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홍준표 반대로 … 제1야당 당대표 뽑는 첫 TV토론 무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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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7·3 전당대회를 11일 앞둔 21일, 자유한국당이 당 대표 후보자 간 TV토론 일정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홍준표 전 경남지사가 TV토론 불참 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다. 당 대표 선거는 21만 당원 득표율(70%)과 일반인 여론조사 지지도(30%)를 반영해 당선자를 결정한다.

홍 측 “지역 케이블 주관이라 안 해” #20일 광주 방송토론 결국 못 열려 #다른 4개 지역도 열리기 힘들어 #홍 측 불참 밝혀 서울 토론마저 난항

당 선관위 관계자는 “홍 전 지사 측에서 ‘전당대회를 조용히 치르는 게 좋겠다’며 ‘TV토론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전해 왔다”고 밝혔다. 홍 전 지사의 반대로 당 대표 선거가 TV토론 한 번 없이 치러질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당초 당 선관위는 20일 광주에서 TV토론회를 열기로 했다. 광주 지역 방송과 협의도 마친 상태였다. 하지만 홍 전 지사 측이 거부했다. 표면적인 이유는 “토론을 주관하는 방송사가 지역 케이블사”라는 것이다. 홍 전 지사 측 관계자는 “생방송도 아니고 녹화로 하고, 오후 시간에 세 번 틀어준다고 하는데 그런 TV토론회를 굳이 할 필요가 있겠느냐는 의견을 낸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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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선관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인제 전 최고위원이 중재에 나섰다. 당 대표 후보로 출마한 원유철 의원은 “이인제 위원장이 전화로 ‘홍 전 지사 측에서 TV토론은 안 되겠다고 하니 이번에는 타운홀 미팅(비전 토크쇼)으로 대체하면 어떻겠느냐’고 물었다”고 전했다. 대표 출마를 선언한 신상진 의원도 “홍 전 지사 측이 반대해서 ‘이번 한 번만 양보하고 다음 TV토론부터는 정상 진행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입장을 전했다”고 말했다.

당초 한국당이 광주에서 TV토론회를 열려는 이유가 있었다. 지난 대선에서 한국당은 ‘영·충’(영남·충청) 전략을 구사하며 호남 지역은 공략 대상에서 사실상 제외했다. 이 때문에 대선 후 이에 대한 반성이 당내 의원들 사이에 나왔고, 신임 당 대표 선거에선 취약 지역이라고 해도 반드시 호남을 함께 챙겨야 한다는 기류가 커졌다. 당 관계자는 “밑바닥에서부터 다시 시작하는 한국당의 변신을 호남에서 보여주겠다는 의지로 광주에서 첫 TV토론회를 열기로 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노력이 홍 전 지사의 반대로 물거품이 됐다.

선관위는 일정상 지역 TV토론회는 다시 열기 힘들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다음주부터 부산(25일)·대전(26일)·대구(28일)·수도권(29일·경기 안양) 순으로 당 대표 후보자 합동연설회가 예정돼 있다. 선관위는 연설회와 함께 TV토론을 병행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판단해 지역 토론회 대신 서울에서 한두 차례 TV토론회를 하는 안을 갖고 후보 진영에 의사를 타진하고 있다. 그러나 이마저도 홍 전 지사의 참여 여부가 불명확해 난항을 겪고 있다고 한다.

원유철 의원은 본지 통화에서 “TV토론도 안 나오겠다고 하면서 국민과 당원을 무시하고 있는 홍 전 지사는 즉각 후보에서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상진 의원도 “국회의원이 20명밖에 안 되는 바른정당도 당 대표를 뽑는 데 TV토론을 세 번씩 한다”며 “홍 전 지사가 TV토론도 응하지 않겠다는 건 그의 오만함을 여지없이 드러낸 잘못된 처사”라고 비판했다. 익명을 원한 당 중진 의원은 “홍 전 지사의 처신을 두고 당내 여러 말들이 나오고 있다”며 “공정한 경쟁을 통해 국민적 호응을 얻어야 할 전당대회가 홍 전 지사의 ‘몽니’ 때문에 흔들려선 안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성훈 기자 park.seongh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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