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학생시조백일장] “글자 수 맞추기 힘들지만 노래같은 시조 운율에 재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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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돈

초등부 대상 이주아

한 달에 한 번 받는 두둑한 나의 용돈
집안일 도와주고 열심히 공부하고
힘들여 겨우 받아낸 피땀 같은 내 용돈

친구와 룰루랄라 즐겁게 놀아 대고
갖고픈 물건들은 무조건 사버리고
하고픈 군것질 역시 내 마음껏 해보고

한 달도 안 되어서 보았던 내 지갑 속
자꾸만 늘어났던 행복과 다르게도
자꾸만 줄어들었던 야속한 내 용돈

엄마께 얇디얇은 지갑을 탈탈 털며
용돈을 어떻게든 타보려 해보지만
단호박 우리 엄마의 이 한 마디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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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듬감 때문에 노래하는 것처럼 들렸어요.” 이주아 (12·경기 함현초 6학년·사진)양은 지난해 다니던 동네 논술학원에서 시조를 처음 접했을 때 노래처럼 느껴져 인상적이었다고 한다. 내용은 딱딱하고 어려웠지만 시조 특유의 음운과 운율만큼은 흥미를 끌었다.

이양은 “딱딱했던 내용도 차근차근 읽으며 그 속의 뜻을 알고 나면 거기에서 오는 재미가 있었다”며 “글자 수를 맞춰야 해 힘들긴 하지만 그걸 이겨내고 하고 싶은 이야기를 써냈을 때 시조만의 매력이 뭔지 이해가 됐다”고 말했다. 이양은 집에서도 이방원의 ‘하여가’, 정몽주의 ‘단심가’를 소리 내 읽는 등 시조를 놀이처럼 쓰고 읽는다고 한다.

이양이 쓴 시조는 “용돈을 다 쓰게 되는 과정과 이후 난감한 상황을 재미나게 표현했다”는 평을 받았다. 이양은 “한 달 용돈을 많이 받을 때는 2만원까지 받는데, 그걸 다 쓰고 엄마한테 더 달라고 했던 기억이 떠올라 이번 시조를 쓰게 됐다”고 말했다. 이양의 꿈은 초등학교 교사다. 이양은 “세상의 재미난 것들을 친절하게 가르치는 선생님이 되고 싶다”며 “특히 아이들에게 시조도 꼭 가르쳐주고 싶다”고 말했다.

노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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