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테러범 신고 방치, 총선 핫이슈로 … 메이의 보수당 과반 상실 예측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8일(현지시간) 치러지는 영국 총선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지난 3일 밤 런던브리지·버러마켓 테러범들의 신상이 공개됐다. 이 가운데 최근 잇따른 테러에 대한 책임 공방으로 막판 선거 판세가 안개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영국 경찰, 사살된 범인 셋 신상 공개 #1명은 극단주의자로 TV에도 등장 #선거 하루 앞두고 판세 예측 불허

영국 경찰이 발표한 테러범 중 한 명이 이슬람 극단주의를 다룬 TV 다큐멘터리에 등장하고, 사전에 두 차례나 대테러 당국에 신고가 됐는데도 방치돼온 것으로 드러났다. 야당인 노동당의 제러미 코빈 대표는 집권 보수당의 테리사 메이 총리가 책임을 지고 사퇴하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런던경찰청은 최소 7명이 숨지고 48명이 다친 런던 차량·흉기 테러 범인 세 명의 신원을 사진과 함께 공개했다. 파키스탄 출신의 영국 시민권자로 런던 동부 바킹 지역에 거주한 쿠람 버트(27)와 역시 바킹 지역에서 지내온 모로코·리비아 이중국적자 라치드 레두안(30), 모로코계 이탈리아인 유세프 자그바(22)다.

버트는 태어난 지 2주 된 갓난아이와 3살 난 아들을 둔 아빠였고, 범행 일주일 전 이웃을 바비큐 파티에 초대하기도 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아스널의 팬으로 테러 당시에도 아스널 셔츠를 입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BBC 등에 따르면 버트는 영국 내 급진 이슬람 단체인 알무하지룬과 네트워크로 연결돼 있다고 한다. 자그바는 지난해 시리아로 향하던 중 이탈리아 정보기관에 발각돼 붙잡혔으며, 이탈리아 측이 이 사실을 영국에도 알렸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이에 따라 버트 등의 테러 움직임을 막아내지 못한 정부의 부실 관리가 도마 위에 올랐다. 극단주의와의 연관성이 뚜렷한 버트와 자그바가 왜 영국의 국내담당 정보기관인 MI5와 경찰의 밀착 감시 대상에서 빠졌느냐는 것이다.

야당은 테리사 메이 총리가 과거 내무장관 시절 경찰인력 감소를 지휘했던 점을 부각하며 연일 맹공을 퍼붓고 있다. 제러미 코빈 대표는 5일 유세에서 “경찰 인력을 2만명 줄일 게 아니라 경찰과 안보 파트에 필요한 모든 자원을 줘야 한다”며 메이 총리의 사퇴를 요구했다.

메이 총리는 ▶극단주의와 테러 계획을 확산하는 인터넷 사이트 접속 중단 조치 ▶테러 범죄에 대한 형량 강화 ▶무슬림 커뮤니티 단속 강화 등을 내세우며 진화에 나섰다.

이런 가운데 총선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에 국제적 관심이 쏠리고 있다. 보수당이 압승할 경우 메이 총리의 국정 장악력이 확고해지고 유럽연합(EU) 단일시장과 관세동맹에서 탈퇴하는 ‘하드 브렉시트’에 힘이 실릴 전망이다. 하지만 그 반대의 경우엔 하드 브렉시트는 동력이 약화된다. 특히 보수당이 과반 달성에 실패하면 메이는 총리직을 유지하기 쉽지 않을 전망이다.

코빈 노동당 대표는 6일 “총선에서 승리하면 제일 먼저 브렉시트 협상의 톤을 재설정하고 EU 시민권자들의 영국 거주를 보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영국 여론조사 기관들은 대체로 보수당이 가장 많은 의석을 가져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보수당의 압승에서부터 과반 상실 전망까지 기관에 따라 결과 예측 편차가 심하다. 지난 2~5일 공개된 여론조사들에서 보수당과 노동당간 지지율은 1~12%포인트의 격차를 보였다. 보수당은 현재 하원(650석)에서 절반보다 6석 많은 330석으로 과반을 점하고 있다.

선거 결과는 노동당 지지 성향이 강한 젊은층의 투표율이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영국 총선 투표는 8일 오후 10시까지 실시된다.

런던=김성탁 특파원 sunty@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