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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바루기] ‘육월’일까, ‘유월’일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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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봄꽃이 핀 지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여름의 시작이라는 6월로 들어섰다. 한낮의 기온이 30도를 넘으면서 한여름 날씨를 보이고 있다.

음력으로도 ‘오뉴월 더위에는 염소 뿔이 물러 빠진다’는 오뉴월로 접어들었다. ‘오뉴월’은 오월과 유월을 함께 뜻하며, 여름 한철을 일컫는 말이다.

6월을 일월·삼월처럼 ‘육월’이라 하지 않고 ‘유월’로, ‘오륙월’을 ‘오뉴월’로 부르는 이유는 무엇일까. ‘육월’이나 ‘오륙월’로 쓰면 어떻게 될까.

한자어는 본음으로도, 속음으로도 발음한다. 속음은 본음과 달리 일반 사회에서 널리 쓰는 음을 뜻한다. ‘육월(六月)’을 ‘유월’로, ‘오륙월’을 ‘오뉴월’로 읽는 것이 대표적이다. 받침이 없는 것이 발음하기 편하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생긴다.

음을 매끄럽게 한다는 의미에서 이런 변화를 ‘활음조(滑音調)’ 현상이라 한다. 인접한 음소 사이에서 모음조화나 자음동화, 매개 자음 삽입 등의 형태로 활음조 현상이 일어난다.

‘유월’과 마찬가지로 ‘십월(十月)’은 ‘시월’로 읽는다. 보리(菩提), 보시(布施), 도량(道場:도를 얻으려고 수행하는 곳)도 본음과 달리 소리 나는 것들이다. 이 밖에도 팔일(八日)/초파일(初八日), 목재(木材)/모과(木瓜), 분노(憤怒)/희로애락(喜怒哀樂)처럼 같은 한자어이지만 달리 읽히는 것이 많다.

맞춤법은 ‘유월’과 같이 속음으로 읽히는 것은 그 소리에 따라 적는다고 규정하고 있어 ‘육월’이라 쓰면 안 된다. ‘오뉴월’을 ‘오륙월’, ‘시월’을 ‘십월’, ‘초파일’을 ‘초팔일’로 써도 틀린 말이 된다.

배상복 기자 sbb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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