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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국왕의 '부업'은 KLM 부기장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빌럼 알렉산더르 네덜란드 국왕이 20년간 ‘부업’으로 국적항공사 KLM의 여객기를 조종해 온 사실이 알려졌다.

네덜란드 매체 인터뷰서 공개 #"20여 년간 한 달에 2번 운항" # 왕 의무 벗어나 다른 일에 집중 # 유니폼 입으면 거의 못 알아봐" #

지난달 27일 네덜란드 틸버그에서 열린 '킹스데이' 행사에 참석한 알렌산더르 국왕. '킹스데이'는 국왕의 생일을 축하하는 네덜란드 국경일이다. [AP=뉴시스]

지난달 27일 네덜란드 틸버그에서 열린 '킹스데이' 행사에 참석한 알렌산더르 국왕. '킹스데이'는 국왕의 생일을 축하하는 네덜란드 국경일이다. [AP=뉴시스]

17일(현지시간) 공개된 네덜란드 텔레그라프 인터뷰에서 국왕은 “최근까지 한 달에 두 번 정도 KLM의 부기장으로 여객기를 운항했다”고 밝혔다.
항공조종사 자격증을 가진 그가 취미로 비행기를 운항했다는 사실을 알려졌지만, 승객을 태운 여객기를 조종했다는 사실은 처음 공개됐다. 부기장은 기장과 달리 이름을 공개할 필요가 없다.

그는 비행기 조종을 국왕의 의무로부터 벗어나 무언가에 집중하게 만들어주는 ‘취미’라고 묘사했다.
그는 “비행기와 승객, 승무원들에 대한 책임이 있다”며 “땅에서 가졌던 걱정을 하늘까지 가져가서는 안 되고 완전히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점이 비행을 가장 편안하게 만들어 준다”고 했다.

그는 최근에도 마르틴 푸트만 기장과 함께 노르웨이행 여객기를 운항했다. 종종 국왕과 함께 비행기를 조종한다는 푸트만 기장은 “KLM 유니폼을 입으면 내가 부기장인 국왕에게 지시한다”며 “그는 항상 예리하다”고 말했다.

신문에 따르면 국왕은 지금까지 네덜란드에서 생산된 포커70 기종을 운항했다. 그러나 이 기종이 퇴장하면서 보잉-737 조종을 위한 훈련을 받고 있다.

알렉산더르 국왕은  “9·11 테러 전까지 조종석 문이 열려있었기 때문에 승객들이 찾아와 알아보는 일이 있었다”며 “그러나 이후엔 승객들이 거의 알아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KLM 유니폼을 입고 모자를 쓴 채 암스테르담 스키폴 공항을 다녀도 사람들이 거의 알아채지 못했다”도 덧붙였다.

알렉산더르 국왕은 2013년 베아트릭스 여왕이 퇴위하면서 왕위를 물려받았다. 당시 46세로 유럽에서 가장 젊은 왕이 됐다.

홍주희 기자 hong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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