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좁은 도심에 올망졸망 꼬마 집 ‘다다익선’ 건축 철학이 빛나네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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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네덜란드 건축가 위니 마스(58)는 한국 문화계에서 뜨는 인물이다. 지난 20일 개장한 서울 고가 공원 ‘서울로 7017’을 설계하며 이름을 알렸지만 이미 10여 년 전부터 이런저런 프로젝트로 낯익은 얼굴이다.

‘서울로’ 설계 위니 마스의 상상력 #협업하는 건축가 조병수 기획전 참가 #‘하늘과 땅 사이 두 채의 집’ 등 전시

전시기획자 조병수 건축가(왼쪽)와 ‘디딘 빌리지’사진 앞에 선 ‘서울로 7017’ 설계자 위니 마스.

전시기획자 조병수 건축가(왼쪽)와 ‘디딘 빌리지’사진 앞에 선 ‘서울로 7017’ 설계자 위니 마스.

2010년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의 ‘안양 전망대’, 2016년 광주비엔날레재단의 ‘광주 GD 폴리’ 등 그를 찾는 한국인이 많아졌다. 1993년 로테르담에서 창업자 3인의 이름 머리글자를 따 지은 설계사무소 ‘MVRDV’를 열며 일을 시작한 그는 좁은 국토를 넓히며 생존해온 나라의 후예답게 ‘다다익선(More with More)’을 건축 철학으로 내세운다.

21일 늦은 오후, 서울 자하문로 건축 갤러리 ‘온그라운드(地上所)’ 앞길에 로큰롤 스타 같은 모습의 그가 나타났다. 광주 프로젝트를 협업하고 있는 건축가 조병수(60)씨가 기획한 ‘작은 집/마을’ 전시의 아홉 번째 주인공이 위니 마스와 ‘MVRDV’다. 7월 1일까지 이어질 전시 제목은 ‘MVRDV가 하늘과 땅 사이에 지은 두 채의 집’. 로테르담 도심 벽돌 건물 위 옥상에 파란 왕관처럼 올라앉은 ‘디딘 빌리지’, 런던 외곽 국립공원 언덕 위에 얹혀져있는 ‘밸런싱 반’은 모두 꼬마 집이지만 그 협소함을 건축적 상상력으로 이겨내고 놀이터이자 살림터 구실을 하고 있다.

위니 마스는 ‘밸런싱 반’이 소설가인 알랭 드 보통의 저서 『행복의 건축』이 말한 ‘이야기하는 건축’ 개념을 실현해 보인 프로젝트라고 설명했다. “시소 놀이처럼 안정과 불안정 사이를 오가는 집, 집 한 쪽 끝에 매단 그네를 타면 집이 약간 흔들리며 자연 속으로 스며드는 집의 형태를 꿈꿨다”는 그는 “조병수의 갤러리가 실험하고자 하는 뜻과도 맞는 것 같아 기쁘다”고 말했다.

‘디딘 빌리지’는 창고용으로 지어진 옥상 위 뻥 뚫린 공간에 천막을 치고 살던 친구를 위해 만든 집으로 나무와 꽃·벤치 등을 더해 하늘 위 천국에 있는 듯한 느낌을 자아낸다. 선명한 파란 색 외벽은 밑에서 올려다보면 몽환적이면서도 희망을 불러내는 구실을 한다. 마스는 “지난 20여 년 도심 밀집을 수직, 수평 양 방향 공간에 대한 확장으로 헤쳐 온 우리 힘의 결집체”라고 소개했다. 공중에 떠 있는 ‘서울로 7017’의 디자인을 이해할 수 있는 건축에 대한 몽상이 작은 집 두 채에 꽃피고 있었다.

글·사진=정재숙 문화전문기자 johan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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