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벌써 풍선효과 … 투자자 몰린 오피스텔, 바삐 서두르는 재건축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7면

20일 경기도 김포 ‘한강메트로자이’ 오피스텔 견본주택에 청약신청자들이 줄을 서 있다. 200실 모집에 5000여 명이 몰렸다. [연합뉴스]

20일 경기도 김포 ‘한강메트로자이’ 오피스텔 견본주택에 청약신청자들이 줄을 서 있다. 200실 모집에 5000여 명이 몰렸다. [연합뉴스]

지난 20일 현장 청약접수를 시작한 경기도 김포시 걸포동 ‘한강메트로자이’ 오피스텔 견본주택. 새벽 4시부터 주변으로 방문객이 모여들기 시작해 오전 9시쯤엔 100m 넘는 긴 줄이 만들어졌다. 대기 행렬 끝에서 입장까진 두 시간가량 걸렸다. 박희석 GS건설 분양소장은 “청약 마감 결과 200실 모집에 5000여 명이 몰렸다”고 말했다. 평균 경쟁률은 약 25대 1로, 지난달 말 진행된 ‘한강메트로자이’아파트(평균 7대 1) 보다 세 배 이상 높았다. 주변 부동산중개업소들은 “초피(계약금 내기 전 분양권에 붇는 웃돈)만 500만~1000만원 붙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6·19 전매제한 대상서 빠져 #김포 오피스텔 5000명 청약 #하남선 웃돈 3000만원까지 #입지 등 고려, 투자 신중해야 #재건축은 찬바람 불 듯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 개정되면 #여러 채 가진 조합원은 처분 필요 #사업시행·관리처분 인가 신청 등 #연말까지 절차 마무리 바쁜 일정 #

6·19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벌써 ‘풍선 효과’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풍선의 한 곳을 누르면 다른 곳이 튀어나오듯, 규제에서 비켜난 오피스텔과 기존 아파트 분양권 등으로 투자 수요가 조금씩 옮겨붙는 모습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19일부터 서울 등 청약조정대상지역 내 아파트 분양권 전매가 소유권 이전등기까지 금지됐고, 다음 달 3일부턴 대출받을 때 적용되는 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이 종전보다 10%포인트씩 강화된다.

하지만 오피스텔은 규제 대상에서 빠져 있다. 박선호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은 대책 발표 때 “오피스텔은 관련 세제를 통해 관리하는 수준이 적절하다. 다만 실거래가 신고 등이 제대로 되는지 철저히 모니터링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조정대상지역에서 분양하더라도 이전처럼 청약통장이 필요 없고, 분양권 전매도 제한받지 않는다. 전매차익을 노린 투자자가 몰리는 이유다. 정부 대책 발표 전인 17일 당첨자를 발표한 경기도 하남시 ‘힐스테이트 미사역’ 오피스텔은 나흘 만에 웃돈이 적게는 1000만원, 많게는 3000만원까지 형성됐다. 이 단지는 청약 당시 2011실 모집에 9만1771명이 몰렸다. 인근 M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정부가 오피스텔 규제를 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청약한 뒤, 규제 대상에 포함되지 않자 웃돈이 더 붙지 않을까 기대하는 손님들이 꽤 있다”고 말했다.

이번 규제를 적용받지 않는 기존 아파트 분양권 가격도 일부 꿈틀댄다. 19일 이전에 전매제한이 풀린 단지가 그 대상이다. 지난 4월 전매제한이 해제된 서울 강동구 ‘고덕 그라시움’ 분양권 웃돈이 최대 1억원으로 한 주 새 1000만원 올랐다. 이달 말 주변에서 분양 예정인 ‘고덕센트럴푸르지오(주공3단지 재건축)’와 ‘고덕센트럴아이파크(주공5단지 재건축)’가 규제를 받을 예정이라 반사이익을 얻는다는 게 현지 중개업소들의 얘기다.

같은 달 전매제한이 풀린 마포구 ‘마포한강아이파크’ 전용면적 84㎡ 로열층도 분양권 호가(부르는 값)가 8억2000만원 선이다. 지난주보다 500만~1000만원 올랐다. 망원동 R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이 일대 신규 분양 아파트 전매제한 규제가 1년6개월에서 입주 때까지로 강화되고, 앞으로 대출 받기도 어려워지자 매수 문의가 늘었다”며 “일부 집주인은 내놨던 매물을 거둬들였다”고 말했다.

‘풍선 효과’ 현상이 지속될지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린다. 임채우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부동산전문위원은 “저금리 상황이라 투자 수요를 막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며 “규제 사각지대인 오피스텔·꼬마빌딩 등 수익형 부동산, 기존 아파트 분양권 시장으로 돈이 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규제 속에서도 최근 분위기가 좋은 것은 입지나 상품성이 좋은 서울 물건이 대부분”이라며 “수도권 전역으로 수요가 확산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함 센터장은 “해당 지역의 입지, 입주물량 등을 고려해 판단하되 시세차익을 기대한 투자는 위험하다”고 말했다.



조합원에 1채 분양, 초과이익 환수 … 얼어붙는 강남 재건축

6·19 대책 중 재건축 규제 강화

6·19 대책 중 재건축 규제 강화

 반면에 정부의 6ㆍ19 부동산 대책 발표로 재건축 조합들의 움직임이 바빠졌다.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가 내년에 부활하고 재건축 조합원의 분양 가구 수가 제한되자, 이들 규제를 피하려는 조합들이 잰걸음을 하는 모양새다. 강남권이 그 중심에 있다. 이남수 신한금융투자 부동산팀장은 “조합원 이익과 직결되는 문제라 많은 단지가 사업 속도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서울ㆍ경기ㆍ부산 등 청약 조정대상지역 40곳에선 재건축 조합원이 분양받을 수 있는 주택이 최대 3가구에서 1가구(예외적으로 2가구 허용)로 줄어든다. 통상 재건축 단지는 조합원이 시세차익을 얻고자 여러 가구를 매입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이를 막기 위한 조치다.

이르면 9월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 개정 이후 사업시행 인가를 신청하는 단지부터 적용된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으로 조정대상지역에서 사업승인을 받지 않은 재건축 추진 단지는 10만6000여 가구다. 서울에만 8만여 가구가 있는데, 강남권(5만여 가구)에 몰려 있다.

백준 J&K도시정비 대표는 “재건축 기대감에 한 단지 내 2~3가구를 보유한 조합원들이 꽤 있다”며 “투자가치가 높은 강남권과 과천 재건축 단지가 주 대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남권에선 잠실 주공5단지와 강남구 압구정 현대아파트, 대치동 은마아파트 등이 꼽힌다.

이들 지역 재건축 조합은 규제 전 사업시행 인가를 신청하기 위해 속도를 낼 전망이다. 만약 도정법 개정 때 사업 승인을 신청하지 못하면 2가구 이상 소유한 조합원의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1가구를 뺀 나머지 가구에 대해선 현금청산(아파트 대신 현금으로 돌려받는 것)을 하거나 관리처분계획 인가 전까지 팔아야 한다”며 “매물이 꽤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잠실동 잠실박사공인중개업소 박준 대표는 “아파트 2~3채를 가진 주인이 물건을 내놓기 시작하면 시세도 조정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를 피하기 위한 발걸음도 분주하다.

박선호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은 19일 “내년 1월부터 부담금이 정상 부과될 것이다. 추가적으로 부과 유예를 검토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올해 안에 관리처분 인가를 신청하지 못한 재건축 단지는 재건축으로 거둘 수 있는 이익의 최고 50%를 부담금으로 내게 된다.

시장에선 ‘초과이익 환수제 유예기간이 연장될 것’이란 기대감도 있었지만, 정부가 ‘추가 유예는 없다’고 사실상 못 박으면서 조합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최근 서울시 건축심의를 통과한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와 신반포3차ㆍ경남, 송파구 미성ㆍ크로바, 진주아파트 등이 대표 단지다. 재건축 사업의 7부 능선인 사업시행 인가 단계인 강남구 대치쌍용 2차 등도 사업을 서두르고 있다.

하지만 올해가 6개월 정도 남아 시간 여유가 많지 않다. 업계는 최소 ‘사업시행인가’를 받은 단지라야 재건축 부담금 제외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건축심의를 통과했어도 사업승인 전이라면 힘들다는 의견이다. 재건축 사업은 ‘조합설립 인가→건축심의→사업시행 인가→관리처분계획 인가’ 순으로 진행된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투자하려는 단지의 사업 진행 상황을 따져보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두성규 건설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투자자 입장에선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든 셈이다. 사업 속도가 빨라 초과이익 환수제를 피할 것으로 보이는 단지는 괜찮을 것”이라고 말했다.

황의영 기자 apex@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