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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시, 임대료 부당인상 혐의로 부영 고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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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임대아파트의 임대료를 부당하게 올려 입주자들의 반발을 산 건설사가 경찰에 고발됐다. 전북 전주시는 15일 “물가상승률과 주변 시세 등을 고려하지 않고 임대료를 과도하게 인상한 혐의(임대주택법 위반)로 임대아파트 사업자 ㈜부영을 지난 13일 경찰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임대아파트 2년연속 법정상한 올려 #시 “물가상승률·시세 고려 안 해” #인상폭 이유 건설사 고발 첫 사례 #주민 대표 “서민 사업에 이익 추구” #부영 “법에 근거한 정상적인 인상”

전국 지자체 중 임대아파트의 임대료 인상 폭을 문제 삼아 민간 건설사를 형사고발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그동안 자치단체가 임대료 인상률을 놓고 건설사에 조정 권고를 한 적은 있지만 형사고발을 한 적은 없다.

부영은 전주시 덕진구 하가지구 부영아파트의 임대료를 2015년 1차 재계약 당시 법정 상한선인 5% 인상한 후 지난해에도 5% 수준으로 올려 임차인들과 갈등을 빚었다.

임차인들은 “전북개발공사와 LH 같은 공공 임대아파트들이 2년마다 3.3%~4.9%를 인상하는 것에 비해 2~3배가량 높은 인상률”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전주시에 따르면 2014년 10월 지어진 이 아파트는 24평(전용 기준·59.9㎡) 545세대와 32평(84.9㎡) 315세대 등 모두 860세대에 달한다. 24평의 경우 2014년 입주 당시 임대보증금이 9200만원, 월 임대료는 30만원이었다. 하지만 부영 측이 2015년과 2016년 5%씩을 인상하면서 임대보증금은 1억1430만원, 월 임대료는 33만1000원으로 올랐다.

이 과정에서 회사 측은 지난해 10월 2차 재계약 때도 임차인들과 사전 협의도 거치지 않고 임대료를 5% 더 올렸다는 게 전주시와 주민들의 주장이다.

주민 A씨는 “서민 대상 임대주택 사업자가 이익만 챙기는 것은 횡포”라며 "2년간 10%나 오른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해 재계약을 포기하고 다른 데로 이사간 입주자들이 속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전주시는 주민들의 민원이 빗발치자 부영 측에 임대료를 2.6% 이내로 인하할 것을 두 차례 권고했다. 이 권고안은 임대주택법에 따라 국토교통부의 주거지 물가지수(1.9%)와 인근 전세가격 변동률의 평균치(1.57%)를 고려해 산정됐다.

하지만 부영 측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자 전주시가 법적 조치에 나섰다. “임대료 인상률이 법의 취지에 맞지 않으면 고발이 가능하다”는 국토부의 유권해석에 따라 경찰에 고발한 것이다. 부영 측은 “적법하게 임대료를 인상했다”는 입장이다. 임대주택법 20조 2항에는 ‘임대주택의 임대사업자가 임대보증금 또는 임대료의 증액을 청구하는 경우에는 주거비 물가지수, 인근 지역의 전세가격 변동률 등을 고려해 5% 범위 내에서 인상할 수 있다’는 취지로 명시돼 있기 때문이다.

부영 측은 “지난해 9월의 경우 그해 8월 기준 전주시 주거비 물가지수(2.6%)와 인근 3개 아파트 단지의 평균 전세가격 인상률(5.4%)을 고려해 5%로 결정했다”고 주장했다. 부영 관계자는 “전주시가 비교한 인근 아파트는 임대 의무 기간이 30년, 50년인 LH나 전북개발공사 사례로 해당 아파트처럼 임대 기간이 10년인 민간 사업자와 동일하게 비교하기에는 건설 목적이나 입지 여건 등이 달라 무리가 있다”고 했다.

전주시는 부영 측과 비슷한 상황을 겪고 있는 전북 남원시와 전남 여수시·목포시, 강원 춘천시, 제주 서귀포시 등 다른 지자체와 공동 대응에 나설 방침이다.

박선이 전주시 덕진구청장은 “민간 사업자의 일방적인 임대료 인상을 근본적으로 막기 위해 국회에 계류 중인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 통과를 건의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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