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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한편 찍고 100억원 가져가는 중국 배우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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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드라마가 제작비 5억 위안 시대에 진입했다. 우리돈으로 무려 840억원이다. '태양의 후예(130억원)' 6편을 만들 수 있는 금액이다. 웰메이드의 대명사 미드와 비교해도 꿇리지 않는 수준이다.

중국 드라마 제작비 폭등의 원인 #자본의 묻지마 투자가 만든 버블

중국의 드라마 제작비는 5년 전과 비교해 700% 이상 급증했다.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초고속 성장세다. 그렇다면 그만큼 중국 드라마들의 수준이 높아졌다고 볼 수 있는 것일까?

중국을 대표하는 여배우 판빙빙의 지난 2016년 수입이 400억원을 돌파했다. [이매진 차이나]

중국을 대표하는 여배우 판빙빙의 지난 2016년 수입이 400억원을 돌파했다. [이매진 차이나]

이에 대한 중국 드라마 업계 전문가들의 대답은 'NO'다. 제작비 상승이 제작 기술이나 환경에 대한 투자보다는 천문학적으로 치솟은 배우들의 몸 값에 기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중국 미디어 업계 전문가에 따르면, 지난 2000~2001년 드라마 제작비에서 개런티 및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20~35%였다. 그러던게 지난 몇년 새 60~70%까지 치솟앗다. 800억원들여 드라마를 만들면 이중 500억원 가까이를 출연진들이 가져가는 셈이다.

한국 연예인들이 한번 중국에서 뜨기 시작하면 주요 활동 무대로 중국을 택하는 이유다. 이처럼 가파른 상승 속도를 감안하면, 중국 연예인들이 헐리웃 스타들의 몸값을 뛰어넘는 것도 시간 문제라는 분석이다.

로켓 상승, 스타들의 몸값

얼마전 중국 인터넷에 공개 된 전 엑소 멤버 루한의 중국 드라마 출연료가 공개되며 논란이 됐다. 루한이 현재 방영중인 드라마 저톈지(택천기)에 출연하면서 받은 개런티가 1억 2000만 위안, 우리돈으로 무려 197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저톈지 제작진 측은 이를 부인한 상태이지만, 앞서 공개된 중국 스타 출연료 리스트를 감안할 때 불가능한 건 아니라는 게 중국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지적이다.

중국 스타들의 몸값이 여론의 도마에 오른건 지난해 9월 중국 S급 스타들의 드라마 출연료가 공개되면서부터다. 이 리스트에 따르면 2017년 말 방영이 예정돼 있는 사극 드라마 여의전(如懿傳)의 주연배우 저우쉰(周迅)과 훠젠화(霍建華)에게 총 1억 5000만위안의 출연료가 지급됐다. 엑소 출신인 우이판과 루한의 소속사 책정 개런티가 1억 위안을 넘어섰고, 여성 톱스타 안젤라베이비와 판빙빙의 출연료도 각각 8000만 위안, 3000만 위안을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최고 몸값을 자랑하는 이영애의 최근 출연작 사임당 빛의 일기의 1회당 출연료가 1억 4000만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드라마가 28부작인점을 감안하면 이영애의 출연료는 최대 30억원 정도다.

저텐지에 출연 중인 루한 [출처: 이매진 차이나]

저텐지에 출연 중인 루한 [출처: 이매진 차이나]

중국 국영방송 CCTV의 지난해 보도에 따르면, 중국 인기배우들의 출연료는 2500만~1억 위안 수준으로 30년전과 비교해 5000배 넘게 올랐다. 평균 제작비에서 출연료가 차지하는 비중도 50%에 육박하며 엔터테인먼트산업 선진국으로 볼 수 있는 미국과 한국의 20~30%를 훌쩍 뛰어넘은 상태다. 한 출연자의 개런티가 상승하면, 소위 같은 ‘레벨’로 분류되는 연예인들의 몸값도 같이 오르는 악순환이 반복되면서 출연료 상승 속도가 점점 더 빨라지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논란이 커지자 중국 당국이 직접 나섰다. 중국 청년보에 따르면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는 배우들의 출연료 총액이 전체 제작비의 30%를 넘지 못하도록 하는 영화산업촉진법 초안을 심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호응한 미디어 관련 협회들도 영화제작사 등과 함께 자율 공약을 만드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선언하고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출연배우의 출연료에 대해 합리적인 통제와 규제가 있어야 하며, 이를 통해 제작비를 작품의 질을 높이는 데 사용해야 한다 - 둥중위안(董中原) 전국인민대표대회 의원

시장이 발전하면서 참가자들에 대한 보수가 올라가는 것은 당연하지만, 지금의 수준은 중국의 엔터테인먼트 시장에서 무언가 불공정한 일이 벌어지고 있음을 말해준다 -중국의 유명 액션 영화배우 견자단(전쯔단,甄子丹 )

중국 영화업계, 언제까지 견딜 수 있을까?

초호화 몸값은 드라마 업계의 문제만이 아니다.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중국 영화시장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다. 최근 중국 영화 시장의 구조를 잘 살펴보면 스타들의 출연료가 왜 이렇게 치솟았는지, 또 어떤 문제를 안고 있는지 엿볼 수 있다.

중국 영화 시장은 지난 2015년을 기점으로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줘야오지(捉妖記,착요기), 로스트 인 홍콩 등 초트급 히트작들이 잇따라 쏟아져 나오며 중국 드라마 르네상스 시대가 열렸다. 2015년 중국 영화시장의 총 티켓수입은 440억위안으로 전년 동기대비 50% 가까이 급증했다. 흥행작 상위 10개 영화 중 7편이 중국 영화였다.

이를 계기로 중국의 대규모 자본들도 영화판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인터넷 기업들은 물론 금융, 부동산, 제조업 관련 기업들까지 영화제작사를 설립하거나, 대규모 지분 투자에 나섰다. 중국 민생증권에 따르면 지난 2015년 영화를 포함한 문화 업계에 유입된 자금 규모가 35조 6000억원에 육박했다. 이 같은 투자열기에 힘입어 1년새 중국 전역에 새롭게 만들어진 스크린 숫자도 8000개를 넘어섰다.

중국 영화 르네상스 시대를 연 줘야오지의 후속판이 오는 2018년 개봉한다. [출처: 이매진 차이나]

중국 영화 르네상스 시대를 연 줘야오지의 후속판이 오는 2018년 개봉한다. [출처: 이매진 차이나]

단적인 예로 지난 2015년 6월 열린 상하이영화제 참가자 명단에 새롭게 이름을 올린 신생 영화사가 수십 여 곳으로, 이들이 만들어 제출한 신작 홍보 영상만 200여편에 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투자자금 특성상 영화 자체 보다는 수익률에 주목한다는 것이다. 대기업들의 자금 지원을 받는 대형 영화제작사들이 일정부분 흥행이 보장된 소수의 톱스타에 목을 메는 이유다. 경쟁적인 영입 시도로 출연자들의 몸값을 천정부지로 치솟게 하면서, 수익성을 이유로 제작비는 제한하니 영화의 질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새로운 시나리오에 보다는 관객들의 사전 관심도가 높은 리메이크 영화의 비중이 급증한 점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반면 중국의 엔터테인먼트 업계는 이 같은 투기성 자금 공세를 견뎌내기에 내공이 부족하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주된 지적이다. 대표적인 예가 시장 자체적인 가격 결정 체계의 부재다. 이로 인해 한 출연자의 개런티가 상승하면, 소위 같은 ‘레벨’로 분류되는 연예인들의 몸값도 별다른 이유 없이 덩달아 치솟는 악순환이 반복되면서 자본에 대한 의존도가 갈수록 높아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중국 연예인들의 몸값이 출연료에 대한 업체간 일정 가이드라인이 형성돼 있는 미국, 우리나라에 비해 빠른 속도로 치솟을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아울러 이 같은 자본 의존 현상을 악용하려는 스타와 영화 제작자도 점점 늘어가고 있다. 중국 투자기관 이카이캐피탈의 왕란 회장에 따르면, 최근 일부 연예계 유명 연예인과 영화 제작자들이 자체적인 영화 제작업체를 만들고 자신이 직접 대량의 지분을 사들인 뒤 대형기업이나 상장사에 되팔아 수익을 남기는 사례가 빈번하게 이뤄지고 있다.

왕 회장은 이와 관련해 “자신의 지명도와 인맥을 동원해 회사의 가치를 부풀린 뒤 매각해 차익을 취하는 등 엔터테인먼트 업계 전반의 도덕적 해이가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차이나랩 이승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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