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티스 국방장관 "지금은 경제ㆍ외교적 압박 우선"

중앙일보

입력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이 아시아 우방국들을 상대로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대북 정책을 선명하게 설명했다. 선(先) 외교ㆍ경제적 압박, 정권교체 배제, 완전한 비핵화라는 세 가지로 요약했다.

3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시아안보회의에서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이 '미국와 아시아ㆍ태평양 안보'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 유튜브 캡처]

3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시아안보회의에서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이 '미국와 아시아ㆍ태평양 안보'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 유튜브 캡처]

 매티스 장관은 지난 3일(현지시간)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에서 “지금은 상황을 통제하기 위해 모든 경제적ㆍ외교적 수단을 쓰는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예고 없이 대북 선제타격에 나설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다. 앞서 2일 데이비드 헬비 국방부 아태차관보 대리는 취재진에 “우리 대통령은 압박을 최대화하는데 초점을 맞추는 새로운 대북 전략을 시작했다”며 “이는 현시점에서는 주로 외교적ㆍ경제적 시도로 군의 역할은 외교적 노력을 지원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샹그릴라대화서 대북 3원칙 재확인 #펜타곤 "군은 외교적 압박 지원 역할" #"영구적 핵 폐기" 핵 동결 목표설 일축

  매티스 장관은 북한 정권 교체를 시도하지 않는다는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의 과거 언급도 다시 거론했다. 그는 “틸러슨 장관이 밝혔듯이 우리의 목표는 정권 교체가 아니며 우리는 아시아의 불안정을 원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는 북한만 아니라 중국도 겨냥한 트럼프 정부의 대북 원칙이다. 비핵화된 북한을 전복시키지 않겠다는 약속인 만큼 중국이 북한 비핵화에 전력투구하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앞서 크리스토퍼 포드 백악관 대량살상무기ㆍ비확산 담당 국장도 2일 워싱턴에서 열린 미국군축협회 행사에서 “정권교체가 목표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매티스 장관은 트럼프 정부가 북한의 핵 폐기가 아닌 핵 동결을 현실적인 목표로 삼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우려도 일축했다. 그는 “(북한이) 최종적으로 영구히 핵과 탄도 미사일 프로그램을 포기하는 것”이라고 대북 목표를 규정했다.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는 목표는 핵 폐기에 있음을 분명히 했다.

 매티스 장관의 설명은 군사적 해법을 뒤로 미뤄놨다는 점에서 한국 정부의 평화적 비핵화 원칙에 부합된다. 하지만 현 단계를 외교ㆍ경제적 압박 시기로 규정해 향후 인도주의적 접촉을 넘어서는 남북간 경제 협력에 대해선 선을 분명히 그을 것임을 시사했다. 개성공단 재개나 금강산 관광과 같은 남북 경협은 외교적ㆍ경제적 압박과는 상충되기 때문이다. 헬비 차관보 대리 역시 “우리는 북한에 대한 경제적 압박을 늘리고 외교적 고립을 확대하는데 한국ㆍ일본 등 동맹국과 함께 하고 있다”며 “적절한 때가 왔을 때 우리는 대화할 준비가 돼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지금은 대화할 때가 아니며 한국도 압박과 제재 대열에서 이탈하지 말아야 한다는 뜻이다.
워싱턴=채병건 특파원 mfemc@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