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첫 단추를 끼우는 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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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이낙연 총리 후보자의 인준안이 국회 관문을 통과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1호 공직 인사란 점에서 총리 인준이 잘 마무리돼야 새 정부의 내각 구성도 속도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반영하듯 이낙연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과정에서도 ‘첫 단추’란 표현이 자주 등장했다. 위장전입 사실을 거론하며 자유한국당 의원이 “문재인 정부 초기 인사의 첫 단추가 잘못 끼워진 것 아니냐”고 꼬집은 것이다. 청문회를 앞두고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후보자 청문 절차에 대해선 문재인 정부 첫 단추를 꿰는 일이고, 하루속히 정부를 재편해야 하니 적극 협조하겠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들의 말 속에서 ‘첫 단추’는 끼우기도 하고 꿰기도 하는 등 달리 표현돼 있다. 어떻게 써야 할까? 새로운 과정을 출발하거나 일을 시작하다는 의미로는 “첫 단추를 끼우다”, 시작을 잘못하다는 뜻으로는 “첫 단추를 잘못 끼우다”처럼 사용하는 게 바르다. “첫 단추를 꿰다” “첫 단추를 잘못 꿰다”고 해선 안 된다.

“단추를 끼우다”고 할 때는 바르게 사용하다가도 ‘첫 단추’와 관련해서는 ‘꿰다’로 표현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꿰다’는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와 같이 실·끈 등을 구멍이나 틈의 한쪽에 넣어 다른 쪽으로 내는 것을 말한다. 벌어진 사이에 무엇을 넣고 죄어 빠지지 않게 할 때는 ‘끼우다’를 써야 한다. 단추의 구멍에 실을 통과시켜 목걸이를 만드는 것이라면 “단추를 실에 꿰었다”처럼 사용할 수 있으나 옷의 단추를 잠그거나 이를 빗대 말할 때는 “단추를 끼우다”고 표현하는 게 자연스럽다.

이은희 기자 e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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