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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닮은 태양광산업, 치킨게임 승자가 5년 뒤 시장 독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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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태양광은 반도체산업처럼 치킨게임으로 갈 것이고, 거기에서 승리한 회사는 5년 후 시장을 독식할 겁니다.”

차문환 한화큐셀코리아 대표 #미국·유럽 고임금·고비용으로 고전 #메이저 중국업체들 기술력 상당해 #대량증설 통해 덩치 키워야 유리

차문환(50·사진) 한화큐셀코리아 대표가 바라보는 태양광 시장의 미래는 이랬다. 현재 세계 1위는 한화큐셀이지만 시장점유율이 10%도 안되고, 1~10위를 합쳐도 세계시장의 절반을 조금 넘는 수준이다. 한마디로 아직 ‘춘추전국시대’다. 그러나 누가 끝까지 버티느냐의 전쟁이 이어져 싸움의 승리자가 승자독식의 성찬을 받게 된다는 게 그의 전망이다. 물론 그가 예상하는 승자는 한화큐셀이다.

한화큐셀이 현재 세계 1위이지만, 앞으로의 상황이 쉽지 않아 보인다.
“현재 세계 태양광 시장의 메이저들은 대부분 중국업체들이다. 이들의 기술력도 상당하다. 미국과 유럽 업체는 고임금·고비용구조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치열한 치킨게임이 벌어지는 이유다. 결국 대량증설이 답이다. 한화의 시장점유율이 10%인데 언젠가 20,30%를 넘어 50%까지 올릴 수 있을 것이다.”
덩치를 키우는 건 중국이 더 유리해 보인다.
“중국도 합병을 통해서 덩치를 키울 수 있지만, 충북 진천공장 증설처럼 대량증설에 나선 곳은 우리밖에 없다. 덩치 다음엔 기술이다. 한화는 민간업체로 ‘퀀텀’이라는 최고의 기술을 가지고 있다. 독일에 연구원만 200명이 있다. 태양광 업체 중 가장 많은 연구원을 보유하고 있다. 경쟁업체보다 최소 1년 이상 앞서 있다고 자부할 수 있다.”
한국 시장은 어떤가. 한국은 국토가 좁고 햇빛이 강하치 않아 태양광 발전이 안 맞다는 지적도 있다.
“너무도 잘못된 얘기다. 그건 석탄이나 원전 쪽 사람들이 하는 얘기다. 한국은 산지가 70%인데, 일본은 80%다. 한국이 1년에 1기가와트(GW)의 태양광 발전설비를 까는 동안 일본은 10GW를 깔고 있다. 위도로 볼 때도 한국은 지중해 도시와 같은 지역이라 조건이 좋은 편이다. 비가 올 때 한꺼번에 쏟아지는 것과 같은 강수량의 기복도 나쁘지 않다. 태양전지를 깨끗이 청소해 줄 수 있다. 호수나 폐염전·쓰레기 매립장·새만금매립지 등 지금도 깔 곳은 널렸다. 다만 최근 경향처럼 도심의 건물 위에 태양광 시설을 까는 것은 규모의 경제를 갖추지 못해 비쌀 수밖에 없다.”
그럼 한국에서 태양광 발전이 잘 확대되지 않는 이유가 뭔가.
“규제 때문에 태양광 설비를 깔 수 있는 장소가 너무 없다. 예를 들어 미관 등의 이유로 주요 도로에서 500m를 지나야만 태양광을 설치할 수 있게 했다. 독일은 도로 바로 옆에 태양광이 바다처럼 펼쳐져 있다. 태양광 발전으로 생길 전기를 받아줘야 할 변전소도 부족하다. 한전이 노력해야할 부분이다.”
언제쯤 정부 지원 없이도 태양광이 화석연료와 발전단가가 같아지는 그리드 패러디(grid-parity)에 도달할 수 있을까.
“솔라셀 가격은 꾸준히 내려가고 있다. 우리도 정부에서 규제를 풀어주고 한전이 관련 설비를 확대한다면 2020년대 초반쯤 그리드 패러티를 맞이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10년 후 태양광 시장을 전망한다면.
“ 정확히 예측할 수는 없지만, 기술의 발전은 항상 사람들의 예측보다 더 빨리 왔다. 에너지 혁명의 날이 멀지 않았다.” 

최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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