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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서 생산한 전기로 2700㎞ 떨어진 도쿄 긴자 불빛 밝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동북아 수퍼그리드가 현실화되면 몽골에서 생산한 전기로 2700km 떨어진 일본 도쿄 긴자의 불빛을 밝힐 수 있다. 사진은 긴자의 한 가라오케 내부. [중앙포토]

동북아 수퍼그리드가 현실화되면 몽골에서 생산한 전기로 2700km 떨어진 일본 도쿄 긴자의 불빛을 밝힐 수 있다. 사진은 긴자의 한 가라오케 내부. [중앙포토]

“2700km 떨어진 몽골에서 생산한 전기가 일본 도쿄 긴자(銀座)의 밤을 밝힐 것이다.”
몽골산 전기를 한·중·일·러 주변 4개국이 함께 사용하는 이른바 ‘동북아 수퍼그리드 (super grid)’ 구상이 점점 가시화되고 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최근 보도했다.

블룸버그 "동북아 수퍼그리드 구상 점차 가시화" #초고압송전망 통해 한·중·일·러 4개국에 전기 공급 #몽골 정부, 이달 중 5280MW 사업타당성 조사 마쳐 #소프트뱅크 투자 풍력발전소 올해 말 가동 목표 #손정의 회장, 2011년 후쿠시마 사태 본 뒤 결심 #문재인 대통령 정책 공약으로 제시 "담대한 구상" #전기 판매 위해 적극적인 중국, 안보 위협 과제

‘시비 프로젝트’로 불리는 이 구상은 몽골 동부의 석탄 광산지대인 시비-오부 에너지복합단지에서 생산한 전기를 초고압송전(Ultra High Voltage·UHV) 선로를 통해 각 국에 보낸다는 계획이다.
 일대에 풍부한 석탄을 이용한 화력발전은 물론 인근 고비사막에 거대한 풍력·태양광발전단지를 조성해 가용할 예정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금까지 개념 수준에 머무르던 구상을 현실화하기 위한 조치가 하나 둘 추진되고 있다.
우선 몽골 에너지부와 국영 투자사인 에르데네스몽골이 이달 말까지 발전량 5280메가와트(MW) 규모의 사업타당성조사를 마칠 예정이다.
시비 에너지복합단지 측은 각종 발전소를 세우는 데만 약 70억 달러(약 7조8442억원)가 필요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일본 소프트뱅크와 몽골 뉴컴이 합작해 고비사막 지대에 건설 중인 풍력발전소의 개념도. [사진 스구르에너지]

일본 소프트뱅크와 몽골 뉴컴이 합작해 고비사막 지대에 건설 중인 풍력발전소의 개념도. [사진 스구르에너지]

지난해 9월 일본 소프트뱅크와 몽골 뉴컴이 합작해 착공한 5만 킬로와트(kW)급 풍력발전소도 올해 말 가동을 목표로 건설 중이다.
총 1억2000만 달러(약 1344억원)에 이르는 건설비용 중 70%는 일본국제협력기구(JICA)와 유럽부흥개발은행(EBRD)의 차관으로 충당한다.
소프트뱅크는 앞으로 풍력발전소 2곳을 추가로 지어 발전용량을 7기가와트(GW) 수준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중앙포토]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중앙포토]

동북아 수퍼그리드 아이디어를 최초로 내놓은 사람은 일본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회장이다.
손 회장은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당시 후쿠시마(福島) 원전 사고를 겪으며 신재생에너지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이후 손 회장은 원대한 프로젝트를 가동하기 위해 한국전력·국가전망공사(중국)·로세티(러시아) 등 동북아 3국 핵심 전력회사들의 참여를 이끌어냈다.
소프트뱅크 등 4개사는 4개국을 연결하는 UHV 연결사업 타당성조사를 하기로 지난해 3월 합의한 상태다.

문재인 대통령은 손 회장의 프로젝트에 관심이 많다.
대선 공약집에서 한-러 가스파이프라인 연결사업과 함께 이 프로젝트를 대표적인 에너지 전략정책으로 적시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민주당 대표 시절인 2015년 3월에는 간 나오토(菅直人) 전 일본 총리를 만난 자리에서 “(손 회장의 수퍼그리드 구상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동아시아의 탈원전시대를 위해서 이런 담대한 구상을 진전시켜 나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현재 이 구상에 가장 적극적인 나라는 중국이다.
수퍼그리드를 통해 자국 내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고 남아도는 국내 전기도 판매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중국 국가전망공사는 이미 러시아·몽골·키르기즈스탄 등에 걸쳐 국경을 넘는 10개의 송전선을 운영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중국이 윈난성의 수력과 북부의 지열발전으로 얻은 전기를 태국·미얀마·베트남 등지로 판매하기 위한 전력망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영국 BMI리서치는 동북아의 전력 수요가 2026년까지 매년 3.5%씩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와 관련해 류젠야(刘振亚) 전 국가전망공사 회장은 “다음 30년 동안 (동북아 전역에서) 천문학적인 에너지 수요가 생길 것”이라면서 “그동안 상상할 수 없었던 거대한 청정에너지 발전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직까지는 난제가 많다.
국가마다 전압 규격과 전기값이 다르다는 점이 가장 문제다.
같은 곳에서 생산한 전기를 어떻게 운영하고 분배할지도 아직은 미지수다.
또 장거리 해상 송전선로 건설에는 기술력과 막대한 자본이 필수다.

게다가 안보 상의 문제점도 제기된다.
프랭크 유 우드매킨지 수석 컨설턴트는 “관련국들은 수퍼그리드 연결 과정에서 중국 기술을 사용하는 것과 관련해 국가안보와 안정적인 전력 확보에 위협 요소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고 말했다.

김상진 기자 kine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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