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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직의 정상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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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취임 뒤 열흘 동안 문 대통령의 주요 행적은 크게 다섯 가지다. 첫째는 개혁적 업무 지시다. 일자리위원회 구성,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선언, 국정 역사교과서 폐지, 5·18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등이다. 둘째는 협치와 소통이다. 당선되자마자 원내 5당 당사를 찾아가 당 대표를 면담했고, 이후 각 당 원내대표들과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 구성을 이끌어냈다. 또한 언론을 상대로 직접 브리핑을 하고 질문을 받는 등 열린 자세가 매우 돋보였다. 통치하되 군림하지 않는 대통령의 모습이다. 셋째는 인사와 검찰 개혁이다. 비검찰 출신 법대 교수를 민정수석으로 임명한 점이나 소신 검사로 유명한 윤석열 검사를 서울중앙지검장에 임명한 것은 검찰 개혁의 강력한 의지를 보여준다. 네 번째는 외교의 정상화다. 북핵과 사드, 중국과 미국의 대립 등이 뒤엉켜 외풍이 휘몰아치는데도 손발이 묶여 있던 그간의 처지에서 벗어나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유럽연합, 독일, 아세안 등에 특사를 보내 관계 회복을 진전시켰다. 다섯 번째는 안보의 정상화다. 하필 북한은 대통령 취임 후 첫 일요일 새벽과 첫 연차일에 각각 미사일을 발사했다. 전자의 경우 대통령이 즉시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열어 상황을 파악한 후 대응을 지시했고, 후자의 경우 새 국가안보실장이 NSC를 열어 매뉴얼대로 대응했다. 국민들은 제대로 된 대통령 한 명이 국민이 준 힘으로 국가를 어떻게 복원하는지 민주주의 시스템의 재건축 과정을 실시간으로 체험하고 있다. 상식이 복원된 나라, 국민이 느끼는 이 안도감이 임기 말까지 지속되기를 간절히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