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29일 3만으로 시작된 촛불은 그해 12월 3일 232만으로까지 늘어났다. 같은 달 9일 국회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을 가결했다. 그리고 지난 3월 10일 박 전 대통령은 파면됐다. 그동안 서울 광화문과 전국 곳곳에는 도합 1700만의 촛불이 타올랐다. 추위로 전국이 꽁꽁 얼어붙었던 날, 함박눈이 펑펑 내리던 날, 장대비가 내리던 날에도 촛불은 늘 그자리에 지켜왔다.
이 촛불집회를 200일 가까이 이끌어 온 시민사회단체 모임 '박근혜 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은 24일 오전 해산을 선언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퇴진행동은 "박근혜 정권 퇴진이라는 소임과 역할을 다했기에 국민들께 해산을 선언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늦가을에 시작해 매서운 한파를 뚫고 새봄이 올 때까지 촛불을 꺼트리지 않은 시민들이야말로 위대한 촛불항쟁, 촛불혁명의 주인공들이고 세월호 가족들도 촛불의 버팀목이 돼 줬다"고 말했다.
퇴진행동은 이날 경과 보고와 함께 참여인원 추계 등을 발표하며 "초유의 국정농단 사태에 시민들은 분노했고 정치권과 국회가 주저할 때 광장을 통해 이를 질타했다. 광장은 민주주의의 학습장이었고 해학으로 어우러진 축제의 장이었다. 이들의 평화로운 분노에 공권력은 폭력을 멈췄다"며 지나온 촛불집회들을 회상했다. 또 "역사는 광장의 촛불을 일상의 촛불로 환하게 밝힌 시민들이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고 평가할 것이다. 퇴진행동의 모든 구성원은 시민들의 한사람으로써 기꺼이 그 길에 함께 나서겠다. 촛불과 함께한 모든 날이 행복했다"고 밝혔다.
퇴진행동은 해산 이후 기록기념위원회를 구성, 그간 촛불집회가 걸어온 길을 집대성한 백서를 만들어 다음 해 10월 29일 공개하겠다고 예고했다. 재정운용계획도 공개했다. 지난해 10월 29일부터 지난 12일까지 수입액은 약 39억8000만원, 지출액은 32억1000만원이었다. 남은 7억7000만원은 기록사업, 올해 11월 예정된 촛불 1년 문화제, 적폐청산 투쟁 지원 등으로 쓸 예정이다.
해산을 선언하면서도 퇴진행동은 이것이 끝이 아닌 시작임을 강조했다. 이들은 "앞으로도 적폐 청산, 촛불개혁 등 남은 과제를 실현하는 데 각자의 자리에서 앞장서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