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단독] 재계, 문 정부 정책 30개 반박할 자료 만들어 놨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1면

경제단체가 비정규직 감축 등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에 대한 분석·의견을 담은 보고서를 작성한 것으로 확인됐다. 45쪽 분량의 ‘신정부 대선 공약 분석 및 경영계 의견’은 지난달 30일 만든 것으로 표기돼 있다.

“정규직화, 기업 자율 중요” 등 #경제단체, 공약분석 의견서

의견서는 ▶일자리 ▶노사 문제 ▶경제 ▶복지 분야로 나눠 세부 항목 30개로 구성돼 있다. 새 정부에서 급물살을 탈 현안에 대한 타당성을 따지고 경영계의 입장을 정리하는 형태다. 의견서 작성일과 같은 날 열린 경제단체협의회에서도 현 정부의 공약이 검토됐다. 경제단체협의회는 분기마다 열리는 실무진(팀장급) 회의다. 경단협 관계자에 따르면 연초 일정이 정해지지만 한국경영자총협회에 대한 비판을 의식해 회의를 미루자는 의견도 있었다. 하지만 “취소하는 것이 오히려 부자연스럽다”는 지적에 따라 일정대로 진행됐다.

의견서의 핵심은 고용 문제다. 정부는 공공부문 일자리 81만 개를 약속하고 민간에도 확대하려 한다. 또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기간제 근로자 등의 정규직화를 유도할 정책을 추진 중이다.

관련기사

이에 대한 재계의 우려가 의견서에 담겨 있다. 의견서의 상당 부분을 비정규직과 같은 고용 형태의 경우 기업의 자율이 중요하다는 걸 설명하는 데 할애했다.

은행연합회,  업계 목소리 담은 14개 정책 공개 요청 

특히 해고 요건 강화와 같은 고용 경직성을 높이는 조치는 기존 일자리마저 줄일 위험이 크다는 점을 강조했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고용 창출 등 앞으로 노사정이 모여 소통해야 하는 시점이 올 것이기 때문에 기업 입장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 그런 차원일 뿐 활용 여부는 정해진 바 없다”고 말했다.

사실 새 정부가 출범하면 재계가 건의사항을 전하는 것은 관례다. 그럼에도 경영계가 의견서 작성을 비밀에 부치고 정례 회의 일정의 노출조차 꺼리는 것은 그만큼 압박감이 크다는 방증이다.

한바탕 홍역을 치른 경총은 극도로 몸을 사리고 있다.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어떤 코멘트도 하지 않는 게 방침”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전국경제인연합회가 국정 농단사건의 핵심으로 지목돼 맥없이 무너진 것도 몸을 사리는 데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경제주체의 한 축인 재계의 목소리를 계속 억누를 수는 없다. 이미 지난달 29일 하영구 전국은행연합회장은 공개적으로 ▶성과연봉제 도입 ▶금산분리 완화 ▶금융규제 개혁을 요구했다. 또 이런 내용이 포함된 14개 항목의 요청사항을 국민인수위원회에 전달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정부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정책을 초기에 추진하는 것은 맞다. 하지만 정부와 경영계가 대립할 게 아니라 서로 설득해 합의가 가능한 부분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경제단체협의회

각종 경제 현안과 사회 문제에 대한 기업의 입장을 대변하는 역할을 하는 전경련·대한상공회의소·한국무역협회·중소기업중앙회·경총으로 구성돼 있다.

전영선·윤정민 기자 azul@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