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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내생각은

주고받는 한류 돼야 살아남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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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장동건.사나다 히로유키.장바이즈 등 한.중.일 3개국 톱스타가 출연한 무협 판타지 영화 '무극'은 지난해 12월 중국 개봉 당시 100년 중국 영화 역사상 최고의 작품이란 평가를 받으면서 개봉 첫주 111억원의 수익을 올렸다.

가수 비는 꿈의 무대인 도쿄 무도관에서 콘서트에 성공한 데 이어 중국.대만.홍콩 등 아시아에서의 절대적인 인기 여세를 몰아 세계무대로 나섰다. 뉴욕 타임스는 최근 "벽을 무너뜨리고 문화적 다리를 구축해 미국에서 성공하는 아시아의 첫 팝스타가 되려고 한다"며 비를 극찬했다.

한류의 3두마차인 영화.드라마.가요에 새 바람이 불고 있다. 한류가 이웃 나라의 자본.스타.시나리오.무대를 활용해 아시아류와 세계류로 거듭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만화 '혐한류'가 일본에서 베스트셀러가 되고 중국에선 황금시간대에 한국 드라마의 방영을 줄이기로 하는 등 각국에선 반한류 움직임이 나오고 있다. 이런 전환기를 맞은 한류가 나아갈 길을 제시해 본다.

우선은 대중문화를 매개로 젊은이.여성 등 일부 계층에서만 유행하고 있는 한류는 이제 폭과 깊이를 넓혀 세계 속의 문화 콘텐트로 변신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한국의 전통문화와 고급문화, 그리고 고급예술까지 망라한 한국적 문화모델이 만들어져야 한다.

중국 칭화대 문화산업연구원 판훙 교수는 "지금의 한류는 일시적이고 표면적 현상에 그치고 있다"며 "얕은 물인 한류를 한국의 고급문화가 흐르는 깊이 있는 강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19세기 일본문화의 세계화에 결정적으로 기여한 '자포니즘'의 성공전략과 21세기 '네오 재패니스크'(신일본 양식)를 참고해 한류 국가전략을 만들어야 한다.

다음은 한탕주의나 패권주의를 버리고 아시아 각국과의 문화교류를 통해 문화허브 성격의 한류를 만들어야 한다. 중국 전역 개봉 당시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한 '퍼햅스 러브'에 출연한 지진희씨나 한류스타 차인표씨처럼 현지 드라마나 영화에 직접 출연하거나 지분 교류를 통한 공동제작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현지 스타를 기용하는 방식 등으로 일방통행적인 문화 강요에 대한 저항감을 줄이고 쌍방향적인 시장을 넓혀가야 한다.

아시아 문화허브로 중국.일본 등 주변국과 공동 노력하는 것이 절실히 필요한 것이다. 문화허브는 문화 생산을 독점하는 것이 아니라 각국의 문화가 소통하고 교차하는 교차로와 용광로를 의미한다. 이런 점에서 최근 화교와 일본 자본이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체에 들어오고 해외 기업들이 한류를 이용한 사업기회를 찾는 데 분주한 것은 고무적이다.

겨울연가.대장금 등 TV드라마가 1세대 한류 붐을 조성했다면 한류에 이웃 나라 문화를 버무린 2세대 '비빔밥적' 한류는 아시아인의 정서에 부응하고 할리우드 문화에 대응하는 문화 콘텐트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의 정치학자 레이 클라인은 국력을 유형과 무형 국력의 곱으로 산출했다. 유형의 국력은 인구.영토.경제력.군사력의 합이고, 무형의 국력은 전략과 국민의지의 합으로 계산했다.

한류로 인해 보이지 않게 '영토'가 넓어지고 한류팬 '인구'가 늘어나고 있는 현재, 한류를 성공시키려는 국민의지를 북돋우고 체계화된 한류전략으로 국력을 극대화할 시점이다. 짧은 기간에 경제발전과 민주화란 금자탑을 쌓은 민족의 저력은 한류를 토대로 '문화대국'이란 명성도 일궈낼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의 강점인 정보기술(IT)과 한류를 통해 세계 7대 문화대국(C7)에 진입하는 21세기가 되기를 희망해 본다.

신승일 한국지식재단 연구위원·한류연구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