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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법 개정안 확정되면…] 月 2만3천원 더 내도 月 7만6천원 덜 받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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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정부가 제시한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두고 노동계는 물론 재계까지 나서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상당수 국민도 지금보다 조건이 안 좋아지다보니 개정안을 보는 시각이 곱지 않다. 일부에서는 연금보험료를 내봤자 원금도 못건진다는 얘기까지 나돌아 국민연금에 대한 불신을 가중시키고 있다. 혼란의 배경과 향후 처리전망 등에 대해 문답식으로 풀어본다.

-정부가 뭘 고치겠다는 것인가.

"지금 월소득의 9%인 보험료를 2010년부터 20년에 걸쳐 15.5%까지 단계적으로 올리고 노후에 받는 연금은 가입기간 평균소득의 60%에서 50%로 낮추겠다는 것이 골자다. 내는 돈은 올리고 노후에 받을 돈은 깎겠다는 것이다."

-국민이 싫어하는데 왜 욕을 먹어가면서 고치려 하나.

"그렇게 고치치 않으면 국민연금 기금이 2047년에 고갈되기 때문이다. 이번 개혁안대로 가면 고갈 시기를 2070년으로 23년 늦출 수 있다. 앞으로 70년 가량은 연금기금 고갈을 걱정 안해도 된다."

-왜 기금이 고갈되는 것인가.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고령화와 출산율 감소속도가 가장 빠르다. 2000년에 전체 인구의 7%를 노인이 차지했고, 2019년에 14%가 된다. 이는 보험료를 낼 사람은 줄고 연금을 탈 사람은 급증한다는 뜻이다."

-노동계는 왜 반대하나.

"이번 개정안이 연금 재정안정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지적한다. 재정은 안정되겠지만 노후 연금액이 줄게 돼 노후 소득 보장이라는 연금의 본래 정신이 퇴색한다는 것이다. 부유세 등을 걷어 연금기금에 세금을 지원하면 연금액을 낮추지 않고 보험료를 그리 많이 올리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재계까지 나서 반대하는데.

"직장인들의 보험료 절반을 기업주가 부담하는데 보험료율이 올라가면 기업 부담이 는다는 이유에서다. 그래서 보험료를 올리지 말고 노후에 받을 연금액을 평생 소득의 60%에서 40%로 낮추자는 것이다."

-찬성하는 사람이 별로 없다면 문제가 발생하는 미래에 가서 고치면 될 것 아닌가.

"그러면 우리 아들.딸들에게 너무 많은 짐을 지우게 된다. 2047년까지 현행 제도를 유지하면 후세대는 소득의 30%를 연금보험료로 내야 한다. 국민연금을 시작한 지 15년밖에 안돼 지금은 연금을 받는 사람이 1백만명에 불과하다. 2008년이 되면 3백만명이 넘는 등 연금을 받는 사람이 증가하기 때문에 개혁을 미루면 더 힘들어진다."

-정부 개정안이 앞으로 어떻게 될 것 같은가.

"실업자 등 납부 예외자의 보험료 미납기간 일부를 납입기간으로 인정하는 등의 대안을 제시하면서 노동계를 설득해야 한다. 하지만 노동계나 재계의 반대 목소리가 커지면 국회 처리 과정에서 개혁안이 변질될 수도 있다."

-연금액이 얼마나 줄어드나.

"월소득이 3백60만원인 직장인(1988년 가입)이 연금에 30년 가입했을 경우 현 제도대로 하면 월 1백17만7천원을 받지만 개선안대로 하면 1백10만여원을 받게 된다. 월 7만6천원 줄게 된다."

-국민연금의 장점은 뭔가.

"원금에다 5.6%(고소득층)~22.3%(저소득층)의 수익률을 더해 받는다. 원금을 못건지는 경우는 없다. 수익률이 가장 낮은 경우에도 시장금리보다 높다. 어떤 금융상품보다 수익률이 높다.

개인연금은 일정 기간만 연금을 주는 경우가 많지만 국민연금은 죽을 때까지 준다. 본인이 연금을 받다 죽으면 배우자.18세 미만 자녀 등 유족에게 40~60% 가량의 연금이 나간다."

신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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