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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판 웨스트 윙’ 청와대…웅장한 대통령 집무실이 골방으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걸어서 15분, 차를 타고 5분.

문 대통령, 구내식당에서 3000원 점심 먹으며 직원과 눈높이 맞추기도

청와대 본관에서 비서진이 근무하는 여민관(이명박ㆍ박근혜 청와대에선 위민관)까지 걸리는 시간이다. 직선으로 500m인 이 거리를 이동하는 시간은 국가 비상상황에는 긴 시간이 될 수도 있다. 대통령만을 위한 공간인 본관과 여민관이 동떨어져 있으면 소통도 어렵다.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청와대 구내식당에서 직원들과 오찬을 함께 하다가 맞은편에 앉은 직원의 말에 귀를 기울이려 눈높이를 맞추고 있는 모습.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청와대 구내식당에서 직원들과 오찬을 함께 하다가 맞은편에 앉은 직원의 말에 귀를 기울이려 눈높이를 맞추고 있는 모습. [청와대사진기자단]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사고 당일 김장수 국가안보실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이 어디에 있는지 몰라 본관 집무실과 관저, 두 곳에 모두 서면보고를 했던 게 대통령과 참모간 불통의 한 단면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12일 본관이 아닌 여민관의 집무실을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은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은 참모들과 가까운 거리에서 늘 소통하길 바란다”며 “대통령의 업무는 바로 참모들과의 격의 없는 토론과 논의를 거쳐서 진행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본관 집무실과 여민관 집무실은 규모차이가 상당하다. 궁궐 건축양식으로 지어진 본관은 지상 2층 건물로 연면적 8476m²(2564평)에 달한다.  천장 높이도 3m에 달하고, 집무실 입구부터 책상까지 15m에 이른다. 역대 청와대에서 근무했던 비서진들은 “문을 열고 책상까지 걸어가는 데 왜 그리 멀게 느껴지는지 모르겠다”고 말한다.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우 본관 집무실이 너무 넓어 추위를 느낄 정도였다고 한다.
반면 3개의 여민관 중 1관 3층에 자리잡은 대통령 집무실은 면적이 26~30㎡(8~9평) 정도다.

문 대통령의 여민관 생활이 일상화되면 청와대도 ‘한국판 웨스트 윙(west wing·미국 백악관 서쪽 건물)’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웨스트 윙에는 대통령 집무실과 비서진 사무실이 바로 붙어 있어 소통하기에 편리하다. 독일 총리의 관저와 집무실, 비서진 사무실이 있는 분데스칸츨러암트(Bundeskanzleramt)도 총리 집무실과 비서실까지의 거리가 15걸음밖에 되지 않는다.

문 대통령식 소통은 파격행보로 나타나고 있다. 전날 와이셔츠 차림으로 아메리카노를 들고 수석비서관, 비서관 등과 격의 없는 산책과 차담회를 한 문 대통령은 12일엔 청와대 기술직 직원들과 ‘번개 오찬’을 했다. 위민2관 지하 구내식당에서 문 대통령은 3000원짜리 점심을 지원들과 함께 먹었다. 직접 식권을 내고 계란 볶음밥과 메밀 소바, 치킨 샐러드, 열무김치가 담긴 식판을 들고 자리에 앉은 문 대통령은 식사 도중 맞은편 직원과 눈높이를 맞추며 대화했다. 윤 수석은 “‘대통령과 같이 식사를 하게 됐다고 전달했더니 30분 동안 믿지 않고 계속 ‘거짓말’이라고 얘기한 직원도 있었다”고 전했다.

‘청와대 안주인’ 김정숙 여사의 행보도 연일 화제다. 김 여사는 지난 11일 밤 간식을 들고 관저를 찾아 정비중이던 직원들에게 “이거 사왔는데, 같이 나눠드시자”고 챙겼다. 취임 이후에도 서울 홍은동 자택에서 출퇴근 하던 문 대통령은 12일 관저 정비가 완료되면서 13일 관저로 입주한다.

허진·위문희 기자 b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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