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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김상곤 석·박사 논문 살펴본 교수들 “요즘 기준으론 표절”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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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청문회 준비를 위해 서울 여의도에 마련된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청문회 준비를 위해 서울 여의도에 마련된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쓴 석·박사 학위(경영학) 논문이 “현행 기준을 적용하면 표절”이라는 국내 대학 교수들의 지적이 나왔다. 또 학위를 준 서울대 측의 철저한 재조사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경영학 전공 등 교수 5명, 관련 논문ㆍ문헌 검토 # 3명은 “요즘 기준으론 표절” 한명만 “표절 아니다” # 다른 한명은 "보다 면밀한 조사 필요" 판단 유보 # 여러 문장 옮기면서 출처 표시는 한 곳만 남겨 # 표·그림, 일본 문헌 옮길 때 빠지는 경우 잦아 # #“석사 논문이 박사 논문보다 더 상황 심각” 지적도 #교수들 “논란 줄이려면 서울대의 엄격한 재조사 필요” #

 본지는 13일 민간단체 연구진실성검증센터가 표절 의혹을 제기한 김 후보자의 서울대 경영학 석ㆍ박사논문과 해당 국내·일본문헌 등을 경영학과 교수 3명, 일본인 교수, 연구윤리 업무에 관여했던 대학 부총장 등 5명에게 제시해 판단을 요청했다. 모두 익명을 전제로 응했다.

김 후보자의 박사 학위 논문

김 후보자의 박사 학위 논문

 앞서 2014년 연구진실성검증센터는 김 후보자가 1992년에 제출한 서울대 박사학위 논문(사회주의 기업의 자주관리적 노사관계모형에 관한 연구)에서 약 80여 곳, 82년 석사논문(기술변화와 노사관계에 관한 연구)에서 130여 곳의 표절이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제보를 접수한 서울대 연구진실성위원회는 지난해 박사 논문에 대해서만 예비조사를 실시했고, 같은해 10월에 “국내 4개 문헌 20곳, 일본의 5개 문헌 24곳 등 총 44곳을 정확한 출처 표시 없이 사용했다"며 ‘연구 부적절행위’로 판정했다. 하지만 위원회는 “완전히 연속된 2개 이상의 문장을 동일하게 쓴 경우가 없어 타인의 연구 결과 및 문장을 자신의 것처럼 가장한 '연구부정행위'는 아니다”며 조사를 마무리했다.

김 후보자의 석사학위 논문 

김 후보자의 석사학위 논문

 이번에 본지 의뢰로 논문을 살펴본 교수 5명 중 표절 여부에 대한 명확한 판단을 밝힌 교수는 4명이었다. 이 가운데 3명이 “현행 학회·대학에서 통용되는 윤리 규정을 적용하면 김 후보자의 논문은 표절로 봐야 한다”고 했고, 1명만 “표절로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판단을 유보한 다른 한명은 “보다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현재 경영학 관련 학회장을 맡고 있는 A교수는 ‘표절’로 판단하면서 “학회 학술지, 대학원 학위 논문 심사 모두 과거와 달리 김 후보자가 범한 ‘느슨한 인용’‘불성실한 인용’도 엄격히 규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후보자는 주로 다른 연구자의 문헌에서 여러 문장을 가져 오면서 출처 표시를 한 번만 경우가 많았다. 예를 들어 박사 논문 59~61쪽엔 ‘미군정기 귀속재산에 관한 연구’(김기원, 1989년 서울대 박사논문) 110~112쪽에 있는 11개 문장을 사실상 표현만 바꿔 옮겼다. 그런데 출처 표시는 마지막 문장에만 달렸다.

E교수는 “단어를 바꿔도 핵심적인 내용이 동일하다면 문장이 끝날 때마다 인용 출처를 밝히는 게 원칙인데 이를 어겼다”고 지적했다. 교육부의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은 ‘타인의 연구 내용 전부 또는 일부를 출처를 표시하지 않고 그대로 활용하는 경우’와 함께 ‘일부를 변용해 사용하면서 출처 표시를 하지 않은 경우’도 지침 위반으로 본다.

 ‘표절’이라고 판단한 교수들은 특히 다른 문헌의 표를 용어와 형태만 일부 수정한 뒤 옮긴 행위(박사 논문 163쪽 등)를 문제 삼았다. 서울 소재 4년제 대학 경영학과의 B교수는 “논문 본문에서는 특정 문헌의 인용표시를 하고서는 정작 표에서는 출처를 생략했는데 이는 납득하기 어렵다” 고 말했다. 그는 또 “문헌 연구를 통해 관련 제도를 분석한 논문인데, 이를 전개해 나가는 부분에서 다른 문헌을 옮기면서 인용 조차 불충분하다” 며 “남의 이야기를 논문의 중심에 넣는 식인데, 이렇다면 서울대 판단과 달리 ‘연구 부정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김 후보자가 활용한 일본 문헌의 경우 국내 문헌 보다 "위반 정도가 더 심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 후보자의 석사 논문은 일본학자 이시다 가즈오의 ‘현대기술과 기업노동’(1978), 박사 논문은 오쿠바야시 코지의 ‘소련의 노동내용론’(1983) 등을 표절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국내 대학에서 근무 중인 일본인 D교수는 “일부 원문의 세 문장을 2개 문장으로 재구성했거나 일부를 생략하기도 했지만, 대체로 원문의 단순 번역 수준으로 봐야 한다”며 “출처 표시도 소홀하고, 원문 자체가 인용문인 부분에 재인용이라는 표기도 빠져있다”고 평가했다.

 A교수는 “박사 논문 보다 석사 논문이 더 심각한데, 왜 서울대가 석사 논문은 검증하지 않았는 지 의아하다”고도 했다. 2006년 출범한 서울대 연구진실성위원회는 위원회 출범 전에 나온 석사 논문은 검증하지 않는다는 내부 원칙에 따라 검증에서 제외했다는 설명이다. 연구진실성검증센터의 황의원 센터장은 이날 “서울대 측에 박사 논문 재조사와 석사 논문 조사를 요청해 놓았다"고 밝혔다.

 반면 표절로 보기어렵다고 판단한 서울 사립대 경영학과의 C교수는 “문헌 연구는 특성상 기존 자료와  어느 정도 겹치는 부분이 있을 수 밖에 없다. 중요한 건 핵심 주제와 결론이 유사한 지 여부이지 단순한 인용 표시 부족을 표절로 몰고 가긴 어렵다”라고 밝혔다.
 학위 수여자인 서울대가 문제의 논문들에 대한 재조사를 통해 의혹을 명확히 밝혀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표절 여부에 대한 판단을 유보한 D교수는 “심각한 표절인지 아닌지는 논문의 핵심 아이디어를 다른 사람에게서 차용했는지에 달렸다”며 “논문이 나온 전후 또는 동시대의 연구를 꼼꼼히 살펴야 판단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A교수도 “김 후보자의 논문 주제인 사회주의 국가의 노동관리는 구 소련의 몰락한 1990년대 초반 일부 학자 사이에서 유행했다가 수그러들었다”며“해당 전공자가 적은 분야라 표절 여부를 가리려면 공신력 있는 학회, 학교 차원의 검증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교수들은 “표절의 심각성 여부를 떠나 연구자로서 민감한 문제인 만큼 김 후보자 스스로 입장을 밝히고, 사과할 건 사과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한편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사무실로 출근한 김 후보자는 표절 의혹을 묻는 기자들에게 “청문회에서 다 말씀드리겠다”고만 밝혔다.

천인성ㆍ윤석만ㆍ정현진 기자
guch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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