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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분으로 살펴보는 고전의 지혜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531호 32면

학교 교실에서 고전을 처음 배운 사람이라면 아마 이런 키워드들을 외웠을 터다. ‘알베르트 카뮈=실존주의 작가=부조리 3부작.’

『고전 결박을 풀다』 #저자 : 강신장 #출판사 : 모네상스 #가격 : 1만7800원

추사 김정희 선생은 “가슴 속에 만 권의 책이 들어 있어야 그것이 흘러 넘쳐서 그림과 글씨가 된다”고 했지만, 학창시절에는 책을 읽을 여유가 없었다. 당장 코앞에 닥친 시험이 중요했다. 대학에 진학해도, 취업해도 상황은 비슷하다. 막상 시간을 내 한 권 집어들더라도 어렵게 느껴져 포기하기 일쑤다.

저자는 누구나 알지만 아무도 끝까지 읽지 않은 책, 고전을 친절하게 소개한다. 한 권을 소개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5분, 그것도 영상을 통해서다. 그의 행보는 오래됐다. 2001년 삼성경제연구소에서 CEO를 위한 온라인 지식서비스 ‘SERI CEO’를 만들어 경영자를 위해 지식과 정보를 5분 동영상으로 압축하던 일이 계기가 됐다. 이어서 읽는 고전 대신 보는 고전의 다리를 놓겠다며 만든 게 ‘고전5미닛’이다.

500편의 고전을 5분짜리 동영상으로 제작했다. 그 중 30편을 골라 책으로 옮겼다. 저자는 고전을 통해 좋은 답을 찾을 수 있는 좋은 질문을 하고 싶었다고 술회한다. “고전은 답 대신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 5분의 독서 속에서 독자들이 자신을 만나는 질문을 찾을 수 있도록 노력했다”는 전언이다.

책의 순서는 읽는 이가 주관해도 좋을 듯하다. 1부 문학, 2부 사상ㆍ교양으로 분류된 고전 사이에서 나에게 필요한 질문을 골라 간단하게 읽으면 된다. 인생이라는 항해 중에 방향을 잃은 이라면 톨스토이의 『이반 일리치의 죽음』이 던지는 질문을 곱씹으면 도움이 될 듯하다. 고위 관리의 아들로 태어나 판사가 되어 적당히 돈 모으고 적당히 잘 살아온 이반 일리치가 시한부 선고를 받게 된다. 마흔다섯에 불과한 그가 병상에 누워 겪은 고통은 두 가지였다고 한다. 누구도 진심으로 자신을 동정하지 않는다는 것과 누군가를 진심으로 위로한 적 없는 사람들이 바로 지난날 자신의 모습임을 깨닫게 된 것이다. 인생이 추하고 무의미해서 생의 마지막 순간에 울부짖는 그를 진정시킨 것은 아들의 위로였다. 아들이 그의 손을 자기 입술에 갖다 대며 울음을 터뜨린 순간, 그는 위로받았고 평화를 찾았다. 줄거리에 이어 책이 정리한 메시지는 이렇다.

“돈도 권력도 성공도 우리를 채워줄 수 없고, 중요한 것은 오히려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았던 일상 속의 소소한 행복과 사랑이라는 것을 마지막 임종 자리에서 깨닫게 된 남자, 이반 일리치. 우리 모두도, 결코 늦지 않았다.”

행복한 공동체 만들기에 관심이 있다면 다산 정약용의 『목민심서』를 읽어보자. 정약용은 한국의 대표 실학자로, 문재인 대통령이 존경하는 인물로 꼽기도 한 인물이다. 『목민심서』는 지방의 목민관으로서 백성을 다스리는 요령과 본보기가 될 만한 내용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책이다. 저자는 목민심서의 미덕이 유교사상이 지배하던 당시 사회를 관(官)의 입장이 아닌 민(民)의 눈으로 보고 정치와 행정의 개혁을 요구했다는 데 있다고 짚었다. “벼슬살이의 요체는 ‘두려워할 외(畏)’ 한 자뿐. 백성을 두려워하라! 수령은 객(客)이요, 저 백성들은 주인이다”는 게 책 속의 명문장이다.

그림과 글이 함께 담겨 있어 그림책 보듯 부담없이 읽기 좋다. 줄거리와 평론이 어우러져 짧지만 제법 묵직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30편 중 10편에는 QR코드가 수록돼 디지털 기기를 통해 동영상도 볼 수 있다. 고전이 좋다는 건 알지만 선뜻 읽기가 두려운 사람이라면 5분을 들여 마음에 드는 챕터를 읽고 보자. 고전이 던지는 질문이 와 닿았을 때 아예 한 권을 통으로 읽어보는 시도를 하게끔 독려하는 책이다.

글 한은화 기자 onhw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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