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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분수대

박수가 잦아들 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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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안혜리 기자 중앙일보 논설위원
안혜리 라이프스타일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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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미 넘치는 지도자에 목이 말라서였는지, 아니면 정치적 허니문 기간이라서인지 문재인 대통령이 집권하자마자 모든 미디어에 찬사가 넘쳐나는 분위기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청와대 식구들과의 커피 한잔에도 칭찬이 줄을 잇고 심지어 아무 일 안 해도 (잘생긴 외모 덕분에) 증세 없는 복지를 이뤄냈다고까지 열광한다. 이런 훈훈한 얘기가 이 정권 끝날 때까지 지속되면 좋으련만 곧 박수 소리가 잦아들 것이라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많은 국민이 그간 아무리 소소한 감동에 갈증을 느껴 왔다 해도 사람 냄새 나는 감동적인 몸짓 하나, 말 한마디만으로는 미래를 만들 수 없다. 녹록지 않은 대외 환경이나 탄핵 정국을 거치며 골이 깊어진 우리 사회 내부의 세대 간, 계층 간 갈등을 감안할 때 문 대통령이 할 적지 않은 선택은 필연적으로 지지보다 비난을 더 많이 받을지 모른다. 모두가 말로는 국익을 내세우지만 서 있는 자리에 따라 입장이 첨예하게 갈린다. 대통령의 선택이 결과적으로 누구 편을 들어주느냐에 따라 여론의 거센 반발에 직면할 수도 있고 지금은 문비어천가를 부르는 언론으로부터 가혹한 비판을 받을 수도 있다.

더 이상 박수 소리는 들리지 않고 사방에서 나를 공격한다고 느낄 때 과연 최고권력자는 누구의 말에 귀 기울이고 누구를 의지하게 될까. 기대 어린 시선으로 새 대통령을 바라보는 사람들조차 걱정하는 게 바로 이 순간이 아닐까 싶다. 지금까지는 지지자를 등에 업고 달려왔다고 해도 국익을 위해 때론 지지자가 반발할 일도 해내야 하는데, 대선 기간 동안 우려를 자아냈던 일부 열성 지지자의 독선적인 목소리가 오히려 더 커져 정작 중요한 일을 그르치지 않을까 하는 우려 말이다.

최근 부쩍 언론 매체뿐 아니라 본인 계정에 본인 생각을 적는 SNS에서조차 자기 검열의 기운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단순히 정권이 바뀌어 세상이 달라졌기 때문이 아니다. 문 대통령 지지자의 심기를 조금이라도 거스르면 떼로 몰려들어 공격하는 탓이다. 박근혜 정권의 블랙리스트를 개탄하며 그걸 만든 인물들을 적폐 세력으로 규정하던 사람들이 나와 생각이 다르다고 왜 이런 행태를 보이는지 그저 안타까울 뿐이다. 조너선 하이트 뉴욕 스턴경영대학원 교수는 “의견을 표현하는 데 있어 자유를 느껴야 건강한 사회”라고 했다. 문 대통령이 건강한 사회를 만든 성공한 대통령으로 평가받기를. 그를 찍지 않은 사람들도 모두 같은 심정일 것이다.

안혜리 라이프스타일 데스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