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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임 국가안보실장 정의용…승부사 기질 갖춘 협상 베테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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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청와대 참모진과 내각 인선 발표를 하는 동안 배석한 정의용 신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청와대 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청와대 참모진과 내각 인선 발표를 하는 동안 배석한 정의용 신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청와대 사진기자단>

 21일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에 임명된 정의용(71) 아시아정당 국제회의 공동상임위원장은 한국의 ‘1세대 통상전문가’로 평가받는다.

청와대는 정 실장을 발탁한 배경에 대해 “북핵,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 문제, 자유무역협정(FTA) 등 안보와 경제, 외교가 하나로 얽혀있는 숙제들을 풀기 위해 확고한 안보정신과 외교 능력을 보유한 적임자”라고 밝혔다.

여기에는 정 실장이 수십년 동안 양자·다자 통상 분야에서 크고 작은 협상에 관여하며 잔뼈가 굵은 협상 베테랑이라는 점도 작용했다. 온화한 성품의 소유자로 평가받지만, 담판을 지어야 할 때면 영락 없이 공격적인 승부사 기질을 발휘한다는 것이 정 실장에 대한 총평이다.

특히 그는 외교부 내에서 통상 분야가 부각될 무렵부터 관련 업무를 맡아온 ‘통상통’이다. 외무고시 5회로 1971년 외무부에 입부한 이후 통상정책과장, 통상국장, 통상교섭조정관 등을 역임했다. 2001~2004년에는 주제네바대표부 대사를 맡았다.

통상 업무에 정통한 한 외교관은 “정 실장이 과장일 때 미국과의 통상 마찰이 처음 불거졌고, 그가 국장일 때는 우루과이 라운드 협상 타결에서 주효한 역할을 하는 등 우리나라 통상 분야의 성장과 평생을 함께 했다"며 "외교부 내에서 실력과 성실성, 끈기 등 세박자를 모두 갖춘 사람을 찾기가 쉽지가 않은데 정 실장이 바로 그에 속하는 인물”이라고 전했다.

그와 함께 근무한 경험이 있는 직원들에 따르면 정 실장은 윗사람에게 보고를 준비할 때도 밑에서 자료를 올리기를 기다리지 않고 자신이 직접 자료를 만들고 생각을 정리하면서 보충해야 할 부분을 지시하는 스타일이었다고 한다.

한 외교가 소식통은 “작은 사안 하나를 보고하거나 상대국과 협의할 때도 직원들이 써주는 대로 그대로 읽는 법이 없었다”고 전했다. 또 “정 실장은 해군 장교 출신인데 현역 시절 해군사관학교 출신이 아닌데도 군함의 규칙과 규율을 관리하는 갑판사관을 맡는 등 리더십을 인정받았다”고 소개했다.

정 실장은 이번 대선에서는 문재인 당시 후보의 외교자문단 ‘국민 아그레망’에서 단장을 맡아 문재인 캠프 외교정책 수립을 총괄해왔다. 문재인 대통령 당선 이후에는 청와대 외교안보 태스크포스(TF) 단장을 맡아 새 정부 초기 외교안보 공백을 메웠다.

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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