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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는 알고 한국은 모르는 中해군의 비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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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북핵 등으로 한반도 주변 정세가 급박하게 돌아가면서 국내에서 주목하지 못한 뉴스가 하나 있다. 중국의 해군 관련 뉴스다. 중국이 대양 해군을 지향한다는 건 어제오늘 얘기는 아니다. 한데 최근 중국의 행보를 보면 스멀스멀 다가오는 우리의 안보 위협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 해군 순시

시진핑(習近平) 국가 주석이 5월 24일 해군 작전지휘소 등 해군 주요 시설을 돌아봤다. 군 통수권자인 당 군사위 주석을 겸하고 있는 그가 해군을 순시한 것은 새로울 게 없다. 지금까지 서너 번쯤 되니까. 그러나 방문 시점과 발언이 예사롭지 않다.

첫째 시점이다. 그는 5월 15일 일대일로(육·해상 실크로드) 정상 포럼이 끝난 지 9일 만에 해군을 찾았다. 포럼 후 베이징을 벗어난 첫 일정이다. 그래서 일대일로 연장선에서 해군 방문을 봐야 한다. 관영 CCTV까지 나서 국내외적으로 일대일로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는 때에 시 주석의 해군 방문은 여러 가지 함의가 있다고 논평했다. 일대일로와 해군, 둘이 아니라 하나라는 얘기다. 베이징에서 끝난 일대일로 포럼에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비롯한 29개국 정상을 포함해 한국 등 130여 개국에서 약 1500명의 대표가 참석했다.

시진핑 주석이 최근 해군 지휘소를 방문, 해군 지휘관들과 악수하고 있다 [사진 신화망]

시진핑 주석이 최근 해군 지휘소를 방문, 해군 지휘관들과 악수하고 있다 [사진 신화망]

둘째, 시 주석의 발언이다. 그는 해군 지휘소에서 " '중화 민족의 위대한 부흥'이라는 '중국의 꿈'을 실현하는 데 강력한 해군이 중대한 요소"라고 역설했다. "강력하고 현대화한 해군이 세계 일류 군대의 중요한 증좌이자 해양강국 건설의 전략적인 지주"라는 말도 했다. 물론 새로운 건 아니다. 군 통수권자로서 당연히 할 수 있는 말이다. 그런데 중화부흥에 해군이 중대한 요소라는 말에 함의가 깊다. 육군도 있고 공군도 있는데 왜 하필 해군일까.

일대일로가 중화부흥을 위한 세계 전략이자 전술이라는 것, 이제 국제사회가 다 안다. 그래서 시 주석의 말을 다시 풀면 "일대일로를 실현하는 데  강력한 해군이 중대한 요소"가 된다. 앞으로 일대일로와 대양 해군이 맞물려 돌아갈 것이라는 시사다. 중국 국방부는 예상대로 "일대일로와 군사적 연계는 터무니없다"는 반응이다. 주변국들의 중국 위협론을 의식해 그런 반응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인도와 싱가포르는 달랐다. 일대일로 포럼이 끝난 지 3일만인 5월 18일부터 일주일 간 남중국해에서 대대적인 합동 군사 훈련을 했다. 일대일로를 통한 중국과의 경제 문화 인문 교류는 참여하되 행여 있을 수 있는 안보적 위협에 대비하는 모양새다. 한국이 멍 때리는 사이 인도와 싱가포르는 이렇게 기민하게 움직이고 있다.

#해군 실크로드

중국을 보는 눈에 있어서 러시아도 둘째가라면 서럽다. 최근 러시아 위성망이 이런 분석을 했다. "중국은 일대일로를 앞세워 해군의 실크로드를 건설하고자 한다. 일대일로가 부르짖는 국제 평화는 (중국 입장에서) 강력한 해군의 지원이 없으면 어렵기 때문이다." 일대일로를 무작정 의심하자는 얘기가 아니다. 밖으로 보이지 않는 일대일로의 이면을 봐야 (국가안보에 대한)대비를 하고 서로 윈윈하는 협력 모델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중국 해군이 전 세계를 잇는 ‘해군 실크로드’건설을 추진 중이다 [사진 러시아 스푸트니크뉴스]

중국 해군이 전 세계를 잇는 ‘해군 실크로드’건설을 추진 중이다 [사진 러시아 스푸트니크뉴스]

사실 중국인들도 이런 속내를 숨기지 않는다. 런위안저(任遠喆) 중국 외교학원 교수는 러시아 위성망에 "중국은 글로벌 일대일로를 추동할 경제와 군사적 잠재력이 있다"고 자신했다. 야로슬라프 쿠지미노프 러시아 고등경제대학 총장은 한 걸음 더 나가 "일대일로와 함께 나가는 중국 해군은 (일대일로) 연선 국가들의 안보 우산 역할도 할 것이다. 그게 중 해군의 중요하고도 새로운 사명이다"고 단언한다. 미국이 약소 국가에 핵우산을 제공하듯 안보 동맹 국가를 만들겠다는 시사다.

사실 해군 실크로드는 이미 건설 단계에 들어갔다고 보는 게 맞다. 중국 해군 함대가 해군 창설 68주년 다음날인 4월 24일부터 아시아, 유럽, 아프리카 국가와 호주 등 20여 개국을 방문하는 원양항해를 하고 있어서다. 사상 최대 규모의 함대 세계 일주인데 방문 항구 대부분이 일대일로 참여 국가들이다. 특히 동남아에서는 중국이 해상 실크로드와 관련 공을 들이는 필리핀과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파키스탄 등이 모두 포함돼 있다.

해상 훈련 중인 중국 함대 [사진 바이두]

해상 훈련 중인 중국 함대 [사진 바이두]

중국의 해군 군사전문가 리제(李杰)는 "현재 진행 중인 해군의 우호 방문이 일대일로가 평화 캠페인일 뿐 아니라 강력한 해군력의 지원을 받고 있다는 점을 방문국에 알리려는 것"이라고 분석한다. 상하이의 해양 전문가 니러슝(倪樂雄) 역시 "중국이 일대일로를 촉진하기 위해 경제력과 군사력을 모두 갖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를 원한다"고 풀었다. 물론 아직은 이르지만 중국 항모가 해상 실크로드를 누빌 날도 멀지 않았다. 중국은 2023년까지 항모 4척, 항모전단 3개를 실전 배치 운용하는 체제를 구축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해병대 군단 창설

중국군이 조만간 육전대(해병대) 병력을 10만 명 규모로 늘려 육전대 군단(軍級)을 창설한다는 뉴스가 5월 30일 있었다. 광둥(廣東) 잔장(湛江) 등에 주둔하는 2개 여단, 2만 명 규모의 해병대를 병력 10만 명을 보유한 6개 여단으로 확대한다는 것이다. 이쯤 되면 대륙 국가인 중국이 해양 국가를 선언한 것과 다를 바 없다.

중국 해병대 훈련 [사진 바이두]

중국 해병대 훈련 [사진 바이두]

중국이 이처럼 해병대 증강에 나선 것은 동중국해와 남중국해 등에서 핵심 이익을 수호하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동시에 일대일로 추진 과정에서 있을 수도 있는 미국 및 일본과의 충돌을 염두에 둔 것 같다. 강력한 해병대는 해군에 육군의 기능을 융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일대일로 연선 국가들에 대한 군사적 영향력을 그만큼 확대할 수 있는 핵심 자산이다.

다시 인도와 싱가포르 합동 군사훈련 얘기다. 도대체 둘은 왜 일대일로 포럼이 끝나기가 무섭게 남중국해에서 합동 해군 군사훈련을 했을까. 두 국가의 최근 행보에 답이 있다. 인도는 일대일로 포럼에 참석을 거부했다. 중국이 일대일로를 앞세워 인도의 앙숙인 파키스탄에 620억 달러(약 70조원)을 쏟아붓고 있다는 게 이유다. (일대일로에서)안보 위협을 느낀 것이다.

중국-파키스탄 경제회랑(CPEC) 프로젝트 규모 [자료: 비즈니스 리코더]

중국-파키스탄 경제회랑(CPEC) 프로젝트 규모 [자료: 비즈니스 리코더]

싱가포르는 이번 일대일로 포럼에 초청을 받지 못했다. 대신 중국은 말레이시아와 손 잡고 수많은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싱가포르에서는 중국이 이제 싱가포르를 포기하고 말레이시아와 손잡고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싱가포르의 친미 행보가 중국을 자극했다는 것이 정설이다. 싱가포르가 발빠르게 인도와 손을 잡고 군사훈련을 하게된 배경이다. 한국 역시 형편이 크게 다르지 않다. 한미 동맹을 굳건히 하면서 중국과 소통해야 한다는 점에서 싱가포르와는 동병상련의 처지다. 다만 다른 것은 싱가포르는 미리 안보 위협에 대비하고 있지만 한국은 '멍~' 하고 있다는 거다.

차이나랩 최형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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