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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재보험, 노조도 없는 현실…"택배기사·캐디 등 특수고용직 노동권 보장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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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설계사·골프장 캐디·학습지 교사·택배기사…. 이들의 공통점은 형식상 개인사업자로 분류돼 있지만 실질적인 업무 형태는 한 기업에 소속된 일반근로자와 유사한 '특수형태근로종사자'라는 점이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이 특수형태근로종사자들의 노동3권(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이들의 노동3권 보장을 위한 별도 법률을 제정하거나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상 근로자에 특수형태근로종사자가 포함되도록 관련 조항을 개정할 것을 권고했다. 국회의장에게도 조속한 입법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표명했다.

특수형태근로종사자는 1990년대 이후 골프장 캐디 등 일부 서비스업무 직종에서 나타나기 시작했다. 인권위 측은 "특수형태근로종사자가 형식상 개인사업자이긴 하지만 타인의 사업을 위해 직접 노동력을 제공하고 그 대가로 얻은 수입으로 생활하며 노무제공 상대방인 사업주에 대해 계약상 불리한 지위에 있다는 점에서 근로자와 유사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들은 그동안 형식상 개인사업자라는 이유로 노동관계법의 보호 대상이 되지 못해 사업주의 일방적인 계약 변경·해지, 보수 미지급, 계약에 없는 노무제공 강요 등의 불이익에도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해왔다. 또 일하다 다치거나 아파도 산재보험을 적용받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노동조합 결성 등을 통해 근로 환경을 스스로 개선해보려고 해도 사업주의 계약해지나 행정관청의 노조설립 신고가 반려되기 일쑤였다.

해외의 경우 '노무제공자'(영국), '근로자와 유사한 사람'(독일), '종속적 계약자'(캐나다) 등 새로운 개념을 설정해 특수형태근로종사자와 같은 계약자들의 노동3권을 보장하고 있고 최근 프랑스는 법률 개정을 통해 디지털 플랫폼을 이용하는 노무제공자들에게도 노동3권을 부여했다. 인권위는 이 사례를 들며 "한국은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노무제공 상대방에 대한 사용종속관계가 약하고 직종별 편차가 크다는 이유로 이들의 노동3권 보호에 관한 명확한 법률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수형태근로종사자와 일반 노동자가 사업주에 종속된 정도 또한 크게 다르지 않다는 조사 결과도 제시했다.

인권위는 2007년에도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노동3권 보장과 4대 보험이 적용되도록 법률을 재·개정하라고 당시 노동부 장관과 국회의장에게 권고한 바 있다. 인권위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에게 헌법상 노동3권을 보장함으로써 스스로 경제·사회적 지위를 개선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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