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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주, 체포, 시신 발견 그리고 강제송환 ... 아직 끝나지 않은 유병언 일가 사법처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장녀 유섬나(51)씨가 프랑스 파리에서 3년간의 도피 생활 끝에 7일 한국으로 강제 송환된다. 법무부 관계자는 "프랑스 파리에서 신병을 인수받을 준비를 마쳤다"고 말했다. 마지막 도피자였던 섬나씨가 송환되면 2014년 5월 시작된 검찰의 '유 전 회장 일가 검거 작전'은 마무리된다.

유병언 장녀 유섬나

유병언 장녀 유섬나

섬나씨는 한국에서 디자인업체 '모래알디자인'을 운영하며 492억원을 횡령·배임한 혐의를 받고 있다. 2014년 4월 인천지검 특별수사팀은 프랑스 파리에 있는 섬나씨에게 출석을 통보했으나 불응하자 체포영장을 발부받았다. 인터폴을 통해 적색수배령을 내려 그는 그해 5월 체포됐지만 미성년자 아들이 있어 1년1개월만에 조건부 석방됐다.

프랑스 정부는 지난해 6월 섬나씨를 송환하기로 최종서명을 했다. 그가 이에 불복해 프랑스 최고행정법원인 국사원(콩세이데타·Conseil d'Etat)에 제기한 소송이 각하돼 강제송환이 확정됐다. 법무부 관계자는 "섬나씨가 도피하거나 유럽인권재판소에 제소하지 않으면 7일 인천국제공항으로 입국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세월호 침몰, 유병언 일가 도피의 시작

2014년 4월 16일 세월호가 침몰한 원인 중 하나로 인천지검 특별수사팀은 세월호의 실소유주인 유 전 회장과 그 일가의 경영비리를 지목했다. 검찰은 2014년 5월 유 전 회장에게 소환조사를 통보했지만 그는 불응했다. 압수수색 영장과 구인장을 발부받은 검찰이 기독교복음침례회(구원파)의 근거지인 금수원을 수색했지만 유 전 회장은 이미 도주하고 없었다. 검찰은 유 전 회장을 지명수배하고 그 일가와 도피를 돕는 측근에 대한 대대적인 검거 작전에 돌입했다.

금수원에 진입한 경찰들이 예배당 견물인 안성교회를 둘러싸고 있다. 내부에서는 검찰 수사관들이 압수 수색을 벌였다.

금수원에 진입한 경찰들이 예배당 견물인 안성교회를 둘러싸고 있다. 내부에서는 검찰 수사관들이 압수 수색을 벌였다.

▶유병언 아내 권윤자씨, 형제, 여동생, 매제 줄줄이 체포

경찰은 2014년 6월 21일 오전 경기 성남시 분당구 한 오피스텔에서 유 전 회장의 부인 권윤자(75)씨를 긴급체포했다. 유 전 회장의 매제인 오갑렬 전 체코대사 부부를 서울 자택에서 긴급체포한 다음날이었다. 권씨는 세월호 참사 직후 금수원에 모습을 드러낸 뒤 종적을 감췄다. 휴대전화를 꺼놓고 거주지를 옮겨다닌지 1달여 만이었다. 권씨는 구원파의 재산을 담보로 297억여원을 대출받아 남동생 권오균씨와 사업에 사용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항소심에서 권윤자씨는 징역 1년6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았다.

긴급체포되는 유병언 아내 권윤자씨 [사진 연합뉴스]

긴급체포되는 유병언 아내 권윤자씨 [사진 연합뉴스]

권씨를 체포한 다음날 검찰은 유 전 회장의 동생 유병호씨도 대구 수성구 자택에서 체포했다. 유 전 회장의 친형 유병일씨는 같은 달 13일 금수원 주변 야산 진입로에서 경찰의 검문검색 걸려 긴급체포됐다. 병일씨는 부인이 운전하는 차량의 조수석에 동승한 상태였다.

▶장남 유대균씨, '호위무사' 박수경씨와 검거

유 전 회장의 장남 유대균씨는 2014년 7월 25일 도피 3개월여 만에 은신처에서 체포됐다. 경찰은 대균씨 측근의 부동산 이용 현황을 분석한 결과 빈 집에서 수도와 전기를 계속 사용 중인 것을 확인했다. 경찰은 이 오피스텔을 급습해 대균씨와 함께 있던 이른바 '호위무사' 박수경씨를 체포했다. 박씨는 구원파에서 '신엄마'로 불리던 신명희씨의 딸이다. 박씨는 170cm의 키에 깔끔한 용모, 태권도 공인 6단 갖춘 국제심판 경력으로 주목을 받았다.

유대균(좌)씨와 박수경(우)씨

유대균(좌)씨와 박수경(우)씨

대균씨와 박씨는 세월호 참사 6일 뒤인 4월 22일부터 함께 도피생활을 시작했다. 이들은 금수원에서 차량을 타고 경기도 용인의 한 오피스텔로 이동했다. 유씨가 먼저 내렸고 박씨는 주변을 몇 바퀴 더 돈 뒤 같은 곳으로 들어갔다. 두 사람은 6평짜리 오피스텔에서 3달이 넘게 집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오피스텔 내부엔 TV도 없었고, 먼지가 쌓인 노트북 1대와 휴대전화, 도피자금 약 2000여만원이 있었다. 체포 당시 아버지의 사망 사실 조차 몰랐던 대균씨는 호송 차량에서 경찰관에게 듣고 크게 놀랐다고 한다.

대균씨는 2002년 5월부터 2013년 12월까지 세월호를 운영한 선사 청해진해운 등 계열사 7곳에서 상표권 사용료와 급여 명목으로 73억9000만원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2015년 5월 항소심에서 대균씨는 징역 2년을 선고 받았다.

▶유병언, 매실밭에서 부패한 시체로 발견

2014년 6월 12일 전남 순천의 한 매실밭에서 유 전 회장으로 추정되는 부패한 시체가 발견됐다. 시신은 겨울 점퍼를 입고 하늘을 바라본 채 누워있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 결과 이 시체의 유전자(DNA)가 병일씨와 상당히 일치하는 것으로 22일 발표됐다. 시신의 지문과 유 전 회장의 지문도 일치했다.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사망)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사망)

매실밭은 유 전 회장의 마지막 행적이 발견된 순천 송치재 별장 '숲속의 추억'에서 2.3km 떨어져 있었다. 검찰은 2014년 5월 25일 별장에 들이닥쳤지만 유 전 회장을 발견하지 못했다. 유 전 회장은 별장 2층 통나무 벽 안의 비밀 공간에 숨어있다가 빠져나간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유 전 회장이 급박한 상황에서 현금을 버려둔 채 육포 등 간단한 먹을거리만 챙기고 도주하다 기진맥진해 사망한 것으로 추정했다. 유 전 회장이 숨었던 별장 2층 은신처에선 현금 8억3000만원과 미화 16만 달러가 발견됐다.

송승환 기자 song.seunghw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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