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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소의 INF협정 합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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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미 소간의「신데탕트」는 과연시작된 것일까. 두 초강대국이 장장 6년을 끌어온 중·단거리핵미사일 (INF) 폐기협정에 .최종합의했다는 뉴스는 이같은 질문에모처럼 청신호를 밝혀주고 있다.
이번에 폐기키로 합의한 2천기의 핵탄두는 전체 핵전력의 4%에 불과한 것이긴 해도 이 협정이 갖는 역사적 의미는 결코 과소평가될 수 없다.
그것은 과거 미 소간에 이루어졌던 전략무기제한협정(SALTI·Ⅱ)이나 요격탄도미사일(ABM)협정등이 핵무기를「제한」하려 했던것에 비해 이번 INF 협정은 핵무기의「완전 폐기」를 약속했기 때문이다.
더구나 지난 수십년간 핵경쟁이 시작된 이래 특정 종류의 핵무기(사정거리 5백∼5천km)를 모두 폐기하기로 합의한 것은 이번이 사상 처음이다.
아울러 그동안 소외돼왔던 아시아지역배치 미사일이나 아시아를 겨냥한 중거리 미사일이 이번협정에 포함된 것도 우리에겐 여간 다행스러운 일이 아니다. 이협정이 단순한 상징적인의미 이상의 뜻을담고 있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우리는「레이건」미대통령과「고르바초프」소공산당 서기장이 지난두차례의 정상회담을 아무런 결실없이 끝낸것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INF 폐기협정 합의는 그런 의미에서 오는12월7일의워싱턴 미소정상회담을 온세계의축복속에 열릴 수 있게 해주었다.
어떻게 보면 이번 INF협정의 타결은 현실에 입각한「레이건」의 실리외교와 끈질기게 국내 개혁정책을 추진해온「고르바초프」의 외교적 변신이 맞아 떨어져 이루어진 산물이다.
하지만 인류를 핵공포로부터 해방시키고, 동서 양 진영간의 불신의 장벽을 낮추기 위해선 풀어야할 숙제가 아직도 많이 남아있다.
우선 미사일 폐기과정을 상호간에 확인키로한 약속이 차질없이 진행되도록 확실한 제도적장치가 보완돼야 한다.
또 만의 하나 소련이 그들이 보유한 대륙간 탄도미사일의 사정거리를 축소하는 기교를 부린다면 아시아와 서유럽은 여전히 소련의 핵미사일 사정거리 안에 든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미국이 81년11월 INF 폐기를 제안한 이래 소련에선 3번의 정권이 바뀐끝에 최종 합의가 이루어졌다. 모든 정황으로 미루어 내년 상반기로 예정된 「레이건」의 모스크바 방문때 전략무기의50%감축안이 합의될 수 있다면 이는·미소양국의 승리일 뿐만 아니라 온인류의 핵공포를 경감시키는 쾌거도 될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이렇듯 어렵게 도출된 화해정신을 되살려 이번 협정으로 절약될 양국간의 군비가 보다 건설적인 방향으로 쓰여졌으면 한다. 특히 미국이 부진한 국내경제 뿐만아니라 세계경제를 활성화시키는데 더 많은 관심을 보인다면 그야말로 세계평화에 기여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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