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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벤츠ㆍBMW 판매량 일본보다 앞섰다

중앙일보

입력

인구 1억2670만 명 대 5172만 명, 경제 규모(GDP) 4조7303억 달러 대 1조4044억 달러. 일본과 한국을 비교한 수치다(IMF 2016년). 인구로 보면 일본이 한국의 배 이상, 경제 규모는 3배 이상이다. 하지만 '고가품 소비'에선 얘기가 달라진다. 분야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한국은 일본보다 소득에 비해 고가품 소비 규모가 크다.

특히 최근 들어 수입 고급차 시장에서 이 같은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독일의 양대 프리미엄 자동차 브랜드인 메르세데스-벤츠와 BMW의 한국 내 판매량이 올해 처음으로 일본 내 판매량을 앞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수입차협회 등에 따르면, 올해 1~4월 국내에서 벤츠는 2만4877대, BMW는 1만8115대가 팔렸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48%, 32.4%가 각각 늘어난 수치다. 반면 일본에서는 올해 1~4월 벤츠가 2만1365대, BMW는 1만5818대 팔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0.7%, 2.2% 증가하는 데 그쳤다. 한ㆍ일 수입차 시장에서 벤츠와 BMW의 판매를 비교했을 때 한국에서의 판매량이 일본을 앞지른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판매 대수를 비교해보면 올해 1~4월에 벤츠의 경우 한국이 일본보다 3000대 이상을 더 팔았고, BMW도 한국이 일본보다 2000대 이상 많이 팔았다. 벤츠와 BMW의 올해 한국시장 평균 성장률이 40%에 달하는 만큼, 앞으로 한국과 일본 양국에서의 판매 격차는 더 벌어질 것으로 예상한다.

왜 이런 현상이 벌어졌을까. 벤츠와 BMW의 일본 시장 역전은 표면적 원인은 한국 수입차 시장에서 아우디ㆍ폴크스바겐 등 일부 수입차 업체가 인증취소로 판매 금지되면서 수입차 수요가 벤츠와 BMW로 몰렸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이것 만으로는 설명이 되지 않는 부분이 많다.
수입차업체들은 한국은 경제의 규모 이상으로 명품시장이 크다고 판단한다. 대표적 전기차 제조업체인 미국 테슬라의 존 맥닐 사장도 지난달 본지와 인터뷰에서 “한국은 경제 규모로는 세계 11위권이지만 럭셔리 자동차 시장으로는 5위에 달하는 큰 시장”이라며“인구 1억2000만 명의 일본보다 한국 시장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지난 3년간 일본에 세운 것보다 더 많은 테슬라 전용 고속 충전소(수퍼차저 스테이션)를 만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벤츠의 경우 한국은 중국ㆍ미국ㆍ독일ㆍ영국에 이어 세계 5위 시장이다.(올 1분기 기준) 중국의 경우 벤츠는 BMW와 함께 현지 기업과 합작 공장을 설립해 차량을 생산ㆍ판매하고 있는 것을 고려하면, 한국은 벤츠의 아시아 최대, 세계 4대 시장인 셈이다. 대당 가격이 6억원을 넘어서는 세계 최고의 명품차 롤스로이스도 지난 19일 한국판 한정모델 ‘코리아 콜렉션’2대를 발표했다.
롤스로이스 측은 “10년 넘게 이어 온 한국과 롤스로이스의 관계를 기념하기 위해 한국을 주제로 서울 에디션을 제작했다”고 밝혔다.
코리아 콜렉션 중 하나인 고스트 서울 에디션은 한국의 태극기에 사용된 검정ㆍ빨강ㆍ파랑ㆍ흰색이 핵심 디자인 컬러로 사용됐다.

한국에서 일본과 비교해 유독 유럽의 럭셔리카가 많이 팔리는 이유는 몇 가지로 분석된다. 우선은 국내에서는 아직도 벤츠와 BMW에 비길만한 명차가 많지 않다는 점이다.
현대차 연구소장을 지낸 이대운 AT&M컨설팅 대표는 “일본은 렉서스 등 럭셔리카나 이에 준하는 차들이 상대적으로 많지만 한국은 현대ㆍ기아차의 최고 브랜드로는 역부족”이라고 진단했다.

한국 사회의 소득양극화도 부유한 계층의 럭셔리카 수요를 부추긴다. 지난해 국회입법조사처가 세계 상위 소득자료 등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은 소득 상위 10%의 소득집중도가 44.9%(2012년 기준)로 47.8%를 기록한 미국 다음으로 높다.

한ㆍ일 두 나라간 문화 차이도 있다. 대다수 일본인들은 소형차를 선호하지만, 한국은 상대적으로 중대형차 비중이 크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한국은 1600㏄ 이하 소형차 판매 비중이 33% 수준이지만 일본은 한국의 배인 66%에 달한다. 수입차업계의 한 관계자는 “한국인들 상당수는 아직도 차량을 신분의 상징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 중ㆍ대형차와 수입 럭셔리카 시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최준호 기자 joo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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