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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청문보고서 채택 무산...야당 ‘대통령 해명’ 요구

중앙일보

입력

26일 국회는 이낙연 총리 후보자에 대한 청문 보고서 채택 문제로 하루종일 시끄러웠다. 자유한국당ㆍ국민의당ㆍ바른정당 등 야당들이 문재인 대통령이 말한 ‘5대 비리 원천배제’인사 원칙에 위배된다며 사과를 요구하면서다.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 보고서 채택여부를 두고 26일 오후 국회에서 윤후덕 더불어민주당 간사(왼쪽)와 자유한국당 경대수 자유한국당 간사가 비공개 회동을 가졌다. [사진 연합뉴스]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 보고서 채택여부를 두고 26일 오후 국회에서 윤후덕 더불어민주당 간사(왼쪽)와 자유한국당 경대수 자유한국당 간사가 비공개 회동을 가졌다. [사진 연합뉴스]

국회 인사청문특별위원회의는 이날 오전과 오후 두 차례 만나 청문보고서 채택 여부를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오전 10시 첫 번째 특위 간사회동에서 자유한국당ㆍ국민의당ㆍ바른정당은 문재인 대통령의 유감 표명과 재발방지 약속을 요구했다. 이낙연 총리 후보자와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에 이어 이날 언론보도를 통해 추가로 제기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의 위장전입 의혹이 결정적이었다.

한국당 특위 간사인 경대수 의원은 “국정 상황이 시급해서 그냥 지적만 하고 넘어가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오늘 아침 김상조 후보자의 위장전입이 드러났다”며 “이에 대해 대통령이 가부간 말씀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 임명동의를 위한 인사청문회가 25일 이틀째 국회에서 열렸다. 이 후보자가 의원들의 질문을 듣고 있다. 박종근 기자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 임명동의를 위한 인사청문회가 25일 이틀째 국회에서 열렸다. 이 후보자가 의원들의 질문을 듣고 있다. 박종근 기자

특위 간사들은 오후 2시 추가 회동을 했지만, 오후 3시로 예정된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의 기자회견을 듣고 채택 여부를 재논의하기로 했다. 하지만 임 실장의 기자회견 후 상황은 오히려 악화됐다.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우리의 화를 북돋운 것”이라고 반발했고,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도 “재발방지 대책이 없는 발표라 오히려 격앙됐다”고 비판했다. 바른정당 주호영 원내대표는 "국민의 이해를 구하는 것도 문 대통령이 직접 했어야 옳다"고 주장했다. 결국 이날 오후 청문특위는 간사회동과 전체회의 모두 열지 못했다.

이번 청문보고서 채택을 둘러싼 야당의 반발엔 "여당 독주 정국에 제동을 걸겠다"는 의도도 깔려있다는 분석이다.
그동안 야당은 대선 패배 직후 무기력증에 시달리다 정권 초 인사청문회를 계기로 반격에 나서는 경우가 많았다.
박근혜 정부가 등장할때도 마찬가지였다. 2013년 1월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청문경과보고서도 야당의 반대로 채택이 무산됐다. 이후 김병관 국방부 장관 후보자도 청문회 과정에서 낙마했다.

자유한국당 등 야당에선 "이 총리 후보자의 위장전입 문제를 용인해주면 향후 이어질 장관 청문회에서도 위장전입을 이유로 반대하기 어렵다"는 주장이 나온다. 그래서 더 치열하게 문제제기를 할 필요성이 있다는 논리다.

민주당은 난감한 처지에 몰렸다. 이번 인사청문특위는 여당 5명에 야당 8명(자유한국당 5명, 국민의당 2명, 바른정당 1명)으로 여소야대다. 국민의당이 민주당에 청문보고서 채택에 협력하지 않을 경우 채택 자체가 무산된다.
청문보고서가 채택되지 않더라도 총리 인준안이 국회 본회의 표결에 부칠 수 있다. 청문보고서 채택이 지연될 경우 국회의장이 임명동의안을 본회의에 부의할 수 있게 한 인사청문회법 조항때문이다.
 하지만 본회의에서도 여소야대의 상황은 변함이 없다. 임명동의안이 본회의를 통과하려면 '국회의원 과반 출석에 과반 찬성'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299명 의원 전원이 출석한다고 가정할때 120명의 민주당 의원이 찬성표를 던지더라도 야당이나 무소속에서 찬성표 30표가 나와야 과반(150명)이 된다. 40석의 국민의당이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호남을 주요 지지 기반으로 하는 국민의당이 끝까지 호남 총리 인준에 반대하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있다. 벌써 호남을 지역구로 둔 의원들에게는 “임명동의안에 찬성하라"는 지역구민들의 문자 메시지가 도착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당내에선 “순순히 동의해주기 보다는 문 대통령의 직접 사과라는 명분을 꼭 받아내야 한다"는 의견도 많이 나온다. 키를 쥔 야당들은 29일 의원총회를 열어 이 후보자의 인준 문제 등을 논의한다.
안효성 기자 hyoz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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