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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반상에 남은 단 하나의 선택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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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4강전 2국> ●이세돌 9단 ○커   제 9단

기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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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보(180~193)=바둑 한 판의 수순은 평균 250여수. 하나의 바둑이 완성될 때까지 두 대국자는 끊임없이 선택의 갈림길에 서게 된다. 지금 커제 9단은 계가와 싸움의 갈림길에서 싸움을 선택했다. 180으로 끊어 좌하귀 흑 넉 점을 잡으러 갔을 때 승리 확률이 더 높다고 판단한 것,

이제는 되돌릴 수 없다. 반상에 남은 선택지는 단 하나. 커제 9단은 반드시 미생마(未生馬)를 잡아야 하고, 이세돌 9단은 반드시 미생마를 살려야 한다. 184로 마지막 퇴로까지 차단당한 흑은 185로 중앙으로 한 칸 뛰었다. 187, 189는 흑이 중앙에서 집 모양을 구축하기 위한 수순.

참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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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여기서 '참고도' 흑1로 '패' 모양을 만들어 조건부로 생명을 구원하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이렇게 불완전한 삶을 선택하면 하변 흑이 백의 팻감으로 시달리면서 손해가 클 게 분명하다. 흑은 반드시 중앙에서 완생으로 살아남아야만 한다.

집터를 다지던 이 9단이 갑자기 191로 백의 허점을 추궁하더니, 193으로 백 한 점을 끊는다. 가만히 살펴보니 일 리가 있다. 흑을 쫓는 좌변 백마도 온전한 몸이 아니다. 이 9단은 지금 커제 9단에게 묻고 있다. 바둑의 격언 '아생연후살타(我生然後殺他·내 돌을 먼저 살린 다음 상대의 돌을 잡으러 가라)'를 지키고 있는지.

정아람 기자 a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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