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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은 현재진행형...'백승호 절친' 김범석의 스페인 희망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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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프로축구 3부리그 시우다드 레알에 입단한 김범석(맨 왼쪽)과 아르민도 세콘 감독, 한국인 수비수 김대연. [사진제공 시우다드 레알]

스페인 프로축구 3부리그 시우다드 레알에 입단한 김범석(맨 왼쪽)과 아르민도 세콘 감독, 한국인 수비수 김대연. [사진제공 시우다드 레알]

스페인 프로축구 3부리그 시우다드 레알 소속 공격형 미드필더 김범석(20)은 요즘 복잡다단한 마음이다. 국내에서 열리는 20세 이하(U-20)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을 TV로, 그것도 바다 건너에서 지켜봐야하기 때문이다. 이번 대회에 한국 대표로 출전하는 U-20 대표팀 멤버들은 대부분 어린 시절 김범석과 때론 경쟁하고 때론 협력하던 친구들이다. 대동초 시절 김범석은 뛰어난 축구 센스로 팀 동료이자 친구 백승호의 득점을 어시스트하는 '특급 도우미'로 이름을 떨쳤다. 백승호가 득점상을, 김범석이 도움상을 나눠 갖는 경우가 많았다.

대동초를 졸업한 뒤 수원 삼성 유스팀인 매탄중과 허정무-거스히딩크축구재단의 엘리트팀(고교과정), 청주대를 거치며 선수 이력을 이어갔지만 어린 시절만큼 주목 받진 못했다. 김범석은 "고교시절 소속팀에 이런저런 문제가 생겨 운동을 제대로 할 수 없었다. 어린 시절부터 라이벌로 여기던 친구들이 연령별 대표팀에서 꾸준히 자리를 잡아가는 모습을 바라만 봐야하는 게 힘들었다"면서 "한때 축구를 그만둘까 고민했지만 이대로 포기할 순 없다는 생각으로 버텼다"고 했다.

이를 악문 김범석은 지난해 20세 이하 월드컵 예비 명단에 포함되며 재기의 발판을 만들었지만 결국 20세 이하 월드컵 최종 엔트리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뒤늦게 경쟁 구도에 뛰어든 한계를 넘어서기엔 벅찼다.

다행스러운 건 김범석이 바다 건너에서 축구에 대한 희망을 다시 찾았다는 점이다. 축구 인생 부활의 무대로 스페인을 점찍고 올해 초 마드리드 인근 도시 시우다드 레알로 건너갔다. 스페인의 수도 마드리드에서 80km 가량 떨어진 시우다드 레알은 탄탄한 유소년 축구 육성 시스템으로 주목 받는 곳이다. 김범석이 속한 시우다드 레알 축구클럽은 레알 마드리드를 비롯해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헤타페 등 마드리드 연고 구단 스카우트들이 자주 방문해 유망주들을 발굴하는 팀이다. 김영기 스페인 한인회장 겸 시우다드 레알 구단 부회장이 김범석의 스페인 현지 적응을 돕고 있다. 김 부회장은 스페인 태권도협회장과 스페인 태권도 국가대표팀 감독을 역임해 '스페인 태권도의 아버지'라 불린다. 최근에는 축구단 운영에 참여해 재능 있는 한국 선수들이 스페인 무대에 진출할 수 있는 길을 터주기 위해 노력 중이다.

김범석은 현지 대학 진학도 앞두고 있다. 스페인 국립 카스티야-라만차대학교 입학이 확정돼 스페인어 수업에 한창이다. 김범석의 현지행을 도운 김영진 인터코어 대표는 "한국에서 최근에야 비로소 '공부하는 운동 선수'가 화두로 떠올랐지만, 유럽에서는 운동과 공부를 병행하는 문화가 일찌감치 자리잡았다. 의대생이나 법대생 축구선수도 흔히 볼 수 있다"면서 "(김)범석이가 축구선수로 성공하는 것과 별개로 대학에서도 실력 있는 학생으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도울 예정"이라고 말했다.

아르민도 세콘 시우다드 레알 감독은 "김범석이 처음 합류한 직후 사흘 정도 기량을 평가해보고 기본기가 탄탄하고 잠재력이 뛰어난 선수임을 알 수 있었다"면서 "2주간의 테스트를 거쳐 2017-18시즌 선수 엔트리에 포함시켰다. 한 두 시즌 정도 스페인 리그에 적응하면 1·2부 무대를 노크할 수 있는 선수로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 팀에는 또 다른 한국인 중앙 수비수 김대연(20)도 있다. 조만간 1부리그 진출도 가능한 선수다. 한국에 뛰어난 재능을 갖춘 선수들이 많다는 사실에 놀라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김영진 대표는 "이승우, 백승호(이상 바르셀로나), 이강인(발렌시아) 등 성공사례가 나오면서 어린 나이에 일찌감치 유럽에 건너오는 유망주들이 늘고 있다"면서 "소속팀을 찾는 과정에서 법적인 절차가 만만치 않아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학업과 생활 등 환경적인 요인도 꼼꼼히 따져봐야 실패 가능성을 줄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김범석은 "20세 이하 월드컵 본선 출전의 꿈은 이루지 못했지만, 내 축구인생 도전은 끝나지 않았다"면서 "스페인 무대에서 기량을 키워 A대표팀에서 친구들과 다시 만나고 싶다. 20세 이하 월드컵 기간 중 누구보다 열심히 내 친구들을 응원하겠다"고 말했다. 송지훈 기자 mil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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