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일근의 여름나기 편지] 도라지 사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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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도라지는 여름에 꽃을 피웁니다. 흰꽃도 피고 보라색 꽃도 핍니다. 요즘에도 꽃이 좋아 도라지 꽃밭을 지날 때 그냥 지나치기가 어려울 정도입니다. 시골사람들 텃밭에다 도라지를 심어 나물반찬도 하지만 도라지 뿌리가 천식에 좋아 가까이 심어둡니다. 기침이 심하면 그 뿌릴 캐어 날 것으로 씹어먹습니다.

도라지는 흰꽃이 피는 백도라지를 으뜸으로 칩니다. 그래서 '심심산천에 백도라지'라고 노래하는 것입니다. 우리 동네 어느 분이 약효 좋은 백도라지만 심었답니다. 첫해에는 모두 흰꽃을 피우던 도라지들이 다음해에부터는 보라색 꽃도 함께 피우더라는 것입니다.

집으로 돌아와 곰곰히 생각하니 그것이 사랑이었습니다. 흰꽃은 저희들만 살기에 외로워 보라빛 꽃을 불러들인 것입니다. 세상은 혼자서는 건너갈 수 없는 고해(苦海)입니다. 도라지도 사랑을 하면서 그 바다를 건너가는 것이겠지요. 도라지의 꽃말도 '영원한 사랑'이랍니다.

정일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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