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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려라공부] '토익 만점' 중1 학생 성준이의 비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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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영어를 제대로 공부한 지 32개월 만에 토익 990점 만점을 기록한 광주 동명중학교 1학년 박성준(左)군과 어머니 이현숙씨가 점수를 통보받고 활짝 웃고 있다.

지방의 중.고교생 형제가 나란히 토익 만점을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박새벽(16.광주과학고 1)군과 박성준(13.광주 동명중 1)군이 그 주인공. 동생 성준이는 지난해 말 '영어공부 무조건 따라하지 마'(글로세움)라는 책에서 영어정복 기법을 일부 공개하기도 했다. 영어를 제대로 공부한 지 3년이 채 안 돼서다. 외국 경험이라곤 중국 연수가 전부다. 그는 특별한 재능을 타고난 걸까?

"비법을 물어봐 초등영어 영재가 되고 싶다"는 당찬 여학생 서울 대치초등학교 4학년 장인희양이 성준이 오빠에게 영어 공부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얘기하고 '6개월 영어정복'을 위한 조언을 구했다.

▶인희="3학년 때부터 영어학습지를 시작했는데 저도 오빠처럼 될 수 있을까요?"

▶성준="중국 연수 때 자극을 많이 받았어. 말썽꾸러기로 놀던 내가 다른 나라 애들과 친해지고 싶은데 한마디도 못 나눴지. 그래서 영어를 시작했어. 그게 초등학교 4학년 때였지."

▶인희="그래도 만점은 아무나 받는 게 아니잖아요."

▶성준="그렇지. 인희도 고득점을 받으려면 어른처럼 학원에서 연습시키는 '스킬'만 가지고는 안 될 거야. 반드시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는 거지. 또 책을 읽으려면 기본문장 구성방식 정도의 문법은 익혀놔야 해. 비교적 시간이 많은 초등학교 때 시작하면 하루 2시간씩 6개월 정도면 효과가 날 거야."

◆ 1~2개월, 문법

^인희 "어릴수록 말하기부터" vs 성준 "문법이 모든 학습의 토대"=발음을 익히는 것은 중요하지만 무조건 말부터 배우면 금방 한계를 느끼게 되지. 나는 '두 달(2 months)' 시간제한을 두고 '5형식과 품사' 문법만을 집중 학습했어. 그림이 많고 우리말이 거의 없는 문법책을 골라서 매일 봤지. 문장형식과 품사의 용법만 제대로 배우면 단어가 아무리 어려운 문장이라도 대충의 의미는 파악하니까. 'to study'라는 구문이 나오면 보통 'to 부정사'를 먼저 암기하지만 실제 그 명칭은 중요치 않아. 대신 "~하는 것"이라는 의미를 익히면 되지. 아무리 하찮아도 왜 그럴까 생각하고 원리를 이해하려 해 봐. 나는 세세한 문법설명이 없는 게 상상력과 호기심을 펼 수 있어 좋더라. 예컨대 과거분사 'have dropped'를 처음에는 왜 '떨어짐을 가지지?'라고 해석했는데 예전에 책에서 읽었던 'have fallen'과 연관시켜 공통점을 깨달으면서 경험으로 배워나가는 식이지.

^인희 "문법 배워서 말도 못해요" vs 성준 "5개 영역을 골고루 매일 10분씩"=문법 무용설이 나온 건 문법만 배워서지 문법이 중요하지 않아서가 아니야. 방법은 문법.읽기.말하기.듣기.쓰기 5개 영역을 골고루 학습하는 거야. 나는 한 영역당 10분씩 정도 잡고 하루 2시간을 공부했어. '듣기'는 일단 회화 테이프를 한두 문장이라도 받아 적어보는 것부터 시작했고, '쓰기'는 집에 돌아와서 2~3줄이라도 꼭 일기를 쓰려고 했지. 처음에 테이프가 있는 이야기책을 사다가 A면 듣고 한번, B면 듣고 한번 각각 짧게 영어로 요약해보며 '말하기'연습을, 다시 한번 듣고 보충한 다음 해당 영어책을 직접 읽으면서 '읽기'연습을 했어. 명심해. 이 모든 5개 영역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역시 '문법'과 '읽기'란다.

◆ 3~4개월, 이야기책

^인희 "어떤 애들은 벌써 두꺼운 원서 읽어요" vs 성준 "이야기책으로 수준 차근히 높여야"=형식을 익혔다면 이제는 재미를 붙일 때지. 뭐니뭐니 해도 재미로는 '이야기'만한 게 없어. 하지만 자기 수준에 맞는 이야기가 재미있겠지? 나는 신데렐라 '스토리북' 부터 시작해 차차 '보물섬' '셜록 홈즈' '해리포터' 6권 전집을 읽었어. 재미를 붙이다 보니 '보물섬'은 각 출판사별로 5권을 넘게 봤고 '해리포터' 시리즈는 통째로 다섯 번이나 읽게 되더라. 차츰 어린이 영어잡지 '타임 포 키즈'에서 과학.역사.인물 등의 기사로 독해를 확대했지. 롱맨 영영사전을 옆에 끼고 다녔어. 4~5일에 한 권씩 꼭 읽었으니까 일년에 60~80권 정도 읽은 것 같아.

◆ 5~6개월, 시험 도전

^인희 "학교시험만 잘 보면 되는데…" vs 성준 "실력측정을 위한 시험에 도전해야"=늦게 영어를 시작해서 만점을 받은 것은 다양한 영어 시험에 도전해 실력을 체크한 덕분이지. 토익 브리지(Toeic Bridge).토익에서 둘 다 만점을 받았으니 이제는 텝스.토플에 도전하고 싶어. 영어 영재의 첫걸음은 내 영어 실력을 정확하게 아는 것이지.

이원진 기자

*** 성준이 엄마의 비결은

좋은 영어책 찾아 서점 뒤지고
형과 경쟁도 유도, 나란히 만점

토익 만점 형제의 뒤에는 영어 이야기책을 쉼없이 모아온 열성 엄마가 있었다. 이현숙(46)씨의 하루 일과 중 빠지지 않는 것은 교재를 사모으기 위해 동네 영문 서점을 찾는 일. 책방 주인들도 "이렇게 열심인 부모는 처음 봤다"며 혀를 내두를 정도다. 이래서 한 권, 두 권 쌓인 게 벌써 1000여 권이 훌쩍 넘었다.

이씨는 왜 아이들 영어교육에 매달렸을까? "영어공부로 자신감이 생기면 다른 학습도 주도적으로 할 수 있기 때문"이란다. 3년 전 게임 중독에 빠진 말썽꾸러기 새벽군과 성준군을 단기 중국연수에 보낸 건 이씨지만 아이들은 중국어는 물론 영어의 필요성을 스스로 느끼고 돌아왔다.

의지가 생긴 두 아들을 이씨는 방과 후 자신이 운영하는 초등영어학원에서 매일 2시간씩 직접 가르쳤다. 아이들은 서로 경쟁하며 토익 만점을 약속하고 지켜냈다.

이씨는 비결을 '숫자 2에 기초한 꾸준함'에 돌린다. "영어를 싫어하던 아이를 붙잡고 하루도 빠짐없이 저녁 2시간을 함께 보냈다"며 "'2개월'이라는 기한을 정해둔 것도 싫증내는 아이들에게는 주효했던 것 같다"고 활짝 웃었다.

정작 이씨는 서른여섯 살이 되어서야 영어를 본격적으로 배웠다. 늦깎이로서 가장 효율적인 공부법을 연구했다. 혼자만 간직하기 아까워 아이들을 가르쳐 보며 실험했다.

변호사를 하고 있는 아버지도 도움을 줬다. IHT 등 영자신문을 회사에서 가져와 아이들과 되도록 영어 얘기를 나누려고 노력했다.

이원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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