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미사일 도발로 공석인 청와대와 내각의 외교안보라인 인선이 속도를 내고 있다.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14일 “국가안보실은 가장 빠른 시간 안에 인사가 마무리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정, 청와대 외교안보TF 단장 맡아 #문, 햇볕정책 기조 만드는 데 기여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도 이날 서울 종로구 금융연수원 교육원 사무실로 처음 출근하는 자리에서 “이번 주 중 (대통령과 인사제청권 관련) 협의 기회가 있을 것”이라며 내각 인사도 빨라질 수 있음을 시사했다. 국회 청문회 기간 중이라도 국무위원 제청권 행사를 위한 협의를 하겠다는 뜻이다.
외교안보라인 인사는 컨트롤타워인 국가안보실장을 비롯해 안보실 산하 1차장(NSC 사무처장), 2차장(옛 외교안보수석) 및 외교·국방·통일부 장관 인선, 주미 대사 인선 등과 맞물려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현재 외교안보 책임자급 3~4명을 대상으로 주요 자리에 대한 배치를 놓고 ‘교통정리’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후보군으로는 정의용(71) 전 주제네바 대사와 문정인(66) 연세대 명예특임교수 등이 외교안보를 이끌 국가안보실장 후보로 유력하게 거론된다.
정 전 대사는 청와대가 당면한 과제와 새 정부 인선과의 ‘시차’를 극복하기 위해 꾸린 외교안보태스크포스(TF) 단장을 맡았다. 김수현 사회수석이 임명된 정책TF와 함께 장관 등의 인선이 마무리되기 전까지 실질적 업무를 책임지며 인사 공백을 메우는 역할이다. 정 전 대사는 취임 직후 이뤄진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전화통화 현장에 모두 배석했다. 지난 10일 문 대통령의 대북정책을 우려한 ‘월스트리트저널’ 사설에 대해선 직접 반박문을 기고했다. 여권의 핵심 인사는 “선거 과정에서 문 대통령이 ‘외교안보라인은 정 전 대사가 이끌어 달라’고 말한 적이 있다”고 전했다.
문 명예교수는 김대중·노무현 정부를 거치며 ‘햇볕정책’으로 상징되는 대북정책 기조를 만드는 데 기여한 인사다. 그는 2000년 6월 1차 남북 정상회담과 2007년 10월 2차 정상회담에 모두 특별수행원으로 파견됐다. 노무현 정부 때는 장관급인 대통령 자문 동북아시대위원장과 외교통상부 국제안보대사를 역임했다. 이 밖에 조병제(61) 전 말레이시아 대사, 위성락(63) 전 러시아대사 등 외교 관료 출신과 문 대통령의 외교정책 기반을 설계한 김기정(61) 연세대 행정대학원장 등도 외교안보 분야의 중책을 맡을 가능성이 있다. 김 원장은 안보실 2차장에도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국방부 장관에는 송영무(68) 전 해군참모총장이 유력하다는 관측이 많다. 통일부 장관엔 송영길(54)·우상호(55) 의원이 후보군으로 꼽히며 천해성(53) 전 정책실장과 조명균(60) 전 청와대 안보정책비서관 등도 거명된다.
한편 청와대는 16일 국무회의에서 ‘국정기획자문위원회’ 구성을 의결한다. 문 대통령의 취임 100일, 연내, 5년 등 단기 과제에서부터 중장기 과제를 점검할 자문위엔 민주정책통합포럼(위원장 조대엽 고려대 노동대학원장) 인사가 다수 참여할 것이라고 한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