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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재 사진전문기자의 Behind & Beyond] 빌보드 1위 꿈꾸는 래퍼 비와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7면

지난 12일 받은 문자 메시지다.

“내일 비와이의 싱글 음원 ‘휴게소’가 오후 6시에 발매될 예정입니다.

돈이 아닌 꿈과 자신의 길을 따라 걷겠다는 취지의 음악입니다.”

메시지를 보낸 이는 래퍼 비와이의 매니저였다.

이 메시지 덕에 비와이의 꿈 이야기가 다시금 떠올랐다.

그를 만난 게 지난해 7월이었다.

m.net 힙합 경연 프로 ‘쇼미더머니 5’에서 우승을 한 후 딱 일주일 만이었다.

9000대 1의 경연 우승자로서 인터뷰였다.

약속한 시각에 비와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그 시각에 취재기자의 전화벨이 울렸다.

“매니저의 전화인데요.

내비게이션에 2㎞ 남았다는데 차량정체로 차가 꼼짝 안 한다고 하네요.”

“그새 매니저가 생긴 거야?”

“사실은 교회 형이라고 하더라고요. 같이 음악 활동을 했었나 봐요.

겸사겸사 일을 도와주고 있다고 들었어요.”

전화 통화 후 딱 1시간 만에 비와이와 교회 형이 나타났다.

내비게이션에 2㎞ 남았다고 했었는 데 1시간이나 걸린 게다.

아마도 다른 사람들 같았으면 편법을 써서 더 빨리 왔을 터이다.

그런데 그들은 곧이곧대로 온 게다. 2㎞를 1시간 만에 ….

허겁지겁 들어와 연신 죄송하다고 말했다.

그 둘, 순박한 청년들의 모습이었다.

비와이가 힙합을 하게 된 계기를 말했다.

“고등학교 1학년 때 래퍼 씨잼을 만나면서 깊이 빠지게 되었습니다.

하고 싶은 말을 음악으로 한다는 게 매력적이었습니다.

종이와 펜만 있으면 할 말을 글로 쓰고 그것이 바로 예술이 되잖아요.”

어린 시절 음악으로 친구가 된 그 씨잼과 경연의 우승을 다투었던 게다.

9000명 중 둘이 결승에 오른 경연, 영화에나 나올 법한 이야기였다.

취재기자가 부모의 반대가 없었는지 물었다.

“공부해서 안정적인 직업을 가지라고 하셨죠. 그런데 싫었습니다.

영화 ‘세 얼간이’에서 란초가 친구들한테 말하죠.

무하마드 알리한테 노래 시켰으면 알리 인생이 어떻게 됐겠냐고….

비와이한테 다른 일 시켰으면 지금의 비와이는 없었겠죠.”

그는 부모의 걱정과 달리 나름의 확신이 있었다고 했다.

“중 3때 이지성 작가의 ‘꿈꾸는 다락방’이라는 책을 읽었습니다.

‘생생하게 꿈꾸면 이뤄진다’는 공식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때 저는 꿈조차 없었습니다.

꿈을 이루려면 꿈이 있어야 하잖아요.

고 1때 적성검사에서 추천 직업이 음악가, 프로듀서, 화가 같은 예술가였어요.

그래서 확신했어요. 이것은 신이 주신 주신 꿈이라고 ….

그 후로 한번도 흔들린 적 없습니다.”

그는 꿈이 생긴 후 스스로 피아노를 배웠다고 했다.

“엄마가 피아노 학원 선생님이었어요.

억지로 배우라고 했는데 싫어서 안 했어요.

그런데 음악을 하고자 하는 꿈이 생기니 하고 싶은 거예요.

그때부터 재미있게 배웠어요.”

그는 9000대 1의 경연에서 우승을 하게 되는 과정에서 어릴 적 꿈을 다 이루었다고 했다.

그 꿈이 ‘신념과 신앙, 그리고 자신의 이야기로 음악을 하는 것’이라 했다.

이젠 또 다른 꿈이 생겼다고 했다.

“미국 진출을 하는 것이 꿈입니다.

먼 훗날, 10년 뒤쯤 빌보드 1위, 그래미상을 받고 싶어요.”

그러면서 한때 꿈꾸는 것조차 두려워했던 소년이 덧붙였다.

“사람들이 적어도 이런 희망 가졌으면 합니다.

비와이도 하는데 나라고 못하겠냐는 희망요.”

꿈조차 없었던 한 소년이 이젠 ‘누군가의 꿈’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누군가의 꿈이 되자고 하는 것’, 그것이 ‘BewhY’의 또 다른 꿈이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shotg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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