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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가니' 임은정 검사 "대통령 위한 검찰 아닌, 대한민국 검찰로"

중앙일보

입력

임은정 검사. [사진 임은정 검사 페이스북]

임은정 검사. [사진 임은정 검사 페이스북]

이른바 '도가니 사건'의 공판검사였던 임은정 검사(의정부지검)가 1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 누리꾼들로부터 공감을 사고 있다. 임 검사는 글을 통해 문재인 대통령 정부 출범 이후 검사사회 내부의 분위기 변화를 전했다.

임 검사는 "지난 몇 달,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모래마냥 몇 번의 기회를 그냥 놓아 버리는 모습에 국민의 한 사람으로, 검찰에 몸담은 공무원으로 분노하고 참담해 했다"라며 "며칠 사이 대한민국의 공기가 바뀌었다. 워낙 비정상의 일상화에 익숙해진 상태라, 당연히 해야 할 것을 당연히 하는 그 '당연함'에 감동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임 검사는 "며칠 사이 검찰의 공기도 바뀌었다"라며 "사방에서 조여오는 압박에 살얼음판 걷듯 늘 조마조마하게 살았었는데, 갑자기 숨쉬기가 편해져서 어리둥절해 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그의 내부게시판 글은 종종 세상 밖으로 전해져 많은 이들의 공감을 사기도 했는데, 이에 대해서도 임 검사는 "내부게시판에 글을 써도 징계 회부하겠다는 협박을 더 이상 받지 않으리라는 기대감이 제 손과 발에 채워진 족쇄를 풀어버렸나 보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임 검사는 "법무부장관과 검찰총장이 곧 정해질 것"이라며 "우리 검찰을 '대통령을 위한 검찰', '검찰을 위한 검찰'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검찰'로 바로 세울 의지와 선한 지혜를 가진 분이 오셨으면 좋겠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김수남 검찰총장은 문 대통령 취임 이후 사의를 표했다. 김 검찰총장은 15일 퇴임을 앞두고 있다.

또 임 검사는 "정치검찰의 오욕은 출세의 대가를 받은 일부 정치검사들을 제외한 대부분의 검찰 구성원에게도 너무나 치욕스럽고 고통스러워 벗어던지고 싶은 형구"라며 "조직이기주의를 벗어나 대한민국의 검찰로 거듭날 수 있도록, 지금까지처럼 제가 있어야 할 자리에서 해야 할 일을 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오원석 기자 oh.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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